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13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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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134(반근착절(盤根錯節))-10




이막수와 유미림은 무림맹이 무림맹이 있는 금수봉에 도착했다. 일사인 풍운은 자신들에게 무림맹의 동향에 대한 알아보라고 했다. 이막수와 유미림은 무림맹이 한눈에 들어오는 오태산 금수봉 정상에서 무림맹을 살펴보며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무림맹에 몰래 잠입하기 위해서는 낮보다는 밤이 유리할 것이다. 밤이 깊었다. 이막수는 미리 준비한 검은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수랑.........정말 혼자가실 겁니까? 저도 함께 가면 안돼요.” 


“무림맹은 예전의 무림맹이 아니야. 지금은 각대문파의 수장들과 정예무사들이 모여 있어 용혈호담으로 변했어. 미림은 이곳에서 기다려.” 


“하지만..........수랑 혼자 가셨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걱정하지 마. 이가살수문의 은신술은 아직까지 녹슬지 않았어.” 




이막수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유미림의 어깨에 팔을 얻으니 유미림은 이막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이막수는 미림의 얼굴을 들고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니 미림은 살며시 눈을 감고 입술을 내밀었다. 이막수의 혀가 미림의 입속에 들어가니 두 사람의 혀가 엉키며 달콤한 입맞춤이 이어진다. 이막수는 양손으로 미림의 몸을 부드럽게 애무하다가 천천히 떨어진다. 




“하이........하이.” 




유미림은 얼굴이 붉어져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다녀올게.” 




이막수는 얼굴이 붉어진 유미림을 두고 무림맹을 향해 몸을 날렸고 유미림은 멀어지는 이막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일가친척이 하나 없는 유미림에게 이막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며, 자신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막수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경비무사들의 눈을 피해 무림맹의 대전으로 접근했다. 대전은 밤이 늦은 지금도 불이 환하게 밝히고 있고, 대전 주위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아직도 회의가 진행 중인지 경비가 삼엄하다. 이막수는 이가살수문에 전해지는 은신술을 이용해 경비무사들의 눈을 피해 대전 안으로 잠입한 다음 대들보위로 올라갔다. 이막수는 바로 귀신대법을 펼쳐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린다. 




“여러분.........이제 무언가 결정을 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회의만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낼 겁니까? 일단 흑도 놈들을 공격해 보면 놈들로부터 반응이 오지 않겠습니까?”


“무림에 피바람을 일으키자는 말씀입니까? 다시 40년 전 같은 흑백대전이 벌어지면 무림의 평화를 풍비박산이 나고 거리에는 시체들이 넘쳐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리고 막말로 무당장문인께서는 무조건적인 공격을 주장하는데.........우리가 승리한다는 보장이라도 있는 겁니까?”


“아아~ 다들 진정하세요. 벌써 회의가 3일째 진행되고 있지만 의견만 분분하지 결론이 없습니다.” 




도사차림의 노인과 승복을 입은 노인이 서로 싸우다가 도사차림의 노인이 한마디하자 둘다 입을 다물었다. 회의장의 분위기는 당장 흑도 무림과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벌어야 한다는 강경파와 좀더 알아보고 대처해야한다는 온건파가 대립하며 3일 동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여러분 우리가 여기서 아무리 떠들어야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회의는 여기서 끝내고 이제 결론을 냅시다. 언제까지 시간만 허비할 순 없지 않습니까.” 


“제가 나설 자리인지 모르겠지만 감히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조용히 듣고만 있던 제갈가주가 이야기를 시작하니 회의실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제갈세가는 예전부터 백도 무림에서 현자의 가문으로 통하며 수많은 군사를 배출한 가문이다.




“제갈가주님의 고견을 경청하겠습니다.” 




소림장문인의 말에 제갈가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는 가장 먼저 현재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방방주님..........흑도 무림의 3대 세력인 사사천교, 천마마련 및 배교의 움직임과 모든 사건의 원흉인 사호팔랑의 현재 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제갈가주의 말에 개방방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 




“쩝~ 제갈가주님이 원하시니 말씀드리죠. 먼저 사사천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사천교는 우리가 수집한 정도에 의하면 사인마도가 교주자리에서 물러나고 사인마도의 딸인 하후소하가 교주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건 우리 거지들이 확인한 사항이니 정확한 사실입니다. 사사천교는 교주가 바뀌고 난 다음 내부정비를 한다는 명목하여 모든 대외활동을 중지했으니 제자들도 모두 사사천교에 처박혀서 일체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습니다.............다음으로 천마마련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천마마련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본방과 서로 으르렁거리며 대치하고 있었는데 저번에 무당과 화산 제자들이 천마마련에 잠입한 사건 이후 사사천교와 마찬가지로 성문을 굳게 잠가버리고 모든 대회활동을 중지했습니다............... 다음으로 배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배교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대외활동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특별한 반응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을 종합적으로 말씀드리면........흑도 무림을 대표하는 천마마련, 사사천교, 배교는 대부분의 대외활동을 중지하고 자기들 집구석에 처박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웅성..........웅성........웅성.” 




개방방주의 설명이 끝나자 여기저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개방의 정보망은 중원제일을 자랑하니 개방방주의 말은 모든 진실이라고 보아야한다. 




“그게 확실합니까?” 


“지금 개방의 정보망을 의심하는 겁니까?” 




무당장문인의 말에 개방방주가 짜증을 내며 말하자 다들 입을 다물었다. 감히 누가 중원제일의 정보망을 가진 개방의 정보를 의심할 수 있단 말인가? 




“잠깐 조용히 해 주세요. 방주님.........사호팔랑에 대해서도 마저 말씀해 주세요.” 




제갈가주가 다시 부탁하자 개방방주가 헛기침을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사호팔랑 중에서 마수마랑을 제외한 나머지 놈들은 3달 전부터 소식이 묘연합니다. 본방의 조사에 의하면 그놈들은 마수마랑과 헤어져 묘처에서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일단 나머지 놈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하기로 하고........마수마랑이라는 놈의 최근행각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수마랑은 영창평원에서 바로 사사천교로 갔습니다. 그놈이 사사천교로 간 이유는 영창평원에서 붙잡은 백도 무림의 포로들을 심문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지만 놈이 사사천교에 들어가서 무슨 짓을 했는지는 본방도 자세히 모릅니다. 그놈은 사사천교에서 다시 천마마련에 들어갔고 그 후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항만 말씀드린 겁니다..........그럼 지금부터 우리 개방이 지금까지의 정보를 수집, 분석한 결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것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항은 아니고.........우리 개방이 지금까지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판단한 것이라는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마수마랑은 사사천교의 태상장로가 되었습니다. 이건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항은 아니고 은연중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를 종합한 결론입니다. 또한...........천마마련주인 마마검제의 손녀딸 초벽하와 마수마랑이 보통사이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이건 최근에 장강수로십팔채에서 흘러나온 소문인데........우리가 조사해 본 결과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소문이라고 판단됩니다. 다음으로 천마마련에서 나온 마수마랑의 상황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수마랑은 천마마련에서 나온 이후..........악양에 자주 목격되었습니다. 그놈이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는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했지만 악양에서 자주 목격되는 것으로 보아 나머지 사호팔랑 놈들과 악양에서 만나기로 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방주님........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사호팔랑의 지금까지 행적이 아니라.........과연 사호팔랑이 흑도 무림에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에 대한 정보가 듣고 싶은 겁니다.” 




무당장문인의 말에 개방방주가 못마땅한 표정이다. 




“장문인..........그건 소림, 무당 및 화산이 개별적으로 조사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문제라면 본방보다 무당에서 더 잘 알고 있지 않겠죠.” 


“방주님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제갈가주는 무당장문인이 무슨 말을 하기 전에 개방방주에게 인사하니 개방방주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여러분도 들으셨겠지만 현재 흑도 무림이나 사호팔랑이 우릴 자극할 만한 행동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당장문인께서도 인정하시죠?”




제갈가주가 무당장문인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자 무당장문인은 말없이 고개를 돌려버린다. 제갈가주의 말을 인정한 것이다.




“여러분..........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아무 증거도 없이 심증만 가지고 흑도 무림을 공격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모든 싸움은 대의명분이 확실해야 합니다. 대의명분이 없는 싸움은 백성들의 지지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싸움에 참가하는 무사들의 사기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제갈가주..........제갈가주의 말씀은 계속해서 흑도 무림과 사호팔랑을 두고 보자는 말씀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보면 크게 두 가지 의견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강경론과 온건론..........저는 두 가지 의견을 조합해서 새로운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사건의 발단은 사호팔랑이며 모든 사건의 열쇠 또한 사호팔랑이 쥐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대문파에서 소수정예 무사들을 각출해서 사호팔랑을 생포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그놈들로부터 흑도와 연계되었다는 증거를 찾은 다음 흑도 무림을 쳐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제갈세가주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다. 삼일동안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지금까지 나온 결론은 없다. 이대로 회의가 계속된다고 해도 답은 없을 것이다. 




“제갈가주님의 의견이 현재상황에서는 가장 현명한 방법 같습니다. 먼저 사호팔랑부터 잡아들입시다.” 




강경파의 선두에 있던 무당장문인이 한발 물러나며 제갈가주의 의견에 동조하자 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제갈가주는 먼저 개방방주에게 사호팔랑의 현재 위치와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고, 다음으로 각대문파에서 사호팔랑을 잡아들일 무사들을 선택했다.




소림에서는 홍인스님과 사대금강........그리고 십팔나한을 보내기로 했다.


무당에서는 현원자와 무당오검.......그리고 칠성검진을 익힌 일대제자 7인을 보내기로 했다.


화산에서는 화원명과 추월이검.......그리고 옥녀심공을 익힌 일대제자 3인을 보내기로 했다.


개방에서는 방주의 직전제자인 신풍개와 20명의 제자들을 보내기로 했으며, 나머지 구파와 칠대세가에서도 20에서 30명씩의 제자들을 보내기로 했다. 




“이제 이들을 지휘할 대장을 정해야 하는데........누가 대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까?”




제갈가주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말이 없다. 모두들 자파의 인물이 대장이 되길 바랄 것이나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는 것이다.




“모두들 말씀들이 없군요. 제가 제안하죠. 소림의 홍인, 무당의 현원자, 화산의 화원명님은 배분으로만 따지면 각파의 장문인들 보다 높습니다. 그러므로 소림의 홍인스님이 대장이 되고, 무당의 형원자님과 화산의 화원명님이 홍인스님을 보좌하는 좌우군의 수장으로 추천합니다. 즉 홍인스님은 모든 군을 총괄하는 수장이 되며.......현원자님은 화산과 개방을 제외한 구파연합군을 지휘하는 수장으로, 화원명님은 화산과 개방을 포함하여 칠대세가 연합군을 지휘하는 수장이 되는 겁니다. 다른 의견이 있는 분은 말씀해 주세요.”




제갈가주의 말에 모두들 말이 없다. 제갈가주는 지금까지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누어졌던 세력들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좌우군으로 나누고 좌우군의 중재자 역할로 소림의 홍인을 지목한 것이다. 




“제갈가주의 의견에 찬성합니다.”


“저도 찬성합니다.”




구파일방과 칠대세가 가주들이 제갈가주의 의견에 찬성했다.




“참~ 수장은 정해졌으니 군사를 선출해야겠군요. 누가 군사가 적합하겠습니까? 제 생각으로 제갈세가의 무경소저가 좋을 것 같습니다.”


“방장님의 말씀은 고맙습니다. 하지만 무경은 몸이 약해 군사로써의 책무를 다하지 못할 겁니다.”




소림방장의 말에 제갈가주가 정중하게 사양한다.




“가주........무경소저외에 적당한 인물이 없어요. 제발 소승의 청을 거절하지 마세요.”


“가주.........저도 부탁합니다. 무경소저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라도 추천해 주세요.”




무당장문인까서 나서서 부탁하자 제갈가주는 난감한 표정이다.




“정 뜻이 그러하시면 제가 무경이에게 물어보겠습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회의는 끝났다. 이막수는 회의장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자신도 회의장을 빠져나와 유미림이 기다리는 금수봉으로 올라갔다. 초초하게 이막수를 기다리던 유미림이 이막수를 반갑게 맞이한다. 




“어떻게 됐어요.” 


“대충 알아봤어. 더 볼 것도 없으니 악양으로 가요.” 




이막수와 유미림은 그길로 악양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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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도치일행은 장강수로십팔채의 풍랑채를 감시하고 있었다. 군산이 불바다가 되고 총채주인 조철봉이 풍랑채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각 채의 채주들과 무사들은 풍랑채를 중심으로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조철봉이 타고 있는 배의 선실에 각 채의 채주들이 모여 있었다. 중원에 있는 18개의 채주들 중에서 13명의 채주가 모여 있는 것이다. 5개 채주는 거리가 너무 멀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어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 조철봉을 비롯한 채주들이 한참 회의에 열중하고 있는데 문이 발칵 열리며 총순찰인 운산각이 회의장으로 급하게 들어왔다.




“총채주님 큰일 났습니다.” 




조철봉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운상각에게 집중되었다. 




“무슨 일인가?” 


“아가씨가 계신 호인채가 박살났다는 전갈입니다.” 


“뭐..........뭐라고.........호인채가 박살나? 도대체 무슨 말이야. 어떤 놈들이 호인채를 공격했단 말이야.”


“잘 모르겠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호인채에는 옥선이가 있어........옥선이는 어떻게 되었다는 거야.” 


“자세한 것은 현재 조사 중에 있습니다.” 


“당장 나가서 자세히 알아봐~ 누가 공격한 건지.........피해상황은 얼마나 되는지........옥선이와 채주 식구들은 어떻게 됐는지 모두 파악해~” 


“알겠습니다.” 




운상각은 다시 밖으로 나갔다. 조철봉은 채주들과 군산을 탈환할 계획을 논의 중이었는데 호인채에 대한 소식을 듣고부터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조철봉은 일단 회의를 중지하고 운상각의 연락을 기다렸다. 오후가 되자 운상각이 다시 보고했다. 




“호인채를 공격한 것은 흑룡방이라고 합니다.” 


“흑룡방?........그 잡것들이 감히 우릴 공격하다니........파드득~ 피해 얼마나 된다고 하더냐?” 




조철봉의 말에 운상각은 대답을 못한다. 




“왜 대답이 없어. 설마 전멸하지는 않았을 것이 아니냐?” 


“호인채의 모든 배와 아가씨와 함께 갔던 총채의 배들이............모두 친몰 하고........생존자 또한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뭐~ 뭐야........그럼 전멸했다는 말이냐?” 


“절멸한 것과 진배없습니다. 보고에 의하면 포양호가 피로 물들고 본채식구들의 시체가 수없이 널려 있다고 합니다. 그나마 전투에서 살아남은 식구들도 대부분이 부상이 심하다는 전갈입니다.” 




조철봉은 갑자기 힘이 빠져서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럼 옥선이도 죽었다는 말이냐?” 


“아.......아닙니다. 아가씨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살아계실 겁니다.” 


“후후후~ 알았다. 혼자 있고 싶구나. 그만 나가라.” 




조철봉의 말에 운상각은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저기 더 보고들일 사항이 있습니다.”


“다음에 듣겠다. 그만 나가보아라.”




운상각은 정채를 알 수 없는 일단의 무사들이 호인채를 도와 흑룡방과 싸웠다는 보고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조철봉은 자신의 보고를 들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조철봉은 의자에 앉아 장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 30에 장강수로십팔채 중 하나인 연인채의 채주가 되었고, 나이 40십에 장강수로삽팔채주가 되었다. 그 후 장강수로십팔채를 이끌어오면서 도적집단에 불과했던 장강수로십팔채를 오늘에 이르게 만들었다. 그는 대륙상회를 비롯한 상인들과 배를 소유하고 있는 상주들과 힘을 합쳐 대륙의 강과 수로를 무대로 해적질을 일삼던 수많은 군소해적집단을 정리하여 장강수로십팔채의 위상을 반석위에 올려놓아 이제는 감히 누구도 장강수로십팔채를 도적집단이라고 손가락질을 못할 뿐만 아니라 관에서조차도 인정하는 대륙의 강과 수로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났다. 그런데 정채도 알 수 없는 놈들에 의해 군산이 불바다가 되었고, 흑룡방 같은 해적집단에 불과한 놈들에게 호인채가 초토화되었다. 또한 사랑하는 옥선의 생사도 모르고 있다. 조철봉은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깊은 상념에 잠겨 있었다. 




도치와 악무룡은 풍랑채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객점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풍운은 자신들에게 풍랑채를 감시만하라고 했다. 그런데 풍랑채로 수많은 배들이 운집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으니 할일이 없다. 그렇다고 도치나 악무룡이 이막수처럼 은신술을 익힌 것도 아니고 풍운처럼 역용술을 익힌 것도 아니기 때문에 풍랑채로 잠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악무룡은 자신은 술을 마시지 않고 도치에게만 계속해서 잔을 권한다. 곽지향은 아침에 풍랑채의 동향에 대해 알아본다고 혼자 나갔다. 그런데 자신은 도치에게 잡혀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고 있으니 꼴이 말이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지향에게 달려가고 싶지만 찐득이 같은 도치 놈이 떨어질 놈도 아니라 속말 끌이고 있는 상황이다.




“야야~ 마셔.” 




악무룡이 다시 건배를 한다. 도치는 기분 좋게 술잔을 비우고 잔에 술을 따른다. 




“야~ 무룡........딸국~.........곽지향 어디 갔냐.” 


“취했냐. 아침에 나갔잖아.” 


“그래~ 근데 넌 왜 여기 있냐? 같이 안가고.” 


“이런 미친 새끼.........네가 술 마시자고 붙잡았잖아.” 


“그래........딸국~ 알았다. 그만 가봐~ 지금부터 혼자 마실게.” 


“뭐~ 이런 쌍~.........붙잡을 때는 언제가 이제 가라는 거냐?” 


“미친 자식.........가라고 할 때 가라. 아니다! 내가 그만 피해주지.” 




도치는 술 항아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버린다. 악무룡은 황당한 표정으로 계단을 올라가는 도치를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가려는데 눈앞에 곽지향이 성난 얼굴이 서있었다.




“어~ 벌써 왔어.” 


“도치님는 올라갔어요.” 


“응~ 방금 올라갔는데.” 


“우씨~ 그 인간 나하고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도망갔네.” 


“뭐~ 무슨 말이야. 그럼 도치 놈이 지향이 오는 것을 보고 도망쳤단 말이야.” 


“그럼 샘이죠. 그러나저러나 누군 뼈 빠지게 고생하는데 대낮부터 술판이나 벌이고 말이야..........남자들이 정신상태가 썩였어요. 어떻게 이럴 수 있죠. 도대체 정신이 있는 사람이에요. 없는 사람이에요. 지금이 어느 때인데 한가하게 술판이나 벌이고 있는 거예요” 




(이런 죽일 놈~ 지 혼자 살겠다고 도망을 쳐.) 




악무룡은 한동안 곽지향의 잔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도치 때문에 아무런 죄도 없는(?) 악무룡만 곽지향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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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일행을 태운 조각배가 포양호변에 있는 성자라는 곳에 도착했다. 모두들 계속된 전투와 좁은 조각배에서 풍랑과 싸우느라 많이 지쳐있었다. 풍운과 사우가 먼저 배에서 내려 배를 모래사장으로 끌어내나 나머지 일행이 배에서 내렸다. 옥선은 아직도 기운이 없는지 배에서 내리자마자 비틀거리니 천유가 옥선을 부축해 주었다. 모래사장에는 전투에서 사망한 호인채와 흑룡방 무사들의 시체가 간간히 눈에 띄었다. 풍운일행보다 먼저 떠내려 온 시체들인 모양이다. 옥선은 주변에 흩어진 시체들을 돌아보며 눈물을 흘린다. 풍운, 사우 및 금막비가 모래사장에 널려 있는 시체들을 살펴보았다. 혹시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없다. 




“이대로 두고 갈수는 없잖아요.” 




풍운은 손에 수라기를 모야 모래사장을 후려치니 모래사장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 풍운과 사우 및 금막비는 시체들을 구덩이에 묻어주었다. 




“이제 끝났네요. 자~ 모두 지쳤으니 가까운 객점으로 갑시다.” 




풍운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거린다. 풍운은 입술을 모야 휘파람을 불었다. 혈선을 부르기 위해서다. 




“이제 출발합시다.” 




풍운은 혈선을 기다리지 않고 일행과 함께 마을로 향하고 있으니 혈선이 달려왔다. 영물인 혈선은 풍운의 휘파람 소리를 듣고 찾아온 것이다. 풍운은 당령과 천유가 부축하고 있던 옥선을 혈선에 태우고 마음 입구에 도착했다. 




“풍운.........다시 역용해라.” 




천유가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 풍운에게 하는 말이다. 풍운이 의아한 눈으로 천유을 쳐다보니 천유가 고개를 돌린다. 




“그 얼굴로 마을에 들어가면 모두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될 거야. 그러니까 역용하란 말이야.” 




풍운은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30대 초반의 남자로 역용을 했다. 




“이제 됐어.” 




천유가 풍운의 얼굴을 힐긋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풍운일행이 객점에 들어가서 사람 숫자대로 방을 달라고 했다. 방들은 모두 객점 2층에 있었다. 




“모두 방에 들어가 계세요. 아참~ 천유는 나랑 갈 때가 있으니 조금 후에 밑으로 내려와”


“어디가지는 말이야.” 


“다들 옷이 엉망이 되잖아. 옷을 좀 사와야지. 그러니까 옥선소저와 당령소저의 치수를 확인하고 다시 내려오란 말이야. 나도 금막비님과 사우님의 치수를 알아보고 내려갈게.” 




풍운은 금막비와 사우의 치수를 물어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천유가 내려왔다. 




“왜 하필이면 나랑 가자는 거야. 다른 사람들도 많잖아.” 




천유가 툴툴거리자 풍운은 피식 웃었다. 




“왜 나랑 가는 것이 싫어.”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럼 잔소리하지 말고 따라와.” 




풍운은 점소이에게 포목점의 위치를 물어보고 천유와 함께 포목점으로 향했다.




“천유~ 우리 일행은 모두 도망자들이라는 거 알지. 나는 수시로 역용을 바꾸니까 상관없지만 금막비님이나 사우님은 아니잖아. 그리고 내가 옥선소저나 당령소저의 치수를 물어볼 수도 없잖아. 그러니까 천유에게 부탁한 거야.” 


“쩝~ 내가 만만하다 이거지.” 


“우씨~ 방금 설명했잖아. 너 지금 시비 거는 거지.”


“호호호~ 아니야. 가자.” 




천유와 풍운은 포목점에 가서 여자 옷 3벌과 남자 옷 2벌을 구입했다. 




“풍운은 옷은 안사.” 


“필요 없어.” 


“더럽잖아. 갈아입어야지.” 


“됐어. 빨아 입으면 돼.” 




풍운은 자신의 옷은 구입하지 않고 다시 객점에 돌아오니 날이 어두워졌다. 




“오늘은 모두 피곤하니까 각자 방에서 음식들을 시켜먹고 내일 아침에 보자고 그래. 금막비님이나 사우님에게는 내가 말할게. 천유는 여자들에게 전해줘.” 


“알았어.” 




풍운은 금막비와 사우에게 옷을 주면서 내일 아침에 보자는 말을 전하고 자신의 방에 들어왔다. 풍운은 점소이을 불러 식사와 목욕물을 준비해 달라고 했다. 점소이가 먼저 목욕물을 가져오자 풍운은 옷을 벗고 탕에 들어가니 따뜻한 물에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 




“달칵~” 




다시 문이 열린다. 점소이가 식사를 가져온 모양이다. 




“거기 놓고 가세요.” 




풍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그런데 약간 이상느낌이다. 점소이가 음식을 가져왔다면 당연히 음식냄새가 나야하는데 여자들이 바르는 분 냄새가 나는 것이다. 




“풍운님 저 옥선입니다. 옷을 전해 드리려고 왔어요.” 




뒤에서 여자목소리가 들린다. 바로 조옥선의 목소리다. 옥선은 풍운이 새 옷을 구입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풍운의 겉옷을 전해주려 온 것이다. 배에서 풍운의 겉옷을 자신이 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풍운은 당황하여 머리까지 탕으로 집어넣었다. 옥선은 풍운의 방에 들어와 보니 풍운이 탕에 있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놀라서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저........저기 제가 지금 목용 중입니다. 거기 놓고 가세요.” 


“아예~ 알았어요.”




옥선은 풍운의 옷을 한쪽에 놓고 밖으로 나간다. 풍운은 그녀가 나가자 대충 목욕을 끝내고 옷을 빤 다음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을 그대로 걸쳤다. 




“쩝~ 차갑군.” 




풍운은 수라기를 끌어올리니 옷에서 수중기가 올라오면 잠깐사이에 옷이 마른다. 수라기가 양(陽)의 기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후에 다시 문이 열리며 점소이가 음식을 가져오더니 목욕물을 치웠다. 풍운이 주문한 음식은 오리고기 한 마리와 죽엽청이었다. 술이나 마시고 그대로 잘 생각이다. 풍운이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고 식사를 하려 했다.




“똑~ 똑~ 똑~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누구세요.”


“저~ 옥선입니다.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풍운은 옥선이라는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문을 열어주니 하얀 궁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옥선이 다소곳한 자세로 서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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