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1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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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112(마도(魔道)의 길)-17




보름간의 고된 훈련을 마친 하벽을 위해 풍운은 밤이 깊도록 추궁과혈을 통해 하벽의 피로를 풀어주었고, 하벽은 새벽이 되자 운기행공을 통해 탁기(濁氣)를 몰아내고 마지막 결전의 준비를 마쳤다. 하벽이 모든 준비를 끝내자 풍운도 운기행공으로 보름간의 강행군으로 쌓인 피로를 풀고 있고 있는데, 금검비검을 비롯한 하벽의 가족들이 찾아왔다. 풍운이 운기행공을 마치자 모든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묘향부인은 그동안 벽하를 통해 하벽과 풍운의 소식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풍운이 들어오자마자 풍운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동안 풍운이 하벽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고 많았네.”


“수고할 것도 없습니다. 당연한 일을 한 것뿐입니다.”


“보름동안 얼굴도 안 비치시더니 이제 끝나니까 오시는 겁니까?”




하벽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가족에게 따진다. 하벽의 말대로 금검비검과 묘향부인 그리고 마마검제는 지난 보름동안 하벽의 처소에 얼굴도 비치지 않았다. 자신들이 나타나면 아직까지도 남에게 의지하려는 경향이 남아있는 하벽이 약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마검제나 금검비검은 빙긋 웃으며 하벽의 달라진 모습을 살펴보았다. 보름 전에는 뼈에 가죽만 씌어놓은 것 것처럼 시체와 다름없던 하벽이, 지금은 벽하와 풍운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볼에 살도 오르고 혈색도 많이 좋아졌으며, 몸에서 풍기는 기도(氣度) 또한 보름 전과는 확연히 틀려져 이제는 검(劍)이나 산(山)처럼 날카롭고 장대한 기도를 풍기고 있다. 




“벽하를 통해서 계속 듣고 있었다. 우리 하벽이도 그동안 수고 많았다.”


“하하하~ 매제나 벽하가 고생했죠. 저야 주는 죽이나 먹고 매제가 알려주는 무공이나 배우고 있었는걸요.”


“그래!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나나 운랑아 오빠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그동안 불만이 가득하더니 이제 우리의 정성을 알아주는 모양이네.”


“저놈의 계집에는 입이 망정이야..........그냥 입 다물고 있으면 고맙다는 말이라도 듣지.”


“뭐야..........오빠~ 이런 식으로 나오지. 내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데.........”


“알았다. 알았어. 내가 말을 말아야지. 매제........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봐. 성격이 좋아. 예쁘기를 해...........그렇다고 음식을 잘 만들어.........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제 보다 좋은 여자 널렸어.........왜 저런 애란 혼인하라고 하는 거야.”


“하하하~ 우리 벽하가 얼마나 예쁜데요.......매제나 좋은 여자 골라요. 전 벽하로 만족합니다.”


“어이구........죽이 척척 맞는구나. 하긴 그러니까 둘이 죽고 못 살겠지.”


“으히히히히~ 오빠.........다음에 보자.......이 원한 꼭~ 복수해 줄게.”


“뭐야.......복수?........누가한테 복수해........나한테........참~ 내가 눈썹이나 까닥할 거 같아.”


“누가 오빠한테 복수한데.......창봉인가 옥선이가.........하여튼 데리고 오기만 해봐~ 내가 가만 둘 것 같아.”


“야~ 여기서 왜 창봉이야기가 나와........너 죽어.”


“그만해라.......할아버지도 계신데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묘향부인이 하벽과 벽하의 싸움이 계속되자 한 마디 한다. 벽하와 하벽은 서로를 마주보며 피식 웃더니 더 이상의 말싸움을 중단했다.




“오늘인가요. 언제 시작하죠.”


“지금쯤이면 비무대의 설치가 끝나고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을 거야.”


“식사하고 출발하면 . 그전에 하벽이에게 전해줄 것이 있다.”




풍운의 물음에 금검비검과 마마검제가 대답하고, 마마검는 올 때 가져온 긴 상자하나를 하벽에게 내밀었다. 하벽이 의아한 표정으로 상자를 열자 상자 속에서 붉은 광체와 함께 도(刀)한 자루가 모습을 드려냈다. 풍운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상자 안을 살펴보니 상자 안에는 도신이 검처럼 얇고 한쪽에만 날이 있는 기형도가 들어있다.




“이건 참마도 아닙니까? 이걸 왜 가져오신 거죠?”


“오늘 비무을 위해 가져왔다. 이걸 가지고 가거라.”




하벽은 잠깐 생각더니 상자를 닫아 다시 마마검제에게 내밀었다. 




“참마도는 본련의 신물인데 제가 어떻게 받겠습니까? 그냥 건위혈검을 사용하겠습니다.”


“예전부터 틈만 나면 참마도를 달라고 조르지 않았느냐?”


“예전에는 참마도의 권위를 몰라 철없이 굴었습니다. 나중에 제힘으로 당당하게 치지하겠습니다.”


“하하하~ 알았다. 그럼 나중에 네가 련주가 되면 가져가거라.”




마마검제는 호탕하게 웃으며 참마도를 갈무리했다. 하벽은 어릴 적에 마마검제에게 참마도를 달라고 조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참마도가 마련주를 상징하는 신물이라는 걸 모르고 단순히 무림십대기병의 하나인 참마도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달라고 졸랐던 것이다. 




“참~ 운이와 벽하도 오늘 비무에 참석하도록 해라.”


“예? 저희들이 참석해도 돼요?” 


“이번기회에 벽하와 운이의 혼인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그게 두 사람에게 좋을 것 같아.”




금검비검의 말에 벽하의 얼굴이 붉어진다. 드디어 마음속으로만 꿈꾸던 일이 현실로 실현되는 것이다. 




“장인어른.........혼인 발표는 천천히 하시죠. 안 그래도 백도 쪽에서 저와 마련의 관계를 오해하고 있는데 저와 벽하가 혼인한다고 발표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최악의 경우 백도에서 들고 일어나 마련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운랑........소하와의 혼인은 공식적으로 발표했잖아요.”




벽하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풍운이 혼인발표를 반대하니 섭섭한 모양이다.




“소하와의 혼인도 사사천교 내에만 발표했지 무림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 아니야.”


“하지만..............”


“벽하야.......우리가 지금 당장 혼인할건 아니잖아. 처남이 먼저 혼인해야지 우리가 혼인하지. 그리고 괜한 오해를 살 필요는 없어. 오해가 풀릴 때까지 비밀로 하자. 그게 모두에게 편해.”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굳이 비밀로 할 필요가 있나요.”


“벽하야...........사위말대로 하자. 우리 가족들이 모두 허락했으니 발표하고 안하고는 상관없잖아. 조금만 더 기다리자.”




벽하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지만 풍운과 아버지과 설득하니 그들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무림에서는 사호팔랑과 흑도 무림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심지어 사호팔랑의 배후가 천마마련과 사사천교라고 단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메지 말란 속담이 있다. 괜한 오해를 불려 일으킬 행동은 하지 말라는 말이다. 벽하와 풍운이 혼인한다고 하면 무림인들은 무림맹이 퍼트린 거짓소문을 진실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럼 문제가 심각해진다. 사화팔랑은 백도무림인들의 연합체인 무림맹을 초토화시켰으니 백도 무림은 당연히 사호팔랑을 비롯한 그 배후세력에게 복수하려 하려 한다. 아직까지는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백도 무림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삐끗하는 날에는 40년 전의 흑백대전 같은 엄청난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배화교가 호시탐탐 중원 무림을 노리고 있는 마당에, 흑백 양도가 전쟁을 벌인다면 그것은 동반자살 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벽하도 이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풍운의 뜻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가족들의 식사가 끝나고 금검비검과 마마검제가 비무대가 있는 연무장으로 출발했고 묘향부인도 하벽의 손을 잡아주고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풍운은 비무대로 출발하기에 앞서 역용을 풀었다. 지금까지 하벽으로 역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하벽일행도 비무대가 설치된 연무장으로 출발했다. 연무장 중간에 비무대가 보이고 비무대 주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다들 하벽과 소행표의 비무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인 모양이다. 




“하벽공자님이 나타나셨다.”




무사 한명이 하벽을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풍운일행에게 쏠렸다. 하벽의 왼쪽에는 분홍색 궁장을 입은 아름다운 벽하가 걷어오고 있었고, 오른쪽에는 오히려 벽하보다 아름다운 하얀 무복을 입은 남자가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하벽이나 벽하보다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풍운에게 집중되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외모라 사람인지도 의심스럽지만 정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하벽일행이 비무대로 접근하니 비무대 주위에 있던 무사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길을 터 준다.




“모두 주목하세요.........먼저 오늘 비무에 참석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비무의 진행을 맡은 부련주 금검비검입니다.”




금검비검이 간단한 소개와 함께 인사를 하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금검비검에게 쏠렸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오늘 비무는 무정공자 소행표의 도전을 천마공자 초하벽이 받아들임으로 성사된 비무입니다. 자~ 그럼~ 먼저 오늘 비무를 펼칠 주인공들을 소개 합니다. 천마공자 초벽하와 무정공자 소행표는 비무대로 올라올라와 다른 분들께 인사하세요.”




금검비검의 호명에 소행표가 먼저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하벽도 풍운의 한번 쳐다보고 몸을 날려 비무대 위로 올라가니 연무장이 쩌렁쩌렁할 정도로 무사들의 함성소리가 터졌다. 모두들 천마공자와 무정공자의 비무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벽하와 운이는 이쪽으로 오거라’




풍운의 귀에 마마검제의 전음이 파고들었다. 풍운과 벽하가 마마검제가 있는 곳으로 가보니 마마검제 주위에 마련의 장로들과 호법들이 줄지어 앉아있었다. 벽하는 장로와 호법들에게 인사하며 풍운과 함께 마마검제의 뒤에 있는 자리에 앉으려했다. 




“비무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여러분에게 소개할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최근 무림에 혜성같이 등장한 마수마랑과 본련의 초하벽을 소개합니다. 두 사람은 비무대에 올라 다른 분들께 인사하세요.”




막 자리에 앉으려던 풍운은 금검비검이 자신들을 소개하자 벽하의 손을 잡고 음양비로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공중에서 방향을 틀어 비무대 위로 사뿐히 떨어졌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수마랑 풍운이라고 합니다.”




풍운이 비무대에서 무사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그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한 목소리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들의 귀에도 풍운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풍운이 수라기를 끌어올려 목소리가 멀리까지 펴지도록 했기 때문이다. 




“벽하도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풍운에 이어 벽하도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북마련 사람들을 비롯한 마련 무사들은 초하벽과 초벽하 그리고 풍운이 한자리에 나타나자 세 사람의 모습을 번갈아 살펴보았다. 




“초벽하와 마수마랑은 얼마 전에 본련에 도착하여 하벽의 처소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저기 있는 사람이 마수마랑이 확실합니까?”


“예 마수마랑 본인이 맞습니다.”


“부련주님........벽하공녀와 마수마랑이 얼마 전에 도착했다고 말씀하셨죠. 그걸 왜 지금 말씀하시는 거죠? 마수마랑은 무림공적입니다. 본련이 무엇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보호해하고 있는 겁니까? 무림에서는 우리와 사호팔랑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수마랑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우리도 그들과 한통속이라고 의심받을 것이 뻔하지 않습니까?”






북마련 쪽에 있던 사람이 금검비검에게 따지듯 질문한다.




“마련에 볼일이 있어서 들렸습니다. 곧 떠나니 걱정하지 마세요.”




금검비검 대신 풍운이 먼저 대답했다. 북마련쪽 인사들이 다시 무슨 말인가 하려하는데 금검비검이 말을 막는다.




“모두 조용하세요. 오늘 행사는 천마공자와 무정공자의 비무를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여러분에게 미리 밝혔듯이 오늘 비무에서 천마공자가 패하는 경우 초하벽을 차차기련주 후보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자~ 이제 비무를 시작했습니다. 마수마랑과 벽하는 비무대에서 내려가세요.”




금검비검은 다른 질문이 나오기 전에 서둘러 비무을 시작하기로 했다. 풍운과 벽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비무대에서 내려와 마마검제의 뒤에 자리했다. 비무대 위에 있던 금검비검이 하벽과 소행표에게 몇 가지 주위사항을 전하고 내려오자 바로 비무가 시작되었다.




하벽은 건위혈검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 소행표를 바라본다. 소행표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하벽을 자세를 살펴보았다. 분위기가 5년 전과는 달라졌지만 하벽이 확실하다. 보름 전에 보았던 하벽에게 느낀 낮선 분위기가 아니라 예전의 하벽에게 느끼던 친숙한 분위기다.




“소행표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있었어.”




하벽의 목소리를 들은 소행표는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하벽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목소리의 억양이나 말투뿐만 아니라 분위기까지 오년 전의 하벽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잘 있었다. 그동안 주화입마에 빠져있었다고 해서 걱정 많이 했다.”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해라. 네놈이 날 걱정할 놈이냐?”


“미우나 고우나 하나밖에 없는 친구 놈인데 걱정하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그리고 네가 맥없이 죽어버리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 안 그래.”


“하하하~ 눈물나게 고맙다. 하여튼 우린 별난 친구야........차~ 이제 시작해 볼까?”




하벽은 말을 마치고 아수라참마심공의 마기(魔氣)을 끌어올렸다. 소행표는 하벽이 검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 마기만 끌어올리자 바짝 긴장하면 자신도 암흑마공(暗黑魔公)을 끌어올렸다. 암흑마공은 북마련에 전해오는 북명마공(北明魔公)의 하나로 남명마공의 아수라참마심공과 상벽을 이루는 마공심법이다. 천마마련의 무공은 다른 문파와는 달리 하나로 통일된 무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북마련, 남마련, 사대마가별로 독자적인 무공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소행표는 암흑마공을 끌어올리며 하벽의 건위혈검을 주시했다. 하벽이 아직까지도 검을 뽑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벽도 소행표의 검을 주시했다. 소행표가 익히고 있는 북마련의 암흑마검(暗黑魔劍)은 쾌검(快劍)을 위주로 한 검법으로 발검과 동시에 적(敵)을 베어버리는 일대 일의 대결에 유용한 검법이다. 그에 비해 지옥십팔검은 다양한 검리(劍理)를 담고 있는 검법으로 일대 다수의 대결에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검법이다. 




하벽은 비무가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검을 뽑지 않고 있다. 이건 무슨 뜻인가? 소행표의 쾌검을 막아낼 자신이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그사이에 하벽도 발검술과 쾌검술을 익혔단 말인가? 소행표가 암흑마공을 극성까지 끌어올리니 소행표의 주위에도 검은 기류가 뭉클뭉클 피어나 소행표의 모습이 흐릿해 졌다. 하벽이 다시 아수라참마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니 하벽의 등 뒤에 거대한 아수라상이 나타나더니 곧이어 장엄한 장군의 형상으로 변한다. 소행표는 하벽의 모습을 보고 급격하게 흔들렸다. 눈앞에 있는 놈은 하벽이 확실하다. 조금 전에 하벽행세를 하고 다녔다던 벽하의 존재도 확인했고, 자신도 눈앞에 있는 사람이 하벽이란 걸 확인했다. 하벽이 아수라참마심공을 극성까지 끌어올렸다. 이게 말이 되는가? 오년 전의 하벽은 겨우 3성의 아수라참마심공을 익히고 있었고, 오년이란 길 세월동안 주화입마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아수라참마심공을 극성까지 익혔단 말인가? 그럼 보름 전에 보았던 하벽이 가짜가 아니라 진짜였던 말인가? 비무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하벽과 소행표가 뿜어내는 강맹한 강기(剛氣)에 하나둘씩 비무대에서 밀어진다. 잘못해서 두 사람이 뿜어내는 강기에 휩쓸리면 부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소행표의 이마에 한줄기 땀방울이 흐른다. 소행표는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검 한번 휘둘려보지 못하고 패할 것이다. 이미 하벽의 기도에 압도당했기 때문이다. 




“차~ 출(出)” 




검은 연기에 쌓여있던 소행표가 하벽에게 달려오며 검은 빛이 번쩍거린다. 소행표가 발검과 동시에 하벽의 심장을 공격한 것이다. 하벽의 손도 번개처럼 움직이니 하얀 광체가 번쩍인다. 




“깡~~ 깡~~” 




허공에서 불꽃이 일어나며 두 사람의 몸이 어지럽게 엉킨다. 하벽의 심장을 공격하던 소행표의 검이 건위혈검에 막하지 검이 한바퀴 회전하는 것과 동시에 하벽의 자궁혈(목)을 노리고 날아왔다. 하벽은 무릎을 굽혀 소행표의 검을 피하는 동시에 건위혈검으로 소행표의 운문혈(어깨)를 베어왔다. 소행표는 검이 하벽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고 건위혈검이 어깨를 베어오자 오른쪽 다리를 왼쪽다리와 십자로 되게 만든 다음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라 빠르게 회전하며 하벽의 전신을 공격했다. 하벽은 소행표의 어깨를 공격하려던 검을 거두는 것과 동시에 검을 빠르게 회전시켜 검막(劍幕)을 친다.




“깡.........까까까가가가강~” 




검과 검이 충돌하며 허공에서 불꽃이 피어난다. 하벽은 검막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며 두 걸음 물려난 다음, 허공에서 회전하고 있는 소행표의 머리 위로 날아올라 밑으로 떨어지며 건위혈검를 직선으로 베어왔다. 소행표는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하얀 강기를 파히기 위해 천근추 신법으로 바닥을 행해 빠르게 내려갔지만 하얀 강기는 자신이 떨어지는 속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기에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바닥을 구른다. 




“쾅아아앙~” 


“크음~”




비무대 한복판에서 엄청난 폭음과 함께 나무 파편들이 사방으로 날아가면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소행표는 피가 흐르는 어깨를 잡고 비무대 끝에서 일어난다. 하벽의 검을 모두 피하지 못하고 어깨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그만 하자. 승부는 끝났다.”




소행표는 하벽의 말에 이를 악물고 어깨에 있는 혈도를 눌려 피를 멈추게 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힘들게 찾아온 기회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포기할 것 같아.”


“암흑마공이나 암흑마검을 극성까지 익히면 모를까 지금의 네 실력으로는 날 이기지 못해. 그만 포기해라.”


“천만에........아직 끝나지 않았다. 암흑파경~”




소행표의 검에서 수많은 검영(劍影)들이 피어나 해일처럼 하벽을 향해 날아갔다. 하벽은 건위혈검에 내력을 불어넣고 소행표가 만들어낸 검영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해일처럼 밀려오던 소행표의 검영들이 붉게 빛나는 건위혈검에 의해 좌우로 갈라진다. 소행표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모든 내력을 검에 집중하고 자신이 익힌 암흑마공의 최후절초를 펼치니 하벽의 검도 검은 빛으로 반짝거리는가 싶더니 검은 검기(劍氣)가 뻗어 나와 화려한 폭죽처럼 하늘을 수놓으며 하벽을 향해 날아온다. 하벽은 소행표에게 달려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견위혈검에 극성의 마기(魔氣)를 불어 넣었다.




“운랑.........누가 이기고 있는 거죠........오빠가 위험하지는 않나요.”


“무정공자가 무리하는군........음~~ 처남도 이제 끝을 볼 생각이야.”


“오빠가 이기고 있는 거죠.”


“우린 그만 일어나자. 비무는 끝났어.”




풍운은 하벽이의 자세를 보고 그가 지옥십팔검의 제18식인 ‘역천역지’를 펼치려 하는 걸 알수 있었다. 소행표의 실력으로 보아 역천역지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 싸움은 끝난 것이다. 풍운이 벽하와 함께 일어나자 마마검제가 돌아본다.




‘가려느냐?’


‘처남 숙소로 돌아가겠습니다.” “


그래........알았다.”




마마검제도 이미 싸움이 끝났다는 걸 알고 있다. 풍운은 다른 사람들이 비무대를 주목하고 있는 사이에 벽하의 손을 잡고 연무장을 빠져나와 하벽의 숙소로 향했다.




“꽝아아아앙~” 


“크아아악~” 




비무대가 요동치다가 끝내는 자욱한 흙먼지와 함께 나무파편들이 사방으로 날아오른다. 지옥십팔검의 마지막 초식인 역천역지에 의해 비무대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흙먼지가 갈라 앉고 하벽과 소행표의 모습이 드려난다. 하벽은 건위혈검을 늘어트리고 늠늠한 자세로 있었고, 소행표는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한쪽에 꿈틀거리고 있었다.




“우~ 와~~~~ ”




승부를 확인한 무사들의 함성소리가 터진다. 천마공자 초하벽이 압도적인 실력으로 무정공자와의 비무해서 승리한 것이다. 하벽은 검을 거두고 비무대에서 내려했고, 북마련 쪽들은 금검비검의 눈치를 보다가 몇 사람이 비무대로 올라가 소행표를 살펴보았다. 소행표의 몸은 걸레처럼 변해버렸고, 온몸에서 피를 분수처럼 솟구치고 있었다. 냉혈혈화는 소행표의 맥을 짚어보았다. 다행이 미약하게나마 맥이 뛰고 있다. 




“하벽공자님” 




하벽은 비무대를 내려가던 중에 뒤를 돌아보다가 냉혈혈화와 눈이 마치쳤다. 




“소행표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냉혈혈화는 하벽이 손에 사정을 두어 소행표를 살려주었다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다.




“몇 달은 요양해야 할 겁니다. 잘 돌봐주세요.”


“알겠습니다..........오늘 승리........축하드립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행표가 암흑마공을 극성으로 익혔다면 힘든 승부가 되었을 겁니다. 그럼 이만........”




마마검제와 금검비검은 비무에서 승리한 하벽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하벽의 처소에 돌아온 풍운은 거패를 불렀다.




“거패에게 볼일이라도 있으세요.”


“전해줄 물건이 있어. 벽하는 먼저 방에 들어가 있어.”


“제가 있으면 곤란한 물건인가요.”


“남자끼리 할말이야.” 


“치~ 알았어요. 빨리 들어와요.”




벽하는 귀엽게 혀를 내밀고는 방으로 들어갔고 거패가 다가왔다.




“우리 정자에서 이야기 좀 합시다.”




거패는 풍운과 함께 정자에 올랐다. 




“글을 읽을 줄 알겠죠.” 


“아가씨를 모시는 놈인데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잘됐군요. 이거 받아요. 선물입니다.”




풍운은 품속에서 서찰을 꺼내 거패에게 내밀었다. 거패가 의아한 표정으로 서찰을 뜯어보니 하얀 종이에 도법을 펼치는 무사들의 그림과 함께 무공구결들이 적혀 있었다.




“이.......이게 뭡니까?” 


“사사무량도법 중에서 거패님이 익히기 적당한 몇 가지 초식을 골라봤어요. 물론 사사무량도법를 변형한 무공입니다.”


“이........이걸 왜 저에게 주시는 거죠.”


“거패님.......저는 조금 있으면 이곳을 떠나요. 내가 없을 때 거패님이 벽하를 지켜주세요.”


“떠나요..........그럼 벽하님이랑 같이 가시는 거 아닙니까?”


“혼자 갑니다. 하벽는 마련에 남을 겁니다. 그래서 거패님께 벽하를 지켜달라고 하는 겁니다.”


“왜요.........두 분이 바로 혼인하시는 거 아닙니까?”


“지금은 못해요. 나중에 해야죠.”


“음~~~~~ 알겠습니다. 목숨을 걸고 벽하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부탁해요........참~ 벽하에게 비밀입니다.”




풍운은 거패에게 말하고 벽하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날이 어두워지자 하벽을 비롯한 가족들이 돌아왔다. 일이 계획대로 진행된 모양인지 모두들 얼굴 표정이 밝다.




“어떻게 됐어요. 잘 해결된 겁니까?”


“매제도 있었어야 하는 건데.......왜 그냥 갔어.”


“비무는 끝까지 봤어. 정말 잘했어.”


“고마워.......모두 매제 덕분이야.”


“장인어른.........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습니까?”


“약간 시끄러운 이야기가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쓸 이야기는 아니야.”




금검비검은 무엇가 숨기는 눈치다. 아마 풍운에 대한 말들이 많았을 것이다. 풍운은 식구들과 저녁식사를 마치자 마마검제와 금검비검에게 전음을 보냈다. 다른 사람들 몰래 정자에서 만나자는 말이다. 마마검제와 금검비검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풍운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옆에 있는 벽하의 손을 잡아주었다. 벽하는 얼굴을 붉히며 손을 빼낸다. 어머니와 오빠가 앞에 있기 때문이다. 




“잠시 밖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운랑........어디 가세요.”


“소변이 급해서.........”




풍운은 벽하에게 빙긋 웃어주며 밖으로 나가 마마검제와 금검비검이 기다리고 있는 정자로 향했다. 




“무슨 일로 보자고 했나.”




풍운 정자에 올라오자마자 금검비검과 마마검제에게 큰절을 올린다.




“새삼스럽게 무슨 절인가?........꼭 떠날 사람 같구먼........”


“지금 떠나려 합니다.”


“뭐~ 벽하를 두고 어딜 가겠다는 말인가?”


“벽하는 장인어른이 잘 보살펴 주세요.”


“허허~ 이 사람 보게........정말 떠나겠단 말인가?”


“개인적으로 가볼 때가 있습니다. 그동안은 소하와 벽하의 일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이 없어요.”


“벽하에게는 말했어.”


“안했습니다. 그냥.......조용히 떠나려합니다.”


“이 사람 보게.........우리 보고 나중에 무슨 원망을 들으라고..........”


“벽하의 성격상 당장 따라나설 겁니다. 그래서 조용히 떠나려 하는 겁니다.”




풍운의 말에 마마검제나 금검비검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도 벽하의 성격을 알기 때문이다.




“휴~ 알았네........언제 떠난 건가?”


“지금 떠나려 합니다.”


“지금 당장 떠나겠다는 말인가?”


“제가 할일이 끝났으니 떠나야죠.”


“그래~ 어디로 갈 건가?”


“요동에 가려고 합니다. 벽궁세가에 볼일이 있습니다.”


“그래.........알았네. 조심해. 알았지.”


“알겠습니다. 다른 분들께는 인사도 못 드리고 가서 죄송하다고 전해 주세요.”




풍운은 금검비검과 마마검제에게 인사하고 음양비로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잠깐 사이에 까만 점이 되었다. 금검비검과 마마검제는 풍운이 떠나는 이유를 잠작하고 있다. 말로는 개인적인 일이라고 했지만 그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풍운은 마련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풍운이 떠났다는 소식에 벽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풍운이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는 것이 믿어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나쁜 자식........왜........왜..........왜..........혼자 아파하는 거야.”




벽하는 침상에 얼굴을 묶고 펑펑 울었다.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는 슬픔보다는 풍운이 너무 가여웠기 때문이다. 




<<계속>>




ps : 마도의 길은 이번 편으로 종결합니다. 다음부터는 새로운 부제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 올리지 않아......두편 연속으로 올립니다. 카페와 게시판의 차이는 3편 정도가 적당하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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