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뇌정풍운(雷霆風雲) - 11부

본문

낙약란이 돌아가고 혼자 남은 이현성은 연공실에서 자신의 무공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가 이곳에 와서 익힌 것은 뇌정천왕의 복마대구식과 뇌정심결뿐이다. 하지만 그것도 완벽은커녕 반쪽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와 같은 낮은 수준의 무공으로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이현성 자신은 용정혈지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차원이동의 효과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의 내공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그에게 있어서 용정혈지로 인해 생긴 막대한 내력은 돼지 목에 진주나 마찬가지였다고 할 수 있다. 차원이동에 의해 생긴 마이스너 효과가 아니었다면 그는 진작에 죽은 목숨이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자신의 몸속을 관조했다. 이는 지난 몇 개월간의 운기를 통해 요 근래에야 겨우 가능해진 것으로 비로소 제대로 된 운기행공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이현성은 혈도의 위치만 겨우 외우고, 꿈틀거리는 기운을 호흡에 따라 자연스럽게 순환하도록 놓아둘 수밖에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 자신의 신체 내부가 그림처럼 그려졌다. 단전에 서 빛나고 있는 하얀 빛은 그 자신의 내력이 틀림없으리라. 하지만 기가 통하는 혈맥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잠력(潛力)은 단전에 자리 잡은 내력의 수십배는 될 듯 보였다. 




“일단 이 기운들을 단전에 모아야겠지..”




그는 내심 중얼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운기를 시작했다. 미약했던 진기가 혈도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점점 그 크기를 불려갔다. 몇 번의 소주천을 했을까, 혈맥 속에 잠들어 있던 기운이 조금씩 그의 내력으로 스며들었다. 하지만 그 양은 미약하기 그지없어 이 상태로는 평생을 해도 모든 잠력을 흡수할 수 없을 것이란 걸 이현성도 알고 있었다. 




지금 이현성이 시도하려 하는 것은 뇌정복마심결을 운용하는 것이었다. 처음에 이 세계로 와서 몇 번 시도했다가 실패한 뒤로는 포기하고 있던 그였지만, 매부용을 구하면서 하게 된 청년과의 싸움에서 확실히 느꼈다. 이대로 어영부영하고 있다가는 시류에 휩쓸려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순식간이라는 것을...




자신은 착각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마치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여기고, 연기처럼, 유희를 하듯 이 세상에 자신을 맞춰 온 것이다.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 이렇게 살다간 진짜로 죽는다는 걸. 자신이 처한 세계는 여복이 가득한 살색 무협지 세계가 아니라, 피와 죽음이 난무하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 죽음은 자신이라고 비껴가지 않는다.




-천지가 합일되면 음양이 조화되며 하나의 벽력을 낳으니 그것이 바로 뇌정(雷霆)이라.-




‘뇌는 목기이니 행공을 할 때에는 목, 화, 토, 금, 수의 순서로 해야 한다. 복마뇌정심결은 단전이 아닌 소상에서부터 운기가 시작되는 데 그 행로는 수태음폐경을 따라 정목혈인 소상에서부터 어제, 태연, 경거, 척택.....’




뇌온려가 읽어주었던 뇌정복마심결의 구결들을 하나씩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잔잔히 흐르던 내기가 요동치기 시작하며, 전신의 혈맥에 아련한 고통이 떠오르며 땀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언제나 이쯤에서 심법의 운용을 그만두곤 했었던 이현성은 이빨을 꽉 깨물었다.




-부르르




이현성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뇌정심결에 따라 흐르기 시작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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