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43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43(혈풍(血風)의 서막)-1




무림맹에 배화교의 전신구가 도착했다. 삼공자인 혁린영과 그의 심복인 마양이 총관의 집무실에서 배화교에서 보내온 서찰을 보고 있었다. 혁린영과 마양은 배화교의 서찰을 읽고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서찰의 내용은 간단했다. 십이사를 무림공적으로 선포하고 각대문파에서 파견한 무림맹의 무사들로 하여금 십이사를 처리하라는 명령이다.




“군사........어떻게 생각해.........십이사 전원을 죽이라는 말 같지........”


“흠~ 내용을 보면 차도살인의 계책입니다. 무림맹의 힘을 빌려 십이사를 처리하라는 거죠. 그런데 십이사전원을 죽이라는 건 문제가 있군요.”


“십이사 중의 장기형님은 광명좌사의 아들이며 큰형의 친구야. 그리고 마수는........자네의 동생이 아닌가? 본교에서 이들까지 죽이라는 말이야.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본교의 명령입니다. 죽이라면 죽어야죠. 제가 처음부터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마양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었다. 아무리 배다른 형제라고해도 혈육의 정이라는 것이 있을 진데 마양의 태도는 너무나 단호했다. 마수는 태어날 때부터 마씨 가문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놈이었다. 어려서부터 말썽만 부리고 첩의 자식이면서도 지분수도 모르고 사사건건 반항하는 놈이라 마씨 집안의 골치 덩어리 같은 놈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이게 마양의 생각이었다. 다만 광명좌사의 아들이며 일공자의 친구인 장기가 걸리기는 하지만 본교에서 내려온 명령이니 어쩔 수없지 않는가?




“동생과 연관된 일인데 너무 냉정하군.”


“본교의 명령은 절대적입니다. 사사로운 정 때문에 본교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죠.”


“알았네!.........각대문파에서 파견한 무사들을 이용하란 말이지? 자네는 본교에서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런 명령은 내린 것 같은가?”


“제 의견을 물어보시는 겁니까? 후후후~..........간단합니다. 혼천지계를 조금 앞당기는 거죠. 지금까지 무림공적의 처리는 무림맹의 주요업무 중 하나였습니다. 우리가 십이사를 무림공적으로 몰아붙이면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들을 무림공적으로 생각할 겁니다. 그런 다음 본교에서 파견한 무사들은 그대로 두고 각대문파에서 파견한 무사들로 하여금 십이사를 처리하게 하는 하자는 겁니다.”


“잠깐........만일 십이사가 우리.......그러니까 잠마동주에 대해서 나불거리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무림공적의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하지만 조심은 해야겠죠. 무림에 귀가 얇은 놈들도 있으니까요.”


“놈들을 죽이는 것은 결정되었고............어떤 방법으로 처리하면 좋겠나.”


“가장 좋은 방법은 기다리는 것 겁니다.......넉넉잡고 한달만 기다리면 마령단의 독이 발작하여 죽으니까요...........두 번째는 마령단의 독이 발작할 때 공격하는 겁니다. 독이 발작하면 고통도 느끼지만 마기(魔氣)도 발동하니 한 며칠 발광하다가 죽겠지요. 하지만 본교의 연락이 이렇게 급하게 온 것을 보면 지금당장 실행하라는 뜻입니다.”


“그럼 오늘 당장이라도 무사들을 보내자는 말인가? 대체 본교에서 바라는 것이 뭐지.”


“조금 전에 말씀 들이다 말았는데........혼란입니다. 십이사의 능력을 생각해 보세요. 각대문파에서 무림맹에 파견한 무사들만으로 십이사를 처리한다는 것은 예초에 불가능합니다. 모두 전멸하지 않으면 다행이겠죠.......자~ 그럼.........다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자파의 무사들이 십이사에게 죽었다. 각대문파도 가만있지는 않을 겁니다. 백도 무림 전체가 십이사를 죽이기 위해 일어나겠죠..........백도 무림이 일어난다. 다음은 어떻게 됩니까? 백도 무림은 십이사에게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될 겁니다..........흑도 무림은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하고 있을까요..........흑도 무림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다시 일어났을 있는 기회가 되겠죠..........상처 입은 백도 무림을 누르고 흑도 무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흑도가 일어나면.......전쟁입니다.......그럼 중원 무림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꼭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음.............대충 알겠군........그럼 서둘러야겠네........자~ 우리도 서두루세.......먼저 각대문파에 무림맹의 이름으로 무림첩(武林牒)을 돌리고 당장 무사들을 소집해서 개봉으로 보내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제가 맹주인 반각대사에게 말하겠습니다.”




혁린영과 마양의 회의가 끝나고 무림맹에서 수많은 전신구들이 하늘로 날아올랐고, 무림맹의 오향에 속한 무사들에게 소집명령이 떨어졌다. 무림맹을 구성하는 오당오향 중에서 오향의 무사들은 대부분 각대문파에서 파견된 무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무림맹주인 반각대사의 명령에 따라 개봉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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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루에 있던 해어화와 다정화에게 무림맹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다. 무림맹에서 십이사를 무림공적으로 몰아붙이고 그들을 잡기위해 무리맹 오당오향 중 오향이 전부 출발했다는 정보다. 




“무림맹이 미쳤군. 오향 전부를 출동시켰어.......이건 십이사를 모두를 죽이겠다는 거야.”


“각 향이 5백 명씩 구성되어 있으니 오향이라면 이천오백이 넘는 인원이야. 이정도 인원이면 개봉일대에 천리지망을 치고 십이사를 압박하겠다는 거겠지.”


“아니야. 이건 십이사를 죽이겠다는 거야.”


“무슨 소리야.........설마 이 많은 인원이 전부 십이사를 공격하겠다는 것은 아니겠지. 그냥 도망치지 못하도록 잡아두는 정도가 아닐까? 십이사는 마령단에 중독된 상태고.......삼공자는 십이사에게 다독마의 약이 전해진 사실을 모르고 있잖아.”


“글쎄........그것까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겠지.......일단 막내에게 피하라고 해야겠다. 무림맹에서 개봉까지 서두른다 해도 삼일이상은 걸려. 그 안에 도망칠 수 있을 거야.”


“그래 삼공자의 의도는 천천히 파악해도 늦지 않아. 일단 막내를 대피시키자.”




천상루에서 튼튼한 날개를 가진 붉은 매가 날아오른다. 매는 천상루를 한바퀴 선회하더니 십이사가 모여 있는 개봉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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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아라는 자신의 방에서 단검 두 자루를 정성스럽게 닫고 있었다. 궁아라는 지금까지 무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품속에는 향상 두 자루 단검이 들어있었다. 단검은 북해빙궁의 무공절예인 파사혈검(破邪血檢)을 펼칠 때 사용하는 단검이다. 궁아라는 지금까지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되도록이면 북해빙궁의 무공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십이사에게 자신이 북해빙궁의 사군자라는 신분을 밝혔고 앞으로 다가올 잠마동주와의 일전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기에 미리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다. 궁아라가 한참 단검을 닫고 있는데 그녀의 방 창문으로 붉은 매 한 마리가 들어왔다. 붉은 매는 천상루에서도 긴급을 다투는 경우에만 이용하는 전신구였다. 궁아라는 매의 다리에 묶인 죽통에서 작은 쪽지를 꺼내 보았다. 쪽지에는 무림맹의 동향에 대해 적혀있었고 추신으로 빨리 피하라는 부탁도 쓰여 있었다. 궁아라는 당장 아군과 십이사에게 천상루의 소식을 전했고, 십이사는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무림맹에서 우리들을 무림공적으로 몰아붙이며 우릴 잡기 위해 출발했다고 합니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나 신속한 조치군요. 제 예상으로는 마령단의 독이 발작할 때를 노려 쳐들어올지 알았는데........마음이 급했던 모양이네.”




마수는 부채를 만지작거리며 피식 웃으며 이야기한다.




“오향이 전부 출발했다고 합니다. 인원이 이천오백이 넘는다고 하니 걱정이군요. 어떻게 할까요. 천상루에서는 무조건 피하라고 하는데........”


“도망치자는 말이야. 안되지. 적에게 등을 보이는 짓은 죽어도 못해.”




도치가 성질을 내며 이야기한다. 다시 마수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도망칠만한 곳이 있나요. 어디로 갈까요. 중원은 무림맹 때문에 안 되고.......신강은 배화교의 근거지니 호랑이 아가리에 들어가는 꼴이고.......북해, 남만, 서강 모두 배화교에 협력하는 세력들이 있는 곳입니다. 우리가 도망칠만한 곳이 없다는 거죠. 그리고 배화교가 도망치도록 내버려두지도 않을 겁니다. 세상 끝까지라도 따라와서 죽이려 들겠죠.”


“그럼 마수님의 의견은 뭐죠. 싸우자는 겁니까?”


“소나기는 피해야합니다. 일단 개봉에서 도망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방금 도망칠 곳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그런데 또 도망치자는 말은 뭐죠.”


“이곳 개봉객잔의 바로 옆에는 개방의 총타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싸우다가는 개방의 거지들까지 우릴 공격하는데 가담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우리는 잠마동주의 의도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잠마동주는 우리에게 마령단의 독을 억제하는 약을 있다는 걸 모릅니다. 즉~ 길게 잡아도 스무날 정도만 지나면 마령단 때문에 어차피 죽을 놈들인데 왜 이렇게 서둘러 죽이려 하는지 그 의도를 생각해 봐야겠죠.”


“그거야 우리가 자기들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우리가 떠벌리면 잠마동주 놈도 곤란해지지 않겠어.”




악무룡이 마수를 보며 질문했다. 마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단순한 이유는 아닐 겁니다. 그리고 우리도 쉽게 잠마동주의 비밀을 발설하지는 못해요. 여러분도 아시잖아요. 우리는 그동안 잠마동주의 명령에 의해 흑백양도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무림명숙들을 죽였습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이 잠마동주에 의해 바꿔치기 당해 우리가 그런 짓을 했는지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을 우리가 죽었다고 하면 다들 미쳤다고 하겠죠. 그래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모든 비밀을 폭로했다고 치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말을 믿어준다고 치죠..........잠마동주도 피해를 보겠지만 우리도 무사하진 못할 합니다. 이런 사정을 잠마동주도 모르진 않을 겁니다. 그런데도 서둘러 우릴 처리하려 하는 데는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겁니다.”


“답답하군요. 그냥 속 시원하게 말씀하세요. 대체 그들의 의도가 뭐죠.”


“혼란입니다. 우리가 무림맹의 무사들을 죽이게 되면........우리는 완벽하게 무림공적이 되는 겁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어지죠. 또한 우리가 무림맹의 무사들을 죽이게 되면 각대문파에서 들고 일어날 겁니다. 자파의 인물들이 우리 손에 죽었으니 가만있지 않겠죠. 잠마동주는 이걸 노리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일단은 도망치자는 겁니다. 잠마동주의 뜻대로 움직여줄 순 없다는 거죠.”


“잠깐만.......계속 도망치자는 말만 하는데..........도망치는 것만이 상책은 아니잖아요. 다른 방법은 없나요.”




아군이 마수에게 물어보자 마수가 빙긋 웃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런 질문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희망사항이지만 이런 방법은 있습니다. 우리가 무림맹으로 쳐들어가서 현재의 잠마동주인 배화교의 삼공자를 잡는 겁니다. 그리고 잠마동주와 배화교의 음모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거죠. 그게 우리가 살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마수의 말이 끝나자 모든 십이사가 잠시 침묵에 빠졌다. 무림맹으로 쳐들어가자는 말은 호랑이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자는 말과 같다. 무림맹은 배화교에 완전히 장악되어 배화교 중원 침공의 발판이 되는 곳이다.




“방법이 나왔군. 그럼 뭘 망설이는 거야. 당장 무림맹으로 쳐들어가자.”


“그래 가끔은 도치가 바른말 할 때도 있구나. 자! 다들 일어나. 여기서 죽치고 있어도 답이 없어. 죽이 돼든 밥이 돼든 한번 해보자!”




도치와 악무룡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 앉아보세요. 제가 한말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입니다. 우리가 무림맹으로 이동하면 잠마동주가 가만있겠습니까? 무슨 짓을 해서라도 우릴 저지하려 할 겁니다. 아니죠. 총력을 다 해서 우릴 죽이려 들겠죠.”


“지옥 같은 잠마동에서도 살아남은 우리야. 우리가 쉽게 죽은 놈들은 아니지. 그리고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라........매력적인 도전 아닌가? 하하하하~”




말을 하는 이막수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난다. 




“우리는 이미 잠마동에서 죽은 사람들이야. 지금의 삶은 여벌의 삶이지. 당장 죽어도 미련 따위는 없다. 대신 잠마동에서 죽어간 동료들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반드시 잠마동주는 죽어야 한다. 나도 무림맹으로 가는 것에 찬성한다.”




말없이 묵묵히 듣고만 있던 사우가 한마디 한다. 사우의 목소리는 차가운 인상만큼이나 감정이 실리지 않는 메마른 목소리였다. 그동안 사우가 말이 없어서 사우와 같은 조였던 악무룡을 제외하고 다른 십이사들은 사우를 벙어리로 알았다. 그런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나도 찬성이다. 개인적으로 해야 할일이 있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야. 나도 무림맹으로 가겠다.”




금막비도 무림맹으로 가는 것에 찬성한다. 아군이 보기에 대부분 사람들이 불가능한 도전이라도 무림맹으로 쳐들어가자는 분위기다. 




“남자 분들은 모두 찬성하는 모양인데.......여자 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바늘 가는데 실이 따라가야죠. 저도 찬성합니다.”




이막수와 연을 맺은 유미림은 이막수와 함께라면 지옥 끝까지라도 함께 가겠다는 태도다.




“곽지향님.........아직까지 말씀이 없군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미 결정된 사항 아닌가요. 저도 십이사의 일원입니다. 당연히 가야죠.”


“저기...........수혜아가씨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배화교와 연관 있는 놈들을 죽이는 일이라면 무조건 한다. 가겠다.”




수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짧은 답변이다. 아군은 속으로 한숨을 쉬고 다른 사람들 둘려보며 입을 열었다.




“더 이상의 논의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이 무림맹으로 쳐들어가서 잠마동주를 잡아 그들의 음모를 만천하에 밝히자는 의견입니다........여러분의 의견에 따라 우리는 무림맹으로 갑니다.........각자 준비할 것들이 있을 겁니다. 출발은 오후에 하겠습니다. 준비가 끝나면 모두 객점으로 내려오세요.”


“자자~ 그럼 모두 준비하자.......나는 도끼나 몇 자루 더 준비해야겠군.


“나도 그동안 만들어 놓은 벽력탄이나 챙겨야겠다. 물론 소이타도 챙겨야지.”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목표는 정해졌다. 무림맹으로 가는 것이다. 




아군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품속에 있던 설비를 꺼냈다. 설비는 무림 십대기병의 하나로 하후소하가 정표의 준 물건이다. 아군이 설비를 꺼낸 이유는 음양검법 때문이다. 저번에 천마마련에서 시험해 보았지만 일반 검은 수라기와 음양검법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터져버린다. 음양검법은 바로 벽궁세가의 지하에서 발견한 백제의 호신무공으로 수라기나 수라마령신공과 비슷하지만 힘의 집중이나 파괴력에서는 수라마령신공을 능가하는 무공이었다. 다만 문제는 음양검법의 파괴력을 견디는 검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천마마련에서 아군이 음양검법을 펼쳤던 검도 무정혈검의 검으로 명검의 반열에 있던 검이었다. 그런데도 음양검법의 제일식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 것이다. 궁아라는 설비라면 음양검법의 파괴력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십대기병에 속하는 전설의 병기이니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일 검이 잘못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하후소하에게 할말이 없게 된다. 아군은 다시 검을 갈무리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해서 안 되겠다. 음양검법까지 사용해야하는 경우가 없기를 바랄뿐이다. 궁아라는 다독마의가 제조한 약을 십이사에게 나누어주었다. 이제 출발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처럼 한가한 시간에 미리 전해주는 것이 좋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궁아라는 수혜의 방으로 들어갔다. 수혜는 침상에 앉아 검을 손질하고 있었다. 수혜는 검마관을 출관한 사람이다. 잠마동주는 그녀를 삼사라고 했다. 십이사 중에서 세 번째로 강하다는 의미다. 




“무슨 일이죠.”


“다독마의가 제조한 약을 전해주려 왔어요. 조금 있으면 무림맹으로 출발하니 각자 미리미리 챙겨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요.”


“고마워요. 탁자에 놓고 가세요.”




수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궁아라는 약을 탁자에 놓고 돌아선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등 뒤에서 수혜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돌아섰던 궁아라가 다시 돌아섰다.




“물어보세요.”


“아군은 잠마동에서의 일을 알고 있나요.”


“어떤 일을 말씀하시는 거죠.”


“당신은 아군을 죽이려 했던 여자에요. 그 사실을 아군이 알고 있는지 묻는 겁니다.”




궁아라는 씁쓸하게 웃었다. 수혜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아군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게 아니면 너도 당해보라는 심보일까? 




“모르고 있어요.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죠.”


“뻔뻔하군요.........하지만 당신을 탓하진 않겠어요. 내가 당신 입장이라도 말하지 않았겠죠. 미안해요. 이런 질문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데.......”




궁아라는 수혜의 말에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는다. 아군을 믿기 때문이다. 설렁 아군이 잠마동에서의 일을 안다고 해도 자신을 버릴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을 사랑한다. 궁아라는 그렇게 믿고 있다. 




“또 궁금한 것이 있나요.”


“흡정마녀의 무공..........당신도 익히고 있지 않나요.”


“익히고 있어요. 그것도 극성으로 익히고 있죠.”


“그런데 당신은 왜 티가 안 나는 거죠.”


“무슨 말이죠.......아~ 신체적인 변화를 말하는 거군요. 제는 극성으로 익히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평범해진 겁니다. 당신의 소녀미혼공은 오성수준일 겁니다. 제가 잠마동에서 향상 구석에 쭈그리고 있었던 거 기억하세요........그때 제가 팔성수준 이였죠. 사람들이 나만 보며 넋이 빠지고 무조건 달려들기 때문에 아예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도록 숨어 지냈던 거죠. 소녀미혼공이 삼성에 이르면 서서히 변화가 와요. 그리고 십성에 이르기 전까지는 지금의 당신과 같은 모습으로 변하게 되죠.”


“그럼 십성까지 익혀야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말씀인가요.”


“십성에 이르면 요사한 기운을 몸에 갈무리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극성에 이르게 되면 신체의 변화까지 안으로 갈무리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당신은 속성으로 소녀미혼공을 십성까지 익히려 했고, 그 방법으로 잠마동에서 소녀흡인심공으로 남자의 정기를 흡수했던 거군요.”


“그게 소녀미혼공을 속성으로 연성하는 방법입니다. 그것보다 더 빠른 방법도 있어요. 내공이 높은 사람이나 정력이 전륜한 사람의 정기를 흡수하면 최단기간에 십성까지 연성할 수 있습니다.”


“음~..............좋은 정보 고마워요.”


“한 가지 빼먹은 것이 있어요. 흡정마녀의 무공은 천상루를 통해 잠마동에 들어간 무공입니다. 그런데 잠마동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누락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소녀흡인공이죠. 소녀흡인공 중에는 상대방을 제압하는 섭혼공이 포함되어 있었고 직접적인 성행위 없이도 남자의 정기를 흡수할 수 있는 구결이 있었어요. 그런데 잠마동에서 보았던 흡정마녀의 무공은 그 부분이 누락되어 있더군요. 혹시 지금이라도 당신에게 필요하며 제가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수혜는 검을 닫다 말고 궁아라를 노려보았다. 궁아라는 무슨 의도로 그런 친절을 베풀겠다는 것일까? 자신을 도와주려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놀리는 것일까? 승자의 여유인가? 아니면 자신을 동정하는 것인가? 자존심이 상한다. 궁아라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 




“고마워요. 하지만 사양하고 싶군요.”




궁아라는 수혜의 표정을 보고 쓰게 웃었다. 수혜가 오해는 하는 모양이다. 자신은 같은 여자입장에서 수혜를 돕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수혜는 자신을 놀리는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궁아라는 돌아섰다. 거부하는 상대에게 억지로 알려 줄 수는 없지 않는가?




“언제라도 마음이 바뀌면 이야기하세요. 그럼 저 이만 갑니다.”


“저기.........아군은.........좋은 녀석입니다. 행복하게 해주세요. 만일 다시 한번 잠마동에서와 같은 일이 벌어지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어요.”




궁아라는 이번에는 돌아보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아군을 목숨보다 더 사랑해요. 그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접니다.”




궁아라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수혜는 손질하던 검을 내리고 궁아라가 살아진 문 쪽을 바라본다. 그녀는 아군을 정말 사랑하는 것일까? 그냥 하는 말 같지는 않다. 아군의 어떤 점을 보았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목숨보다 사랑한다는 것일까? 자신은 아군을 사랑하는 걸까? 생각해 보면 자신은 지금까지 아군에게 받기만 했다. 어려서부터 아군은 향상 자신의 겉을 지켜주며 자신이 해달라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었다. 받는 것에 익숙해진 자신은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자신은 아군을 하인이상으로 생각지 않았는지 모른다. 집안이 멸문지화를 당하고 고난을 세월을 보낼 때도 아군은 향상 자신을 지켜주었고, 자신은 아군을 의지하며 투정이나 부리는 못된 여자였다. 잠마동에서도 아군은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 자신을 지켜주었다. 만일 아군이 없었다면 잠마동에서 죽었을 것이다. 아군과 헤어지기 마지막 날.........자신은 아군에게 순결을 주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아군을 사랑하고 아군을 위해 자신의 순결을 주었다기보다는 뜨거워진 자신의 육체를 주체하지 못해 아군을 강간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은 향상 아군에게 받기만 했지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궁아라를 보면 어떤가? 그녀는 북해빙궁의 사군자라는 신분까지 포기하면서 아군을 선택했고, 아군을 목숨보다 더 사랑한다고 했다. 과연 자신은 아군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군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것일까? 수혜는 궁아라를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한다.




십이사가 하나하나 객점으로 모여들었다. 아군과 궁아라가 객점으로 내려가니 다른 십이사는 객점에 모여 있었다. 다들 각자 준비를 끝내고 모인 것이다. 아군이 도착하자 식사가 준비되었고, 식사를 마친 십이사들은 객점에서 건량을 챙기고 무림맹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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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의 오향주들은 배화교가 바꿔치기한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명목상 무림맹의 맹주인 반각대사의 명령에 따라 십이사를 처리하기 위해 개봉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무림맹에서는 개봉에 있는 개방총타에 전신구를 띄웠다. 무림공적인 십이사가 개봉에 있고 무림맹의 무사들이 그들을 잡기 위해 출발했으니 십이사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길을 봉쇄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개방의 총타에 무림맹의 전신구가 도착한 시간은 점심시간이 지난 후였다. 개방 총타에 있는 회의실에 개방 방주와 취걸개 그리고 장로들이 모여 있었다. 그때 방도하나가 급하게 회의실로 들어왔다.




“무림맹에서 이번에 무림공적으로 지목된 십이사를 붙잡아 두라는 전신구가 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회의실로 들어온 방도가 무림맹의 소식을 전하자 방주는 귀찮다는 표정이다.




“지금 천마마련에 대한 일로 장로님들과 상의 중이다. 그냥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방주.......혹시 십이사라면 요즘 개봉 객잔에 투숙하고 있다는 이상한 녀석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요.”




취걸개가 방주에서 물어보니 방주는 모르고 있는 눈치고 무림맹의 소식을 전하려 들어온 녀석이 방주 대신 대답했다.




“맞습니다. 그놈들입니다.”


“그럼~ 우리는 나서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소. 내가 보기에 그놈들은 결코 만만한 녀석들이 아니요.........그리고 우리 일도 급하오. 그냥 놈들의 행방이나 조사해서 무림맹에 알려주도록 하시오.”




방주는 취걸개의 말대로 십이사들의 행방을 조사해서 무림맹에 알려주도록 조치했다. 취걸개는 개방의 태상장로로 감히 방주라도 취걸개의 의견은 무식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무림맹의 오향은 십이사를 잡으려 개봉으로 출발했고...........십이사들은 무림맹에 숨어있는 잠마동주을 잡기 위해 무림맹으로 출발했다........그리고 개방은 십이사를 감시하고 있었다. 무림에 서서히 혈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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