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113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113(애증(愛憎)의 그림자)-1




천마마련이 있는 장사를 벗어난 풍운은 악양으로 향하고 있었다. 천마마련에 오기 전에 악양에서 배화교의 흑풍대와 혈영대를 보았기 때문이다. 배화교 놈들이 무슨 목적으로 중원 깊숙이 악양까지 들어온 것일까? 막말로 단체로 악양을 구경하려고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언가 음모가 있을 것이다. 아직 다른 사호팔랑과의 약속이 한달정도 남았지만 미리 배화교의 음모를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어차피 요동으로 가고 있으니 지나는 길에 악양을 들려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풍운은 령하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아무리 극마지경에 들었다고 하지만 음양비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극심한 내력소모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풍운은 숨을 크게 한번 들이마시고 주위를 살펴본다. 길가에 늘어선 나뭇가지에 파릇파릇한 새싹이 올라오고 있다. 또한 얼어붙은 동토(凍土)가 따뜻한 봄바람에 녹아내려 말랑말랑해진 대지에는 새로운 꿈과 희망을 품은 새싹들이 솟아나고 있다. 차가운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온 것이다. 풍운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주위를 살펴보며 봄을 만끽한다. 오랜만에 한가한 한때를 보내는 것이다. 




풍운은 광활하게 펼쳐진 들판을 지나고 있었다. 들판에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이 한가로이 풀을 띄고 있다가 멀리서 들려오는 말발굽소리에 화들짝 놀라 숲 속으로 숨어버린다. 풍운은 봄바람에 날리는 머리를 정돈하며 말발굽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니 멀리서 붉은 빛의 말 한 마리가 들판을 가로질려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 말을 타고 붉은 말을 쫒고 있는 소녀가 보인다.




“흑선(黑線)..........빨리 달려.........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저놈을 잡아야 해.”




붉은말을 쫒고 있는 소녀는 밧줄을 들고 있었다. 아마도 붉은 말을 잡으려는 모양이다. 풍운은 소녀와 붉은말의 추격전을 한가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들판을 달리던 붉은말이 풍운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다. 풍운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은연중 풍기는 살기를 제거하고 자연과 하나가 된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적대감, 미움, 살기, 공포 등의 감정을 은연중 풍기게 된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동화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감정의 찌꺼기를 제거하고 순순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풍운은 어릴 적에 장백산에서 동물들과 뛰어놀던 기억을 떠올리며 감정의 찌꺼기를 털어버린다.




“이봐........피해. 위험해.”




멀리서 달려오는 소녀는 멍청하게(?) 서있는 풍운을 발견하고 피하라고 소리를 지른다. 붉은말이 풍운의 정면으로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풍운이 피하지 않으면 크게 다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소녀의 경고에도 풍운은 움직이지 않는다. 




“바보야.........피하란 말이야.”




소녀는 눈을 감는다. 순간적으로 붉은말의 말발굽에 풍운이 짓밟히는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풍운을 향해 달려오던 붉은말은 속도를 멈추고 풍운을 살펴보더니 풍운의 뒤로 숨는다. 풍운 보고 자신을 보호해 달라는 모양이다. 풍운은 자신의 뒤에 숨은 말의 콧잔등을 쓸어주며 말을 진정시킨다.




“푸드........푸드.......히이이엉~” 




말은 기분이 좋은 듯이 풍운의 손에 뺨을 문지른다. 풍운의 앞에 도착한 소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멍하니 풍운과 붉은 말을 쳐다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혈선이 저렇게 얌전할리 없는데........정말 이상하다.”




풍운은 붉은 말의 갈퀴를 쓸어주며 말을 살펴보았다. 말은 온몸이 붉은 털로 반짝거리는 튼튼한 말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관후장이 타고 다녔다는 적토마(赤兎馬)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이봐~ 혈선이 왜 이렇게 얌전해 진거지. 당신이 수작을 부린 거 아냐?




풍운이 앙칼진 소녀의 말에 고개를 돌려 소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소녀도 풍운의 얼굴을 보았다. 소녀는 손에 들고 있던 밧줄을 내려놓고 자신을 눈을 문지른다. 자기 눈이 잘못되어 헛것이 보이는 모양이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남자는 없다. 분명히 헛것이 보이는 것이다. 남자가 저렇게 아름답게 생겼을 리가 없지 않는다? 소녀는 다시 풍운의 얼굴을 보았다.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호수처럼 반짝이는 눈과 화사한 미소가 너무나는 아름다운 사내가 눈앞에 있다. 인간의 아니라 천상의 선인 같다.




“마음을 열면 동물과 친구가 될 수 있어요.”




풍운은 성내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상대가 어린소녀 같았기 때문이다.




“당신........남자야 여자야. 겉으로 보긴 남자가 분명하데.......”


“제가 여자로 보여요. 당연히 남자죠.......그런데 왜 말을 쫒고 있었던 거죠. 말이 떨고 있어요. 당신이 겁나는 모양입니다.”




소녀는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말에서 뛰어내렸다. 




“이름이 뭐지.........난 연희라고 해.”




소녀는 처음부터 반말이더니 풍운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반말로 말한다. 풍운은 괘심한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년이 반말로 지껄인단 말인가? 풍운은 소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제 잘해야 15살 정도 되어 보이는데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통통하게 올라온 볼 살, 그리고 살짝 들어간 보조개로 인해 무척이나 앙증맞고 귀엽게 보인다. 풍운은 피식 웃어버린다. 상대가 너무 귀엽게 생겨서 화내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풍운입니다.”


“풍운?........외모처럼 분위기 있는 이름이네. 참~ 조금 전에 뭐라고 했지. 마음을 열면 동물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했어.”


“순순한 마음으로 동물을 대하면 가능해요.”


“그래?......정말 가능해” 




소녀가 의야한 표정으로 풍운에게 다가오니 풍운의 뒤에 있던 말이 슬금슬금 뒷걸음친다. 소녀가 겁나는 모양이다. 풍운은 말의 등을 두드려주며 말을 진정시킨다. 소녀는 조심스럽게 말에게 다가가 말의 등을 쓰다듬으려했다.




“히이이잉~” 




붉은말은 소녀가 자신을 만지려하자 앞발을 높이 쳐들고 소녀를 공격했고, 깜짝 놀라 풍운은 소녀를 안고 뒤로 물려났다. 붉은말은 풍운과 소녀를 힐긋 쳐다더니 다시 도망쳐버린다.




“저기........이제 됐어........내려줘~” 




풍운의 품에 안긴 소녀는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풍운은 빙긋 웃으며 소녀를 내려주었다. 소녀는 바닥에 내려와서 고개를 숙이더니 발로 흙을 걷어차며 툭툭거린다. 




“치!~ 왜 나는 안 되는 거지.” 


“마음속으로 말을 잡으려 했죠. 동물들은 인간보다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어요. 꼬마아가씨가 자신을 잡으려했기 때문에 도망친 겁니다.”


“뭐야! 꼬마아가씨?.......씨~ 방금 연희 했잖아. 다시 말해줘 주연희.......또 한번 꼬마라고 부르면 용서치 않을 거야.” 




풍운은 연희가 화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큰소리로 웃어버린다.




“하하하~ 알았어요. 꼬마라고 부르지 않을 게요. 그런데 연희아가씨는 왜 붉은말을 잡으려하는 거죠. 저기 검은말도 명마(名馬)잖아요?”


“혈선은 이 지방에서 유명한 야생마로 사람들 말로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적토마의 후손이라고 해. 그래서 잡으려하는 거야.” 


“잡아서 어떻게 하는 거죠. 타고 다닐 겁니까?” 


“글쎄........흑선이 있으니 탈고 굳이 다닐 필요는 없겠지. 사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잡으려했어. 그런데 영약한 놈이 쉽게 잡히지 않는 거야. 그래서 이제는 오기가 생겼어........무슨 짓을 해서라도 저놈을 잡고 말거야.”


“연희 아가씨........말에게도 자신의 삶이 있어요. 저걸 보세요.”




풍운은 멀리서 들판을 달리고 있는 붉은말을 가리킨다. 붉은말은 도망가지 않고 들판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푸른 들판........그리고 들판이 뛰어다니고 있는 붉은말.........낭만적이지 않나요. 사람들은 들판에 핀 아름다운 꽃을 보면 혼자만 볼 욕심에 꽃을 꺾습니다. 하지만 꽃은 곧 시들어 버려요. 이기적인..........”


“그만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아.......고리타분한 학자처럼 설교하려하지 말란 말이야.”




풍운은 쓰게 웃으며 연희를 바라본다. 버릇없는 꼬마다. 꿀밤이라도 한대 때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때 멀리서 말발굽소리가나며 십여 명의 무사들이 달려온다. 




“어라.......저놈들이 여기까지 쫒아왔네..........예쁜 아저씨.......다음에 또 만나.”




연희는 무사들을 발견하지마자 검은 말에 올라타고 무사들이 달려오는 반대쪽으로 달려간다. 잠시 후에 십여 명의 무사들이 풍운의 겉을 지나가며 힐긋 쳐다본다. 




“뭐하고 있는 거야. 빨리 달려.......놓치면 안돼.” 


“빌어먹을.......이런 늘어터진 말로 어떻게 흑선을 쫒아갑니까?” 


“새끼야. 누군 몰라. 그러니까 한눈팔지 말고 달리란 말이야. 새끼야.”


“어휴~ 내 팔자야. 알겠습니다.”




풍운은 멀어지는 연희와 무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악양을 행해 걸어갔다. 




“히이이잉~” 




멀리서 풍운의 주위를 맴돌던 붉은말이 소녀와 무사들이 떠나자 풍운의 겉으로 달려온다. 




“왜 다시 왔어..........다른 사람들에게 잡히기 전에 어서 가.”




풍운은 말의 콧잔등을 쓸어주더니 말의 엉덩이를 때렸다. 그만 가라는 말이다. 하지만 말은 떠나지 않고 풍운의 상체에 머리를 비빈다. 풍운이 좋은 모양이다. 




“미안하다. 너와 좀더 놀아주고 싶지만 갈 길이 바빠서 안돼.” 




풍운은 말을 두고 다시 걸어갔다. 그런데 말이 계속 따라오는 것이다. 풍운은 청풍비행으로 속도를 높인다. 천천히 걸어오던 말도 속도를 높인다. 풍운은 힐긋 뒤를 돌아보다가 수라기를 다리에 집중하고 들판을 가로지른다. 청풍비행은 음양비를 제외하면 무림에서 현존하는 가장 빠른 경공이다. 




“두두두두두~” 




붉은말도 속도를 높여 풍운의 뒤를 쫒아온다. 청풍비행으로 달리는 풍운에게 전혀 뒤쳐지지 않는 속도다. 풍운이 다시 발걸음을 멈추니 말도 급하게 정지하며 풍운의 겉으로 다가온다. 




“하하하~ 이놈 참.......내가 좋으니.......나랑 같이 가고 싶어.”




말은 마치 풍운을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거린다.




“좋아........같이 가자. 대신 나와 같이 다니려면 날 태우고 다녀야해. 그래도 되겠어.”




말은 고개를 흔든다. 풍운을 태우고 다니는 건 싫은 모양이다. 풍운은 피식 웃더니 살짝 뛰어올라 말 등에 올라탔다. 




“히이이잉~” 




말이 앞발을 높이 쳐들며 허리를 비튼다. 한번도 누굴 태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무섭게 날뛰는 것이다. 하지만 풍운이 누구인가? 풍운은 말 갈퀴를 잡고 말 등에 달라붙었다. 말은 풍운이 떨어지지 않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더욱 사납게 날뛰기 시작했다. 풍운은 잠시 고민하다가 살짝 뛰어올라 말에서 내려왔다. 




“봤지.........나도 다른 사람과 똑같아. 너를 길들이려 하잖아. 하지만 네가 나와 함께 다니려면 길들여 져야해. 그건 너도 싫을 거야........그러니까 그냥 야생에서 마음껏 뛰어놀아.”




풍운은 말을 두고 걸어간다. 붉은말은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다시 풍운을 쫒아온다. 




“정말 대책 없는 놈이네........가라고 해도 싫다. 길들여지기도 싫다. 그럼 나보고 어쩌라는 말이야.” 


“하이이잉~” 




말은 풍운의 몸에 얼굴을 비빈다. 




“좋아.........끝까지 가보자는 말이지.” 




풍운은 말 갈퀴를 잡고 발등에 뛰어올랐다. 말은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풍운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팔로 말의 목을 감고 말 등에 달라붙었다. 말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른다. 풍운은 말이 치친 때까지 말 등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말도 이제는 지친 모양이다. 풍운은 말이 얌전해지자 팔을 풀었다. 그런데 다시 말이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영악한 놈이 풍운이 안심할 때를 노렸던 모양이다. 풍운은 쓰게 웃으면 천근추 신법으로 말 등을 눌려버린다. 힘으로 제압하기로 한 것이다. 무섭게 날뛰던 날이 옆으로 쓰려진다. 최후의 방법을 쓰는 모양이다. 풍운은 말이 쓰려지기 전에 말에서 내려왔다. 말은 풍운이 내려오자 벌떡 일어나 도망치려했다. 하지만 풍운은 음양비로 날아올라 다시 말 등에 올라탄다. 말과 풍운의 싸움에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야생마가 길들어지기 위해서는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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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은 밤이 깊어서야 악양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푸드드드” 




붉은말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자작거리로 들어가지 않으려했다.




“안심해........해치지 않아.”




풍운은 붉은말의 갈퀴를 부드럽게 쓸어준다. 풍운은 가까운 있는 객점으로 갔다. 붉은말을 길들이는 과정에서 무리했기 때문에 객점에서 쉬기로 한 것이다.




“어서 오십쇼?”




점소이가 풍운을 발견하고 뛰어나왔다. 풍운은 말에서 내리더니 붉은 말을 직접 마구간으로 끌고 가려 했다.




“손님........말은 저희들에게 맡기시면 됩니다.”


“이놈이 성질이 포악해서 그래요. 제가 직접 묶어놓고 가죠.” 




풍운은 말을 마구간에 집어넣고 점소이에게 충분한 먹이를 주라고 이르고 객점으로 들어갔다.




“주무시고 가실 겁니까?”


“예! 간단한 음식과 목용 물도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먼저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점소이는 풍운을 방으로 안내했다. 풍운이 방에서 기다리자 점소이가 간단한 식사와 목용 물을 가져왔다. 풍운은 먼저 식사를 하고 웃을 벗었다.




“땡그랑~~” 




옷에서 작은 동패가 떨어진다. 풍운은 허리를 굽혀 패를 주었다. 매화가 양각된 작은 동패다. 풍운은 동패를 보자 한 여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혹시 천상루의 도움이 필요하시면 중원에 있는 아무기루나 들어가셔서 이패를 보여주세요. 중원의 있는 대부분의 기루는 천상루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패를 보여주시면 일사님을 도와줄 겁니다.’




천상루의 다정화라는 여인이 패를 주며했던 말이다. 풍운은 패를 탁자에 올려놓고 목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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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에 있는 도치일행이 가장 큰 통나무집에 모여 있었다. 마수가 사람들을 소집한 것이다.




“무슨 일로 보자고 했어.”


“우리가 이곳에 온지도 어느덧 2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곽지향님이나 악무룡님의 부상도 완쾌되었고, 모두들 천빙어와 열화어를 복용하여 이갑자 이상의 내공을 새로 얻었습니다.”


“너희들이나 먹었지. 나와 곽지향님은 먹지도 못했다.”




이막수가 툴툴거린다. 이막수와 곽지향은 빙백마공을 몰라 천빙어와 열화어를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막수님.........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천빙어와 열화어로 약을 만들고 있거든요. 조금만 있으면 완성되니까 그때 드릴게요.”


“정말입니까? 약효는 있는 겁니까?”


“산체로 먹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안 먹는 것보다는 낮겠죠........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하하하~ 그 정도면 만족합니다. 역시 곽지향님이라니까?”




곽지향은 얼어붙은 천빙어와 멸치처럼 말라버린 열화어를 다른 약제와 골고루 섞어서 새로운 영단을 만들고 있었다. 살아있는 상태로 먹는 것보다 효과는 떨어지겠지만 천빙어와 열화어의 독성을 제거한 약이기 때문에 곽지향이나 이막수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마수는 주위를 한번 돌아보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 일사님과 약속한 시간까지 한달이 남았습니다. 오늘은 그동안의 일을 정리하고 미진한 부분을 점검해 보자는 의미에서 여러분을 모이라고 한 겁니다.”


“특별히 점검할 사항도 없잖아.”


“악무룡님은 그동안 화탄을 만들고 계셨죠. 이제 모두 완성된 겁니다.”




악무룡은 그동안 벽련탄과 소이탄을 만들고 있었다. 영창평원의 전투와 무림맹 전투에서 몸에 지니고 있던 모든 화탄을 써버렸기 때문이다. 




“재료는 모두 준비됐어. 열풍이 부는 동굴에 양질의 용암이 있어서 이번에 만들어지는 벽력탄은 지금까지의 벽력탄보다 더욱 위력적 일거야. 그리고 혹시 몰라서 2개의 특별한 화탄을 만들고 있다. 그건 나중에 보여줄게. 아직 구상단계거든.”


“재료준비가 끝났다는 말씀은 이제부터 만들어야 된다는 말씀이죠. 한달 안에 완성할 수 있겠습니까?”


“가능해........재료 준비하는 것이 힘들지 만드는 것은 금방이야.”


“알겠습니다. 금막비님은 암기를 만들고 계셨죠. 모두 완성된 겁니까?”


“암기는 완성됐고 독은 곽지향님과 함께 만들고 있어. 한달 안에 모두 만들 수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도치님.......도치님은 경공과 신법을 익히고 계셨죠. 모두 익히신 겁니까?”


“너도 알잖아. 난 신법에는 소질이 없는 모양이다. 그리도 경공은 이제 웬만큼 익혔다.”


“조금만 더 노력하세요. 경공이나 신법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겁니다.”


“참~ 마수야.......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우리는 잠마동에서 환골탈퇴까지 거쳤고 3갑자 정도의 내공을 가지고 있었어. 또한 천빙어와 열화어를 먹고 2갑자의 내공이 생겼다고 했잖아. 그럼 단순계산으로 우리 내공이 5갑자가 되어야해.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느끼겠지만 우리 내공은 지금도 3갑자 수준이야. 왜 늘어나지 않는 거지. 천빙어와 열화어의 전설이 허황된 전설이 아닐까?”


“우리가 가지고 있던 내공은 대부분 마령단에 의해서 생긴 겁니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마령단은 독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내공은 독의 힘에 의해 생긴 내공으로 순순한 내공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독에 의해 생긴 내공은 독의 공급이 끌어지면 살아지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야. 독공의 고수들 중에는 독을 자양분으로 내공을 쌓는 사람들도 많아.”


“그건 우리의 경우와 틀립니다. 독공고수들은 나름대로의 독문심법을 가지고 있어요. 곽지향이 제 말이 틀렸습니까?”




마수가 독공의 고수인 곽지향에게 물어보았다. 곽지향은 천독심법이라는 독특한 심법을 익히고 있다. 




“마수님 말씀이 맞아요. 제가 천독심법을 익히고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독공고수들도 독문심법을 익히고 있었어. 그리고 여러분이 잘못 알고 부분이 있는데.......독을 자양분 삼아 내공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독에 대한 내성을 키우기 위해 독을 먹는 겁니다. 물론 남만에 있는 흑독애의 독문무공 중에는 사람을 독인(毒人)으로 만드는 무공이 있다고 합니다. 이 경우 몸에는 축적된 독을 내공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령단은 아닙니다. 마령단은 인간의 잠재능력을 끌어올려주는 독약입니다. 제가 독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은.........마령단의 힘을 쓰면.......우리도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마수야........무지하게 복잡하다.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봐~”


“앞뒤 이야기 빼고 그냥 쉽게 설명하죠........우리는 지금 마령단을 먹지 않습니다. 마령단에 의해 생긴 내공은 우리가 마령단을 먹지 않음으로써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대신 천빙어와 열화어에 의해 생긴 내공이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는 겁니다.”


“말이 이상하게 흘려가네........그럼 우리가 천빙어와 열화어를 먹지 않았다면 내공이 줄어들 수도 있었다는 말이잖아.”


“여러분들은 저번에 마령단이 발작했을 때 약간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나요. 아마 저번보다는 고통스럽지 않았을 겁니다.”


“고통에 적응이 됐나보지 뭐~”


“아닙니다. 천빙어의 한기(寒氣)와 열화어의 열기(熱氣)가 마령단의 독을 제거한 겁니다.”


“뭐야..........그럼 우리가 마령단의 족쇄에서 벗어났단 말이야.”


“그건 아닙니다. 천빙어와 열화어가 일정부분 마령단의 독을 제거했지만 완전히 제거한 것은 아닙니다.”


“마수! 네 말은 천빙어와 열화어가 마령단의 독을 제거하면서 마령단에 의해 생긴 내공까지 갈아먹었다는 말이지”


“이막수님의 말씀이 정확합니다.”


“이거야 원........업어 치나 매치나 우리들 내공은 삼갑자에서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말이군.”




도치가 툴툴거리자 마수는 빙그레 웃었다.




“도치님.......무림에서 삼갑지 내공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삼갑자는 누구집 강아지 이름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고 있는 화령마공과 빙백마공을 계속 수련하면 내공은 계속 늘어날 겁니다.


“쩝~ 알았어. 이제 할말은 다 끝났냐?”


“곽지향님이나 다른 분들도 한달이면 모두 준비가 끝나겠죠.”


“당연하지..........걱정하지 마라.”


“좋습니다. 한달이면 긴 시간이 아닙니다. 모두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세요.”


“알았다.......끝났지..........그만 일어난다.”




회의가 끝나자 이막수와 유미림은 자신의 통나무집으로 돌아갔고, 곽지향과 악무룡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다. 그동안 곽지향과 악무룡이 더욱 가까워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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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간단한 식사를 마친 풍운은 붉은말을 끌고 대장간에 가서 말굽을 박고, 안장을 사기 위해 자작거리로 나섰다.




“이름을 하나 붙어주어야 하는데.........무슨 이름이 좋을까? 그래.......꼬마아가씨가 혈선(血線)이라고 했지. 그래 혈선이 좋겠다............혈선........앞으로 너는 혈선이야. 알아지.”




풍운은 붉은말에게 혈선이라는 이름을 붙어주었다. 




“이제 어디로 가지..........그래........배화교에 대해서 알아볼 겸 천상루로 가보자.”




풍운은 말안장을 사고 말머리를 돌려서 천상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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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풍운과 헤어진 제갈무경과 설란도 악양에 머물며 배화교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배화교도들은 악양에 머물며 배를 사들이고 있다. 그들이 무슨 목적으로 배를 구입했는지는 아직 모른다. 제갈무경은 자신을 호위하던 무사일부에게 배화교도들을 감시하게 하고 자신은 객점에 머물고 있었다. 객점의 창가에 앉아있던 무경은 붉은말을 타고 가는 풍운을 발견했다. 풍운이 역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었던 모양이다.




“란아.........란이야.”




무경의 다급한 부름에 옆방에 있던 란이 달려왔다.




“부르셨어요.”


“저기 저 사람보이지.”




란이가 창밖을 내다보니 붉은 말을 탄 사내의 뒷모습이 보인다.




“저기 붉은말을 타고 있는 사람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풍운님이야.........어서 가서 모셔와~”


“예? 풍운.........님이요?”


“그래 풍운님이라니까.”


“지금 저보고 데려오란 말씀이세요.”


“응~ 빨리 서둘러.”




란이는 무경의 말에도 뭉그적거리며 움직이지 않는다. 




“내말 안 들려........알았어. 그럼 내가 간다.”




무경이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자신이 풍운을 쫒아갈 모양이다. 




“아~ 알았어요. 제가 갈게요. 아가씨는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란은 할 수 없이 면사를 쓰고 창밖으로 몸을 날린다. 풍운이 저만치 가고 있기 때문에 계단을 이용하다가는 풍운을 놓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풍운은 사람이 많은 자작거리를 빠져나오자 천상루를 향해 달려갔다. 역시 혈선은 적토마의 후손이라는 말답게 달리는 속도가 엄청나다. 마치 풍운이 청풍비행으로 달려가는 속도와 비슷한 것이다. 




객점을 출발한 란은 풍운의 뒤를 쫒고 있었다.




“이런.........너무 빠르잖아.”




란은 속으로 중얼거리면 전력을 다해 풍운의 뒤를 쫒는다. 하지만 혈선이 너무 빠르기 때문에 점점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란은 풍운을 따라가면 갈등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내력을 모야 풍운을 부를 수도 있다. 앞에 달려가는 사람이 풍운이 확실하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만일 무경이 잘못 본 거라면 창피를 당할 것이다. 그리고 풍운이 확실하다고 해도 문제가 있다. 무경은 무조건 데려오라고 했지만 풍운이 자신의 말을 들어줄지도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풍운이 싫다고 하면 대책이 없다. 란이가 고민하고 있는 사이 풍운은 거대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란은 풍운이 멈춘 곳이 천상루라는 것을 알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서...........설마.........”




란은 입술을 깨물고 풍운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란은 풍운이 천상루를 치나칠 것이라 믿었다. 무경이 사랑하는 남자가 기루나 드나드는 남자일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간절한 바람과는 반대로 풍운은 천상루도 들어가고 있었다.




“저질.........내가 이럴 줄 알았어.”




란은 끌어 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참는다. 왜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풍운이 기루에 가든 말든 자신과는 상관없지 않는가? 그리고 대부분의 남자들이 기루라는 곳을 즐겨 찾는 다는 것을 알고 있다. 풍운이 기루에 가는 것이 특별할 것도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화가 난다. 그는 깨끗하고 고고해야 한다. 무경이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란은 한동안 고민하더니 발걸음을 돌린다. 천상루까지 쫒아갈 용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됐어. 왜 혼자 왔어.”


“죄송해요. 놓쳤습니다.”


“뭐~ 놓쳐?...........내가 그래서 서두르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모두 제 불찰입니다.”




란이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자 무경은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다.




“휴~ 미안해.......화내서..........어쩔 수 없지........수고했다.”




란은 무경에게 풍운이 천상루에 갔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천상루에 들어간 남자가 풍운이라는 증거는 없다. 자기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무경이 알면 충격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계속>>






----------- 작가 주 --------------




** 적토마 [赤兎馬] : 중국의 삼국시대에 관우(關羽)가 타던 말로 길이가 1장(丈)이고 키가 8척(尺)이었다고 한다.




중국의 삼국시대 촉(蜀)나라의 무장 관우가 타던 명마(名馬)로, 하루에 1,000리를 간다고 한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는 온몸이 숯불처럼 붉고, 잡털이 하나도 없으며, 머리에서 꼬리까지의 길이가 1장(丈)이고 키가 8척(尺)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원래 동탁(董卓)의 소유였으나 여포(呂布)를 회유하기 위해 미끼로 주어졌는데, 여포는 이에 감격하여 의부(義父) 정원을 살해하고 동탁의 수하로 들어갔다. 뒷날 여포가 조조(曹操)에게 생포되어 죽은 후, 조조가 소유하고 있다가 다시 관우에게 주어졌다. 이후 늘 관우와 함께하다가 관우가 마충(馬忠)에게 생포되어 죽은 후 마충의 소유가 되었으나 먹이를 거부하고 따라 죽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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