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18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18(잠마동(潛魔洞))-5




잠마 제3관 연무관은 음부관이나 극기관과는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극기관에서부터 연무관까지는 마치 미로처럼 복잡한 복도를 지나야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길이 외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복도를 지나면 뒤에 있는 석벽이 기관에 의해 자동으로 닫히고 앞쪽에 있는 석벽이 갈라지며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 아마 중앙에서 기관을 작동하는 모양이다.




“뭐가 이리 음침해. 꼭 무덤에 들어가는 느낌인데.”


“킥킥킥~ 이곳이 무덤이지. 시체까지 파먹은 우리들이야. 우리가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살아있다고 말하는 것도 웃기잖아.”


“맞는 말이다. 이건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지. 근데 너도 보기보다 독한 놈이다. 난 네놈이 극기관에서 돼져버릴 줄 알았는데 용케도 살아왔다.”


“악담을 해라 개자식아. 무식한 네놈보다는 오래 살 거니 걱정하지 마라.”


“킥킥킥~ 그래 오래오래 살아라. 아주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아라.”


“걱정하지 마라. 안 죽는다. 억울해서 못 죽는다. 꼭 살아서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거다.”




아군의 옆에서 도치와 무룡이 티격티격 싸우고 있었다. 참~ 입심도 좋은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들은 말한 기운도 없는데 말이다. 미로처럼 복잡한 복도를 지나니 다시 거대한 지하광장이 나타났는데, 지하광장은 거대한 원형을 이루고 있고 벽에는 수십 개의 문들이 붙어있었다. 




“여긴 또 뭐하는 곳이지. 그냥 평범한 석실 같지는 않는데............이것들이 또 무슨 꿍꿍이지.”


“들어가 보면 알겠지. 이제 겁날 것도 없잖아. 죽기밖에 더하겠냐.”


“멍청한 새끼. 조금 전까지 죽지 말라고 했잖아. 나는 죽을까봐 겁난다. 죽는게 겁나지 않으면 네가 먼저 들어가 봐라.”


“잠깐 내가 먼저 들어가 볼게요.”




사람들은 지하광장에 들어서는 것이 겁나는 모양인지 다들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때 아군이 앞으로 나서며 광장으로 들어가 본다. 아군이 광장에 들어서도 특별한 이상은 없다. 그냥 평범한 광장이다. 아군은 광장에 있는 문으로 가보았다.


검(劍), 도(刀), 봉(棒), 창(槍), 부(斧) 등의 문패가 붙은 방이 있는가 하면 신(身), 보(步), 심(心) 등의 문패가 붙은 방도 있었다. 사람들은 아군이 들어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자 모두 광장으로 들어왔다. 아군은 광장에 붙여있는 방들을 돌아보다가 보(步)라는 문패가 달린 문을 열어보았다. 문안에는 다시 조그마한 석실이 나타났고 석실의 바닥에는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찍혀 있다. 또한 벽에는 각대문파의 보법들이 상세하게 새겨져 있었다. 연무동은 수많은 무술들을 분류별로 나누어 각각의 석실에서 수련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인 모양이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무술을 익히라는 말 같군. 미친놈들이 이젠 별짓을 다하네.”


“잔소리하지 말고 각자 마음에 드는 방으로 들어가자. 난 신법이나 익혀야겠다.”




무룡은 신이라 적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도치도 그를 따라간다. 도치는 글을 모르니 무룡의 뒤를 졸졸 따라 가는 것이다. 그래도 무룡은 글은 모르는 자신에게 무공을 해석해 주지 않는가?




“따라오지 마라. 넌 저기 부(斧)라고 적인 방으로 가봐~ 그곳에 네가 좋아하는 부법이 있을 거다.”


“네가 좋아서 따라가는 줄 알아.”


“멍청한 새끼. 글을 모르니까 날 졸졸 따라오는 거지.”


“그래..........나 까막눈이다. 글 좀 안다고 유세하냐.”


“알았다. 알았어. 따라와라.”




도치와 무룡은 티격타격하면서 신법을 익힐 수 있는 석실로 들어갔다. 수혜는 광장을 돌아보다가 검(劍)이라는 문패가 있는 석실로 들어갔다. 아군도 그녀의 뒤를 따른다.




“아군.......아군은 검보다는 보법부터 익혀야 할 거야. 먼저 보법이 있는 석실로 가.”


“꼭 그래야 합니까? 전 아가씨랑 같이 있는 것이 좋은데요.”


“아군도 무술을 익혀. 잠마동은 총 5개의 관문이 있다고 했어.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3관이야. 앞으로 4관 5관이 남았어. 그곳에서 또 무슨 일이 벌어지지 몰라. 그러니까 아군도 무술을 익혀야 돼. 그리고 아군이 옆에 있으면 내가 불편해.”


“아...........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하세요.”


아군은 수혜의 말을 듣고 고개를 숙이고 보법이 정리된 석실로 갔다. 수혜는 무슨 일이지 아군에게 차갑게 대한다. 아군이 그게 섭섭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자신이 옆에 있으면 그녀가 무공을 수련하는데 방해만 될 것 같아 그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 자신이 원하는 석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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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는 혁린강이 돌아가자 창가에 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혁린강은 정(情)이 많고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야망(野望)으로 돌돌뭉친 혁린무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속을 알 수 없는 혁린영과는 다르다. 그는 배화교의 교주자리에는 애초에 관심도 없는 사람이다. 그가 능력이 딸리는 때문이 아니다. 그는 혁린무진의 아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지혜와 가장 뛰어난 자질을 가진 사람이다. 아마 그가 자신의 적(敵)이 된다면 힘든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오라버니.........오라버니만은 계속 다정한 오라버니로 남아주세요. 오라버니와 적이 되긴 싫어요.”




설이는 왜 혁린강이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고 있다. 그가 자신을 찾아온 것은 그의 말대로 자신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본 몇 안돼는 사람 중에 한명이다. 하지만 그의 앞에서 면사를 벗진 않았다. 그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의 얼굴을 보다면 무척 힘들어 할 것이다. 그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 그가 계속 다정한 오라버니로 남아주길 바라고 때문이다.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설이는 하늘을 본다. 그때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면사가 살짝 들린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아가씨 대공자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설이의 뒤에 검은 야행복을 입은 사내가 귀신같은 신법으로 나타났다. 




“알고 있다.................... 금이님께 연락 없었느냐?”


“얼마 전에 대장군부로 들어가셨단 연락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곤륜파로 출발했던 사람들도 무사히 잠입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알았다..............그만 물러가도록 해라. 혼자 있고 싶구나.”


“알겠습니다.”




사내는 다시 나타날 때처럼 연기처럼 살아졌다. 설이는 그때서야 몸을 돌렸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바느질을 시작했다. 그녀는 황용을 새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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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은 바닥에 어지럽게 찍혀있는 발자국을 따라 보법을 연습해 본다. 아군의 몸이 뒤뚱뒤뚱 하더니 끝내는 바닥에 쓰려진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모르겠다. 바닥에 찍힌 발자국은 순서도 없고 규칙도 없는 것 같았다. 아군은 벽에 새겨진 보법들을 읽어보았지만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를 못하겠다.




“그런 식으로는 백날을 연습해도 소용없다.”




아군은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석실의 구석에 언제부터인가 흑의에 복면을 쓴 남자가 있었다. 그의 복면에는 보(步)자가 새겨져 있었다.




“당신은 누구지.”


“이곳 석실의 주인이다.”


“이곳 석실의 주인이라고...........이런 죽이 놈.”




아군의 주먹이 복면사내에게 날아갔다. 복면사내가 한명이니 자신의 힘으로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내는 고개를 살짝 비틀며 아군의 주먹을 피한다. 아군은 다시 사내의 얼굴과 가슴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사내는 몸을 약간 비트는 정도로 아군의 주먹을 피했다. 아군은 바닥에 앉으며 사내의 다리를 공격했다. 사내는 한발 옮기는 것으로 아군의 공격을 피해버린다.




“그런 느린 몸놀림으로는 나의 옷자락도 건드리지 못한다. 참내~ 너 같이 무공의 기초도 모르는 놈이 어떻게 안 죽고 이곳까지 왔는지 모르겠구나.”


“헉.......헉.......헉........헉”




아군은 숨이 턱까지 차도록 사내를 공격해 보지만 사내의 말처럼 그의 옷자락조차도 건드리지 못했다. 아군의 몸놀림이 느린 건 아니다. 아군은 음부관을 거치며 맹수처럼 날렵하고 유연한 몸놀림을 보이고 있었다. 아마 평범한 무사이라면 아군의 주먹에 쓰려져도 백번은 쓰려졌을 것이다. 사내는 차가운 눈길로 아군을 살펴본다. 다시 아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처음처럼 막무가내로 공격하지 않고 육합권으로 상대를 공격했다. 




“육합권이냐. 아주 기본이 없는 것은 아니구나. 어디 한번 볼까?”




사내는 뒷짐을 지고 아군의 공격을 피했다. 아군의 발이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라 사내의 얼굴을 향해 날아간다. 사내는 귀신같은 보법으로 아군의 공격을 피해버린다. 아군은 계속해서 공격했고 사내는 아군의 공격을 피한다. 아군의 동작이 차츰차츰 빨라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군의 육합권이 날카로워지는 것이다. 




“그만하자. 너 실력은 충분히 봤다.”




사내의 손이 풀리며 주먹이 아군의 신봉혈(가슴)로 날아온다. 아군은 사내의 주먹이 날아오자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어 사내의 주먹을 피한다. 




“의외로군. 신법은 아닌 것 같고.......야수같이 감각이 발단한 놈이구나. 그럼 이것도 피해봐라.”




사내는 손가락을 오므리며 아군의 어깨를 잡아왔다. 응조권(鷹爪拳)인 모양이다. 아군은 사내의 공격을 삼재보로 피하며 주먹으로 사내의 목을 공격했다. 사내는 몸을 비틀어 아군의 주먹을 피하고 손으로 아군의 소해혈(팔꿈치에 있는 혈도)을 잡았다. 보통 소해혈을 잡히면 팔을 쓰지 못한다. 하지만 아군은 상식이 안 통하는 놈이다. 아군의 주먹이 사내의 가슴을 파고든다. 아군의 공격을 예상치 못했던 사내는 급하게 아군의 팔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혈도를 집혀도 아무렇지도 않단 말인가? 특이한 녀석이군.”




아군도 사내가 물러나자 공격을 멈춘다. 복면사내는 자신의 상대가 아니다. 아군은 이제야 그걸 알 것 같다.




“날 죽이고 싶은 모양인데............그럼 내가 알려주는 무공부터 배워라. 지금 실력으로는 내가 목을 들이밀지 않는 한 날 죽일 수 없을 거다.”


“당신에게 무공을 배우라는 말입니까?”


“나에게 보법의 기본부터 알려주도록 하겠다.”


“좋아요. 알려주시겠다면 열심히 배우도록 하죠.”


“뭐~ 내가 무공을 알려준다고 고맙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도 좋아서 하는 짓은 아니니 말이다. 먼저 일자보나 삼재보, 궁보 등의 기본은 익힌 것 같으니 각대문파의 보법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복면사내는 자리에 앉더니 아군에게 개방의 취팔선보, 취리건곤보를 먼저 설명해 주었다. 아군은 사내의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지 못한다. 사내는 자신이 직접 시현까지 보여주며 성실을 다해 지도했다. 하지만 아군의 머리통으로는 사내가 설명하는 보법을 단 한 가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허허허~ 살다보니 너처럼 돌대가리도 보는구나.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이만큼 설명했으면 알아듣겠다.”


“죄............죄송합니다.”


“다 때려치우고 딱 한 가지만 알려주마.......이것만 익히면 다른 보법이나 신법 따위는 익힐 필요도 없다. 다만 네놈이 배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구나. 배우고 못 배우는 건 네놈 복일이고........네가 알려줄 신법은 칠성둔형(七星遯形)이라는 신법으로 일곱 걸음으로 구성된 신법이다. 일곱 걸음이니 기억하기도 쉬울 것이다.




사내는 다리에 진기를 주입하고 바닥에 일곱 개의 발자국을 찍었다.




“지금부터 잘 봐라.”




사내는 발자국을 따라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사내는 동작을 보고 있으니 마치 술 취한 사람 같다. 사내의 동작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아군은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잘 보았겠지. 지금부터 혼자 연습해라. 하도 답답해서 네놈에게만 알려주는 거다.”




복면 사내는 말을 마치고 석실에 나타날 때처럼 연기처럼 살아진다. 아무래도 아군이 모르는 비밀통로가 있는 모양이다.




도치와 무룡도 복면인으로부터 신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들도 처음에는 복면인을 공격했다. 하지만 복면인은 그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검, 도, 편, 창 등 각각의 석실에는 무공을 지도해 주는 복면인들이 있었다. 다만 그들은 무공을 배우는 사람들이 필요로 할 때만 나타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기관을 통해 석실의 상황을 지켜보는 모양이다.




검(劍)이란 문패가 달린 석실로 들어간 수혜는 그곳에서 복면인으로부터 각대문파의 검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녀가 한참 검법을 수련하고 있는데 아군이 찾아왔다. 




“무슨 일이야.”


“그냥 궁금해서 찾아왔습니다.”


“그럴 시간 있으면 무공연습이나 더해. 수련하는데 방해하지 말라 말이야.”


“아.........알겠습니다.”




수혜는 얼음처럼 싸늘한 표정으로 아군을 노려본다. 아군은 풀이 죽어 석실을 나갔다. 아군이 돌아가자 수혜는 수련하던 검을 늘어트리고 고개를 숙인다. 




“미.......미안해 아군..........하지만 어쩔 수 없어. 요즘 들어 남자들만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들어. 특히 아군이 옆에 오면 더 이상해. 미안해........미안해 아군”




수혜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다. 수혜는 요즘 들어서 남자들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에 열기가 올라온다. 이게 무슨 증상인지 모르겠다. 또한 흡정마녀의 무공구결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구결들이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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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은 석실의 한쪽에 있는 항아리에서 약을 꺼내 먹었다. 각각의 석실에는 항아리가 준비되어 있고 항아리에는 약이 들어 있었다. 바로 극기관에서부터 먹던 마령단이다. 다른 사람들도 마령단을 먹기는 마찬가지다. 마령단은 벽곡단의 구실도하는 모양이다. 마령단을 먹은 아군은 다시 칠성둔형을 연습했다. 복면인이 알려준 칠성둔형은 200년 전 무영천군(無影天君)이라 불린 전설적인 고수가 남긴 신법이다. 그는 칠성둥형과 천면역용술이란 두 가지 절기로 수많은 기행을 일삼던 기인이었다. 아군은 몸을 뒤뚱거리며 보법을 수련한다. 어둠 속에서 복면인이 아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군은 자신이 떠난 후에도 쉬지 않고 보법을 연습하고 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놈이군. 칠성둔형을 완벽하게 이해한 모양이네. 가망성이 없다고 생각하여 알려준 건데...........참~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천면역용술도 알려줘야겠군.”




그는 다시 아군의 앞에 나타났다.




“그만하고 자리에 앉아봐라.”




아군은 복면인의 말에 자리에 앉았다. 




“칠성둔형은 본래 무형신군의 절기다. 그분은 200년 전 전대고수로 신법과 역용술로 일가를 이룬 분이었다. 일이 이상하게 꼬여 너에게 칠성둔형을 전하게 되었으니 천면역용술도 알려주겠다.”


“천면역용술이요. 그게 뭡니까?”


“인면피구나 분장도구를 이용하지 않고 몸의 골격과 피부색깔 심지어 목소리까지 바꿔 완벽하게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무공이다. 천면역용술은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무공이다.”


“그.......그런 무공도 있습니까?”


“쩝~ 있다. 있으니까 알려준다고 하지. 넌 속고만 살았냐.”


“아니요. 그냥 그런 무공이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네놈이 익힐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구결을 알려주겠다. 잘 들어. 딱 한번만 들려주겠다.”




복면인은 천면역용술이라는 요상한 구결을 아군에게 들려주었고 아군은 복면인이 들려주는 구결에 귀를 기울인다. 복면인의 설명이 끝났다.




“이제 넌 다른 곳으로 가봐~ 네놈에게 볼일 끝났다.”


“저기.........다시 한번 들려주세요.”


“됐어. 기억 못하면 그것으로 끝난 거야. 네가 잠마동에서 너희들에게 무공을 지도하고는 있지만 칠성둔형이나 천면역용술은 내가 알려주기로 약속한 무공들이 아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각 석실에 있는 놈들 중에 이곳에 속한 놈들도 있지만 나처럼 외부에서 초빙된 사람들도 있다. 그만하자 쓸데없는 말을 하는 구나. 난 그만 가봐야겠다.”




복면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둠속으로 살아졌다. 아군이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권(拳)이란 문패가 달린 석실이었다. 이곳에서 아군은 육합권과는 다른 몇 가지 권법을 익혔다. 연무관에 든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무공을 익힐 수 있었다. 아군은 신법과 권법, 검법 등을 배워나갔다. 하지만 아군이 익힐 수 있는 무공에는 한계가 있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무공은 익히지 못한 것이다. 다만 아군의 머릿속에는 각대문파의 절기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아군은 연무관에 있는 동안 몇 번 수혜를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수혜는 싸늘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쳐버렸다. 아군은 자신이 아가씨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했는지 고민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다. 그럼 무엇 때문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연무관에 들어와 얼마나 시간이 지냈는지 모르지만 가장 편안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은 길지 않았다.




“잠마3관 연무관을 통과한 것을 축하한다. 다음은 잠마4관 생사(生死)관으로 들어라.”




광장에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쪽 석벽이 좌우로 갈라졌다. 사람들은 연무관을 뒤로 하고 석벽을 따라 생사관으로 이동했다. 과연 생사관에서는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사람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연무관을 돌아보며 열려진 복도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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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복도를 따라 걷고 있는데 뒤쪽에 있던 석벽이 닫히고 앞에 미로처럼 복잡한 길이 나타났다. 그들의 앞에 여러 갈래의 길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연무관으로 통하는 길도 미로처럼 복잡했지만 길은 외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길이 많다. 어디로 가라는 건지 표시도 없다. 




“이곳은 잠마동 제4관인 생사관 초입이다. 너희들의 앞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을 것이다. 어느 길로 가던 너희들의 자유다. 생사관을 벗어나면 바로 제5관인 등마(登魔)관에 들게 될 것이다. 꼭 살아남아 등마관까지 통과하길 바란다.”




공중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은 우물쭈물 거린다. 어디로 가란 말인가. 어떤 길을 갈 건지 선택하란 말이다.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사람들은 어느 길을 선택해야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앞으로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가살수문의 이막수였다.




“여기서 우물쭈물해야 답이 없다. 난 이쪽 길로 가겠다.”




그는 오른쪽 길로 들어선다. 아군은 수혜를 바라본다. 수혜는 앞에 난 길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먹이를 발견한 맹수처럼 살기가 등등했다. 그녀는 말이 없어지고 성격도 차갑게 변했다. 자신을 대하는 것도 예전 같지 않다. 




“아가씨는 어디로 가실 겁니까?”


“난 중앙에 난 길로 갈 거야.”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맘대로 해.”




수혜는 차갑게 대답했다. 아군은 그녀의 차가운 말에 가슴이 아프다. 그녀는 연무관에서 지내는 동안 무공증진에만 집중했다. 실력이 떨어지는 아군은 그녀와 같이 있을 시간이 많지 않았다. 어쩌면 아가씨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피했는지 모른다. 자신이 옆에 있는 것이 귀찮았던 모양이다. 아군은 자신이 아가씨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고 갑자기 사늘하게 변한 그녀의 태도에 가슴이 찢어진다. 수혜는 중앙에 난 길로 들어섰다. 아군도 그녀의 뒤를 따른다. 도치와 무룡도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수혜와 아군의 뒤를 따른다. 다른 사람들도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길을 나선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선택한 길에 들어서니 뒤에 있던 석벽이 닫힌다. 퇴로가 막힌 것이다. 이제 죽으나 사나 앞만 보고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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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린영이 돌아왔다. 그는 교로 돌아와 아버지께 중원에서의 일을 보고하고 자신의 숙소로 돌아왔다. 그가 숙소에 들어서니 2명의 시비들이 자신을 맞이한다. 두 명의 시비들은 자신이 천상루에서 데려온 여인들이다. 그녀들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 여인들이다. 한명은 녹색 궁장을 입고 있는데 키가 작고 아담한 체격에 얼굴도 주먹만한 여인이다. 또 한명의 여인은 남색궁장을 입고 있는데 녹색 궁장을 입은 여인과는 반대로 여자치고는 상당히 큰 키에 시원시원한 몸매를 하고 있었다. 혁린영은 그녀들을 령아(玲兒), 랑아(朗兒)라고 부른다.




“다녀오셨습니까? 오셨다는 전갈을 받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잘 있었느냐.”


“예~”


“내가 없는 동안 뭐하지 지냈지.”


“그동안 공자님께서 알려주신 무공을 익히며 지냈습니다.” 


“하하하~ 기특하네. 그건 나중에 보도록 하고............먼 길을 달려왔더니 좀 쉬고 싶구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따뜻한 목욕물부터 준비하겠습니다.”


“그래........난 그동안 볼일 좀 보겠다.”




그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방에 탁자가 있고 탁자 위에는 많은 두루마기가 있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사이 시안(視眼)당에서 올라온 보고서인 모양이다. 혁린영은 배화교 시안당의 당주를 맞고 있었다. 시안당은 배화교의 정보조직으로 신강을 비롯한 중원각지의 정보를 수집하는 곳이다. 그는 먼저 천상루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보았다. 보고서에는 최근 무림맹의 활동내역과 각대문파의 활동상황이 정리되어 있었다.




“해어화가 시안당에도 꾸준히 보고한 모양이군.”




그는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뭐 특별한 사항은 없다. 다만 무림맹에 이어 각대문파까지 최근에 벌어진 실종사건과 일년 전부터 중원각지에서 벌어지고 약소문파의 멸문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는 정도다. 




“멍청한 자식들.......뒷북이나 치고 있군. 이미 모두 종결된 사항이다. 나서려면 진작 나서셔야지. 지금 나서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이런 자식들을 상대로 우리가 이렇게 거창하게 준비까지 해야 하는 거야. 그냥 확~ 쓸어버리면 간단할 것 같은데.........”




그때 문이 열리며 혁린강이 들어왔다.




“안녕.............중원에서 돌아왔다고 해서 얼굴이라도 보려고 왔다.”


“아~ 형님 오셨습니까?”


“그래.......그런데 방금 그 말은 무슨 뜻이냐, 거창하게 준비하다니............”


“아예~ 중원무림이 하는 놈들 하는 꼴이 하도 웃겨서 하는 말입니다.”


“하하하~ 영이는 중원무림을 쉽게 생각하는 모양이지.”


“제가 보기에 현재가지고 있는 본교전력만으로도 충분히 중원무림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중원무림은 썩을 대로 썩었습니다. 아주 악취가 풍겨요. 50년 전처럼 정사마가 대치하며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그들이 아닙니다. 당시의 천마마련, 배교, 사사천교 등 사마의 무리들은 지하로 숨어버렸고, 정도무림인들은 더 이상 적이 없자 뱃가죽에 기름기만 잔뜩 끼도록 처먹고 노는 데만 정신없어요. 민심도 그들을 버렸습니다. 자신들의 잇속이나 챙기는 그들에게 질려버린 거죠.”


“중원무림을 그리 쉽게 생각하지 마라. 중원에는 우리가 모르는 기인이사들이 수도 없이 많은 곳이다. 또한 호랑이가 뱃가죽에 기름기가 끼었다고 하루아침에 강아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형님은 그들을 호랑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보기에는 살찐 돼지새끼들로 보이는데........”


“글쎄.......두고 보면 알겠지.”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런 이야기나 하다니 우리도 참 멋대가리 없는 형제네요.”


“하하하~ 그래.......다른 이야기를 하자. 이번에도 계집사냥은 잘하고 왔느냐?”


“예~ 무.......무슨 말씀인지.”


“네가 마안신공(魔眼神功)을 익히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그걸 어떻게.........”


“네가 두건을 하고 있을 때부터 알아봤다. 쩝~ 너무 많이 잡아먹지는 마라. 그리고 교도들은 절대 안 된다. 그건 알고 있지.”


“휴~ 형님께는 감출수가 없군요. 아직 아버님도 모르시는데........대단하세요.”


“아버님이 모르시진 않을 거다. 다만 모르는 척 하시는 거겠지. 마안신공이 팔성에 이르면 위험한 고비가 찾아 온다고 알고 있다. 조심해라.”


“형님도 마안신공을 알고 계시는군요.”


“알고는 있지만 익히지는 않았다. 내가 뭐~ 무공에 관심이 있어야지. 그냥 내 한 몸 지킬 정도만 익히고 있으면 되는 거지.”




그때 령아가 들어왔다.




“아.........대공자님 오셨습니까?”


“나는 이만 일어나야겠다. 먼 길을 달려오느라 피곤하겠다. 쉬도록 해라.”


“가실겁니까?”


“얼굴 보았으니 가야지..............오늘 령아는 행복하겠구나.........하하하하~”




혁린강은 령아의 엉덩이를 한대 때리고 방을 나선다. 령아은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숙인다. 




“저........저기 목용물이 준비되었습니다.”


“알았다.”




혁린영은 령아를 따라 욕탕으로 갔다. 그곳에는 랑아가 속살이 비추는 얇은 옷을 입고 혁린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혁린영이 들어오자 그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령아도 궁장을 벗었다. 령아와 랑아가 옷을 벗겨주자 혁린영은 뜨거운 욕탕으로 들어갔고, 령아와 랑이도 그와 함께 욕탕으로 들어갔다.




ps : 끝에 야설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지금까지 10장입니다. 딱 한편 분량이죠.........근데..........고민이네요. 낭만~때처럼 아예 한편을 야설로 도배를 해 말아.......... 쩝~~~ 이놈의 잠마동편을 빨리 끝내야 하는데........우이씨~ 왜 이리 길어지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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