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111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111(마도(魔道)의 길)-16




소행표를 비롯한 북마련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이들은 어제 밤에 벌어졌던 믿을 수 없는 사건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차차기 련주 후보 중에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천마공자 초하벽은 오년 전부터 일체의 대외활동을 중단하고 자신의 처소에서 두문불출(杜門不出)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의 처소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도록 진까지 설치되어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었는데, 바로 어제야 금검비검의 입을 통해 하벽이 지난 오년동안 주화입마에 빠져 있었고, 벽하가 하벽를 대신하여 하벽 행세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북마련 인사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쾌재를 불렸다. 이미 련주인 마마검제는 소행표와 하벽공자와의 비무를 승인했고 금검비검은 그 비무에서 하벽공자가 패하는 경우 차차기련주 후보해서 초하벽을 제외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쥐구멍에도 빛들 날이 있다고, 북마련 사람들 입장에서는 오십년 만에 자신들이 소원하던 마련의 주도세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소행표와 하벽공자의 비무에서 소행표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벽이 오년동안 주화입마에 빠졌다가 최근에 다시 깨어났다고 하지만 한번 주화입마에 빠졌던 사람은 다시 깨어난다고 해도 패인이 되는 경우가 많고, 더욱이 소행표의 자질은 오년 전에도 하벽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사람으로 하벽이 주화입마에 빠져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동안에도 소행표는 무공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행표의 승리를 낙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하벽이 차차기련주 후보에서 제외되면, 북마련 사람인 소행표가 차차기련주가 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고, 소행표가 속한 북마련의 영향력도 그만큼 상승되어 마련의 주도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어제 밤에 나타난 하벽은 북마련 사람들을 다시금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어 버렸다. 중원 백도무림의 희망, 백도 무림을 떠받칠 기둥이라고 칭송받던 현원자의 실력은 소문만큼이나 대단했다. 천마마련의 4개의 부대 중에서 정예병들로 이루어진 금마마령대가 현원자의 검(劍)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려 키운 소행표도 현원자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아닌 밤중에 홍두께’처럼 나타난 하벽은 마련 최고의 무학이라는 아수라참마심공과 지옥십팔검을 자유자재로 구사(驅使)하며 아무도 상대하지 못했던 현원자를 마치 어린애 다루듯 너무나 손쉽게 물리쳐버린 것이다. 주화입마에 빠졌던 사람이 패인이 되지 않고 무공을 회복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오직 마마검제만이 극성까지 익혔다고 알려진 지옥십팔검과 아수라참마심공을 어떻게 극성까지 익혔고 있는지는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아도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봐~ 우리가 귀신을 본건 아니까? 아무리 대가리를 굴려 봐도 답이 안나와.”


“그래 분명 귀신일 거야. 다들 그놈 얼굴 봤지..........얼굴에 핏기하나 없잖아. 그건 사람이 아니야. 귀신이지.”


“돌대가리들 굴리고 있다고 돌가루 떨어지는 소리만 할레. 귀신은 무슨 귀신이야. 분명히 하벽공자가 맞았어.”


“말이 안 되잖아. 주화입마에 빠졌다는 놈이 절대고수가 되어 나타났어. 당신들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돼. 이건 분명 귀신의 장난이야.”




북마련 사람들은 아직도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한번 주화입마에 빠졌다는 하벽이 갑자기 절대고수가 되어 나타났다. 귀신의 장난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놈은 귀신일 것이다. 




“인정할 것 인정해. 그놈은 하벽이야.”


“미치고 환장하겠네........정말 하벽이 확실한 거야. 허허~ 돌아가시겠네.”


“분명히 흑막이 있어요. 그놈은 하벽이 아닙니다.”




한쪽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소행표의 말이다. 소행표는 어릴 적부터 하벽과 절친한 친구로 하벽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소행표는 새벽에 나타난 하벽에게 왠지 낮선 느낌을 받았다. 분명히 겉으로 보기에는 하벽이 확실하지만 풍기는 기도나 분위기가 예전에 보았던 하벽과는 완전히 틀렸다. 귀하게만 자란 하벽은 어딘가 모르게 남을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밤에 벌어졌던 사건 같은 경우에 예전의 하벽이라면 절대 나서지 않는다. 자신을 지켜줄 아버지도 있고 마련무사들도 즐비하기 때문에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벽은 스스로 나서 현원자를 상대했다. 그리고 이상한 점은 또 있다. 하벽은 자신을 본 척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에도 자신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 버렸다.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예전의 하벽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인사라도 했을 것이다.




“그놈이 가짜라는 말이냐. 무슨 증거라도 있어.”




냉혈혈화가 소행표를 노려보며 말했다. 냉혈혈화 또한 심기가 불편했기 때문에 말이 곱게 나가지 않는다.




“증거는 없어요. 그냥 느낌입니다. 그놈은 분명 하벽이 아닙니다.”


“소행표.........정신차례..........증거도 없는데 누구보고 믿으라는 거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에요. 모두 정신들 차리세요. 왜요. 다들 부정하고 싶어요. 우리가 본 사람이 귀신이었으면 좋겠어요. 솔질하게 말하면 저도 귀신이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는 분명 하벽공자였습니다.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란 말이에요.”


“우리도 알아. 믿어지지 않아서 그래.......믿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 적당하겠군. 그를 하벽공자로 인정하면...........희망이 없어지잖아. 다들 안 그래.”


“다들 조용히 해봐. 개인적 감정은 접어두고 현실을 냉정하게 보자. 우리는 하벽공자의 성취를 기뻐해야 해. 하벽공자가 현원자를 물리쳤어. 본련입장에서, 더 나아가 흑도 무림 입장에서 이것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거야. 문제는.........우리가 처한 환경이 기뻐할 수만은 없다는 거야. 차기련주로 금검비검이 정해져 있는데 차차기련주까지 하벽공자로 내정되면 우리 북마련이 권력이 잡을 희망은 요원(遙遠)해 지잖아.”


“우리말이야. 눈을 조금만 돌려보자.........배화교가 중원 무림을 노리고 있으니 얼마 있으면 무림에 피바람이 몰아칠 거야. 우리 마련도 피바람을 피해가진 못해. 그렇다면 우리는 내부역량을 키우며 미래를 대비해야 해.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피바람의 폭풍우에 휩쓸려 흔적조차 없어질지 몰라. 이런 상황에서 하벽공자의 성취는 우리에게 엄청난 힘이 될 거야.”


“지금 무슨 말씀들을 하시는 겁니까? 잘됐다. 기뻐하자. 우리들의 영웅 하벽공자!!..........이렇게 생각하란 말입니까? 언제까지 우리 북마련이 비굴하게 살아야하죠. 모두 배알도 없어요. 언제까지 굽실거리면 살 겁니까?”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려가자 소행표가 짜증을 내면 말했다.




“앞으로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얼마 있으면 무림에 피바람이 몰아친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공을 세워 영웅이 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차차기련주로 초하벽이 정해진 것도 아니야. 하벽도 너와 마찬가지로 차차기련주 후보일 뿐이야.”


“이미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뒤집힐 가망성이라도 있는 겁니다.”


“우리 현실을 직시하자. 우리 북마련이 권력에서 밀려난 근본적인 이유가 뭔지 알아. 바로 영토가 없다는 거야. 모두 알겠지만 본련의 세력은 모두 남쪽에 치우쳐 있어. 우리 북마련이 속한 북쪽은..........백도무림에게 모두 빼앗겼지. 쉽게 말하면 우리 북마련은 남마련에 빌붙어 살고 있는 거야. 이런 상태에서 우리가 권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차라리 전쟁이라도 터지는 것이 우리에겐 좋아. 그래야 북쪽 영토를 회복할 기회라도 생기잖아. 본련의 권력을 잡는 것은 그때 가서 생각하자.”


“정말 왜들 약한 말씀만 하세요. 우리도 당당한 마련의 구성원입니다. 우리라고 권력을 잡지 말라는 법은 없단 말입니다.”


“소행표.......우리도 알아. 알지만 세상일이란 것이 내 뜻대로만 되는 건 아니야. 지금은 우리가 참아야 해. 너도 봤지. 지금 너 실력으로는 하벽공자를 이길 수 없어.”


“그놈은 가짜에요. 진짜가 아니란 말입니다.”


“너........그 소리.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절대하지 마라. 증거도 없이 하벽공자를 모함했다가는 우리 북마련 전체가 매장당할 수도 있다. 지금 마련의 분위기는 하벽공자를 영웅이라고 칭송하는 분위기야. 그런데 네가 가짜라고 해봐~ 당장 역적으로 몰려서 너뿐만이 아니라 우리 북마련 전체가 위험해 진다. 알아들어.”


“좋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련주님이 승인한 비무도 포기하라는 말입니까?”


“지금 너 실력으로는 보나마나 결과는 뻔해. 괜히 련주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포기해라.”


“못해요. 절대 포기 못합니다. 내가 그놈의 껍질을 벗기겠어요. 그놈의 가짜라는 걸 밝혀내겠다는 말입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거냐.”


“예? 죽어도 못합니다. 어떻게 찾아온 기회인데 포기합니까?”


“좋다. 네가 원한다면 해. 대신.......가짜니 뭐니 하는 말은 다시는 입 밖으로 내지마라. 여러분들도 헛된 망상은 버리세요.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참으세요.”


“휴~ 알았어.........참아야지. 소행표........너도 그냥 포기하지 그래.”


“못합니다. 죽어도 못해요.”


“저놈의 고집은 알아주지. 알았다. 마음대로 해라.”


“빠드득~ 두고 보세요. 제가 꼭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요.”




북마련의 회합은 끝났다. 북마련 인사들은 하벽으로 역용한 풍운의 신위를 보고 후일을 도모하자는 분위기로 급선회 했다. 비무에서 소행표가 승리할 가망성도 없을 뿐더러 소행표가 하벽공자가 가짜라고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소행표의 말을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




하벽의 처소에 풍운과 벽하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금검비검은 마련의 분위기를 전해 주었다. 하벽으로 역용한 풍운이 현원자를 물리친 것을 지켜본 마련무사들은 하벽을 영웅이라고 칭송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에 의하면 우리 쪽 피해가 만만치 않던데.......복수하자는 말은 없어.”




현원자 일행의 손에 이십여 명의 마련무사들이 목숨을 잃었고, 삼십여 명의 부상자가 생겼다. 당연히 복수하자는 말이 나와야 정상이다. 




“하벽이가 현원자를 물리치는 것을 보아서 그런지 몰라도 복수하자는 말 보다는 통쾌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무사들을 출동시켜 본련 주위에 있는 놈들을 모두 쫒아버려. 그리고 사상자(死傷者)의 가족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해 주어라. 그래야 말이 없다.”


“이미 조치했습니다. 조금 전에 은마마령대와 흑마마령대가 출발했으니 오늘 중으로 본련 주위에 있던 놈들은 모두 물려갈 겁니다. 그리고 사상자들에 대한 보상도 지시해 두었습니다.”


“잘했다. 참~ 은마마령대에게 충분히 주위를 주었겠지. 겁만 주어서 쫒아야지 놈들과 싸우면 안돼. 지금은 백도 애들과 싸울 때가 아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알아듣게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그럼 다행이고...........참~ 우리 하벽이 영웅이 됐다고 하던데.......기분이 어떠냐?”


“울어야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빠는.........당연히 웃어야지. 왜 울어?”“바보야. 내가 현원자를 물리쳤니. 매제가 했잖아. 영웅으로 불린 사람은 내가 아니라 매제란 말이야. 그런데 사람들이 그것도 모르고 내가 현원자를 물리친 것으로 오해하고 있잖아.”


“에이~ ............속으로 좋으면서 아닌 척하는 거지.”


“벽하야. 하벽이 말에도 일리가 있다. 사위가 좀 심했어. 아수라참마심공과 지옥십팔검은 유일하게 아버님만 극성으로 익히고 계셔. 그런데 사위가 아버님에 필적하는 무공을 보여주었으니.........대체 이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걱정하지 마세요. 처남은 이미 아수라참마심공을 극성까지 익히고 있고 지옥십팔검도 11식까지 익힌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럼 나머지 6식만 익히면 되지 않습니까?”


“그게 말처럼 간단치 않아. 하벽이은 보름 후에 소행표와 비무를 해야 해.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하벽이가 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또 이번에 지옥십팔검의 18식까지 펼치는 걸 보았는데 비무에서는 11식까지만 사용하면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아범아.......소행표는 지옥십팔검을 모른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비무라는 것은 승부만 가리면 끝나는 거야. 소행표를 꺾는데 18식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잖아.”


“물론 아버님 말씀도 틀린 말씀이 아니죠. 하지만 만일을 모르는 일 아닙니까?”


“장인어른........보름이라고 하셨죠. 제가 그동안 처남이 18식까지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겠습니다. 그럼 되겠죠.”


“그게 자네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잖아. 하벽이가 따라 주어야 가능하지.........”


“저는 처남을 믿습니다. 어때.........처남 할 수 있지.”




풍운이 반강제적으로 밀어 붙이자 하벽은 못한다는 말도 못하고 울상이 되어 금검비검과 마마검제를 바라본다. 나이도 어리고 손아래 사람인 풍운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보름이라는 짧은 기간에 지옥십팔검의 나머지 초식을 익히 없기 때문에 금검비검과 마마검제이 풍운을 말려주기를 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검비검과 마마검제는 하벽의 눈을 피해버린다. 알아서 하라는 뜻이다.




“왜~ 대답이 없어. 할 수 있어. 없어.”




풍운이 대답을 재촉하자 하벽은 속으로 중얼거리더니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할게........하면 되잖아.”


“좋아........지금부터 훈련이다. 다른 분들은 나가세요. 지금부터 시작해야죠.”


“아.........아니. 당장 시작하자는 말이야.”


“보름이란 시간은 길지 않아. 당장 시작해야지. 자자~ 모두 나가세요.”




금검비검과 마마검제는 눈빛을 주고받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모든 걸 풍운에게 맡기겠다는 뜻이다. 묘향부인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다가 조용히 일어났고, 벽하도 일어나려고 했다.




“벽하는 남아.........이번기회에 벽하도 지옥십팔검를 함께 배워~”


“정말이요. 정말 저에게도 알려주시는 거예요.”


“물론 공짜는 아니야. 앞으로 처남 시중은 벽하가 들어.” 


“예? 무슨 시중이요.”


“장모님이 매일 처남 죽을 끌어오시잖아. 앞으로 그 일을 벽하가 하란 말이야.”


“그냥 안 배우고 말지.......저는 지옥십팔검에 욕심 없어요.” 


“갑자기 말이 틀려지네. 배우라면 배워”


“아니 왜 갑자기 불똥이 저에게 튀어요.”


“지금 싫다는 거야.” 




풍운이 무서운 눈으로 벽하를 보며 말하자 벽하는 울상이 되어 억지로 대답한다.




“그.........그건 아니지만..........”


“그럼 잔소리하지 말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장모님.........벽하가 도와달라고 해도 절대 도와주지 마세요.”


“호호호~ 우리 사위 때문에 내가 편해지겠네. 벽하야. 대신 수고 좀 해라. 재료는 내가 준비해 줄게.”




벽하남매는 풍운의 강압에 의해 그날부터 지옥십팔검을 배우기로 했고 벽하는 덤(?)으로 음식 만드는 법까지 배우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가자 풍운의 교육(?)이 시작되었다. 풍운은 벽하남매에게 명상수련법을 알려 주었다. 몸으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명상을 통해 무공을 수련하는 방법이다. 현대적 용어로 하면 일종의 마인드컨트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천마마련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현원자일행의 소식이 전해졌다. 아무도 모르게 천마마련으로 잠입했던 무당의 현원자가 천마공자에게 패하고 화산의 화원명과 무괴쌍괴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에게 보기 좋게 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처음 소문을 접한 사람들의 처음 반응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화원명과 현원자가 패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문의 진실을 밝혀 줄 무당의 현원자와 무당오검 그리고 화산의 화원명과 추월이검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다. 또한 현원자일행과 동행했다는 벽력세가의 악무석까지 자취를 감춘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천마마련에서 흑마마령대와 은마마령대가 출동해서 천마마련 주위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천마마련 주위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화산과 무당뿐만 아니라 벽력세가 무사들이 이미 자리를 피한 것을 확인하고 뿔뿔이 도망친다. 재수 없게 천마마련 무사들에게 붙들리면 물고(物故)를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모용세가의 모용천악은 자신의 지위를 믿고 마련근처에 있는 술집에서 계집질을 즐기며 자신이 천마마련에서 겼었다는 경험담을 부풀려서 이야기했지만 말에 진실성이 없이 부풀려져 있어서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모양천악도 은마마령대가 술집에까지 들이 닫치자 발바닥에 땀나도록 도망가 버렸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도망친 것은 아니다. 인간은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다. 사람들은 은마마령대와 흑마마령대가 철수하자 다시금 하나둘씩 마련주위로 모여들었다. 마수마랑의 얼굴이라도 봐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사람들이다.




풍운에게 지옥십팔검을 배우기 시작한지 십여 일이 지났다. 하벽은 그동안 지옥십팔검의 16식까지 터득했고, 벽하는 풍운이 지옥십팔검을 토대로 만든 지옥삼검을 익혀나갔다.




“이제 2식이 남았지. 16식을 이해한 이상 나머지 17식과 18식은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을 거야.”


“모두 매제 덕이야. 매제가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야.”


“처남이 열심히 해서 그래........자~ 이제 비무날짜까지 사일 남았어. 내일까지 18식까지 익히고 나머지 하루는 실전을 통해 점검해 보자.”




그때 벽하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죽을 가지고 들어왔다. 풍운의 명령(?)대로 벽하가 손수 만든 죽이다.




“오빠 죽 먹을 시간이야.” 


“또 죽이냐.” 


“어머머~ 그 불량한 말투는 뭐지. 동생이 힘들게 만들어 왔으면 고맙다고 먹어야지.........또 죽이냐?........오빠 혼나고 싶어.”


“어휴~ 골이야..........알았다. 알았다. 눈물나게 고맙다.”


“고마운지 알면 한 숟가락도 남기지 말고 다 먹어.”




하벽은 속으로 욕을 하면서 숟가락을 들었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벽하가 만든 죽은 지독히도 맛이 없다. 몸에 좋은 약이 쓰다고 죽을 만든 재료 자체가 약제라서 맛이 없는 것도 있겠지만 벽하의 음식 솜씨가 형편없기 때문에 더더욱 맛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벽하가 자신이 죽을 다 먹을 때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안 먹을 수도 없다. 




“매제 건 없어. 매제 것도 만들어오지 그랬어.”


“나는 너무 튼튼해서 탈이야. 그리고 내가 처남 걸 뺏어먹으면 안 돼지. 안 그래 벽하야.”


“운랑이 원하시면 운랑 것도 만들어드릴게요.”


“힘쓸 때도 없는데 보약(?)은 필요 없어..........처남이나 많이 만들어줘~”




풍운도 벽하가 죽을 만든 첫날은 벽하의 강압에 의해 죽을 먹었지만 그 다음 날부터는 극구사양해서 지금은 먹지 않는다. 죽이 지독하게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벽는 풍운이 얄미워 죽겠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한숨을 쉬고 죽을 먹는다. 벽하는 오늘도 자신이 다 먹을 때까지 옆에서 지키고 있다가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자 만족한 표정으로 그릇을 치운다.




“매제! 내가 충고하는데 다음에 벽하가 음식 만들어주면 절대 먹지 마. 물론 짜고, 맵고, 쓰고........참으로 오묘한 맛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한번쯤 먹어보는 것은 좋겠지.”


“지도 사람인데 자꾸 만들다 보면 좋아지겠지. 그때가 되면 먹어야지.”


“하이고 두야........그럼 지금까지 내가 시험대상이었단 말이야.”


“덕분에 몸은 좋아졌잖아. 그럼 됐지 뭘 더 바래.”


“매제............일부러 그랬지.” 


“뭘~” 


“일부러 벽하 보고 음식 만들라고 한 거지.”


“그래.......일부러 그랬다. 사내새끼가 음식가지고 끼적거리는 걸 보기 싫어서 벽하 보고 억지로 먹이라고 했다. 왜 불만이냐.”


“우씨..........정말 이런 식으로 나오지. 보복이 두렵지 않아.” 


“흥이다. 맘대로 해라. 어떻게 보복 할 건데.” 


“씨~ 너희들 혼인 반대할 거야.” 


“제발 반대 좀 해라. 나도 지금 당장 혼인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하벽은 분하다는 듯이 풍운을 노려보다가 웃어버리고 만다. 




“자~ 농담은 그만하고 다시 시작하자. 오늘 중으로 나머지 이식을 끝내야해.”




풍운은 벽하가 그릇을 치우고 돌아오자 하벽남매에게 지옥십팔검의 나머지 이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벽하에게 지옥십팔검을 배우라는 말은 아니다. 풍운이 전해준 지옥삼검을 익히기 위해서는 지옥십팔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벽하에게도 하벽과 똑같이 지옥십팔검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밤이 깊어지자 벽하남매는 명상수련법으로 지옥십팔검을 익혀나간다. 날이 밝았다. 이제 비무 날짜까지는 하루가 남았을 뿐이다. 풍운과 하벽은 목검을 들고 마주섰다. 지금까지 명상수련법으로만 익힌 것을 몸으로 숙달시키기 위해서다. 풍운이 먼저 시범을 보여준다. 하벽은 심호흡을 하고 지옥십팔검을 펼쳐본다. 역시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그동안 몸이 굳었기 때문이다. 풍운은 하벽이 완벽한 초식을 펼칠 때까지 똑같은 초식을 반복하게 했다. 하벽은 풍운과 벽하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아침부터 시작된 수련은 밤이 깊어서야 끝났다. 하벽은 완전히 파김치가 되어 길게 누워버렸다. 지옥십팔검을 18식까지 익히기는 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너무 무리했기 때문이다. 풍운은 그날 밤 밤새도록 하벽을 추궁과혈해서 하벽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계속>> 




--------------- 작 가 주 ------------------------




**물고(物故) : 죄지은 사람 등이 죽임을 당하는 일


**요원(遙遠) : ①공간적(空間的)으로 까마득히 멈 ②시간적(時間的)으로 먼 훗날에나 가능

[19금]레드썬 사이트는 성인컨텐츠가 합법인 미주,일본,호주,유럽 등 한글 사용자들을 위한 성인 전용서비스이며 미성년자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사이트는의 자료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작권,초상권에 위반되는 자료가 있다면 신고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881건 7 페이지    AD: 비아그라 최음제 쇼핑몰   | 섹파 만나러 가기   |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