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12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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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124(애증(愛憎)의 그림자)-12




새벽에 잠에서 깨어난 천유는 침상에서 일어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어제 마신 술이 과했던 모양인지 방에 올라오자마자 골아 떨어져 이제야 깨어난 것이다. 천유는 어제 밤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았다. 풍운에게 말로만 들었던 제갈무경과 풍설을 만났고,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풍운의 말.........자신을 책임지겠다는 말이 생각난다. 천유는 피식 웃고는 자신의 짐에서 작은 동경(銅鏡)을 꺼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겨울 속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평소 건으로 묶고 다니던 머리를 풀어버리니 아름다운 여자로 변한 것이다. 천유는 눈을 감고 잠시 고민하더니 밑으로 내려가 보니, 점소이들이 장사준비하고 있었다. 천유는 점소이에게 물을 준비해달라고 해서, 먼저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한 다음,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옷을 벗고, 짐 속에서 궁장을 꺼내 입었다. 자주색의 아름다운 궁장이다. 천유는 겨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다가 짐 속에서 백분(白紛)을 꺼내 얼굴에 바르고, 눈썹 주위의 털을 뽑아서 예쁘게 치장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색분(色紛)을 물을 타서 입술에 찢어 바르고 화장을 마무리했다. 천유는 다시 한번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살펴보고 짐을 정리한 다음 풍운의 방으로 갔다. 




“똑 똑 똑” 




천유가 문을 두드린다. 풍운은 천상루에서 돌아와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배화교가 군산을 점령하고 흑룡과 사해방을 노리고 있다. 또한 백도 무림은 자신들과 나머지 십이사를 죽이려 하고 있다. 풍운은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었다. 자신들은 배화교와 백도 무림에게 공동의 적이 된 것이다. 풍운이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풍운이 문으로 가서 문을 열어보니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이 눈앞에 있었다.




“누........구세요.” 


“바보. 나야. 천유.” 


“천유?” 




풍운은 천유의 위아래를 살펴보더니 한발 뒤로 물려난다. 




“와~ 정말 천유 맞구나. 하하하~ 정말 미치겠다.” 


“지금 그 반응은 뭐지~ 미치겠다니 그게 무슨 뜻이지.” 


“천유가 너무 예뻐서 미치겠다는 거야. 자~ 들어와.” 


“싫어. 네가 나와.” 


“왜~”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 꼭 늑대 같아.”


“뭐야~ 늑대?”


”밑에 기다리고 있을 태니 준비하고 나와.” 


“쩝~ 알았다. 그럼 기다리고 있어.” 




천유는 빙긋 웃더니 밑으로 내려갔다. 풍운은 천유의 아름다운 모습에 잠깐 흔들렸지만 곧 평정심을 찾았다. 천유는 좋은 친구다. 그 이상의 감정으로 발전하는 것은 천유나 자신도 원하지 않는다. 천유가 밑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풍운이 밑으로 내려와 세수를 하고 자신이 앉아있는 탁자로 왔다. 




“이제 남장을 벗기로 했어.” 


“이미 정체가 탈로 났는데 남장할 필요 없잖아.” 


“잘 생각했다.” 


“그런데.........처음부터 내가 남장여인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말.........정말이냐.” 


“내 팔자는 남장여인과 인연이 많은 모양이야. 천유 이전에는 벽하가 남장을 하고 다녔어.”


“경험이 있어서 쉽게 알아봤다는 말이냐.” 


“그런 샘이지.” 


“그동안 나만 바보짓 했다는 말이네.” 


“아니야. 잘 했어. 천유가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란 걸 알았으면 힘들었을 거야.” 


“힘들어.........무슨 말이야.” 


“천유가 예뻐서 하는 말이야. 흐미~ 그동안 기회가 많았는데.........흐미~ 아까운거 ~"


“보자보자 하니까? 못하는 소리가 없네. 오늘 이라도 덮쳐보지 그래.”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잘못했다가 천유의 활에 고슴도치 되긴 싫다. 식사 해야지.” 


“싱겁기는.........밥은 조금 있다가 먹고, 우선은 차부터 한잔 하자.” 




풍운은 점소이를 불려 차를 주문했다. 




“언제 왔어. 나는 아침에나 돌아올지 알았는데.........” 


“축시(1~3시)경에 돌아왔어.”


“그렇게 빨리 왔어. 혹시 토끼 아니야.” 


“푸우~” 




풍운은 마시고 있던 차를 내려놓으며 가슴을 때린다. 토끼라는 말에 충격(?)을 받아서 차가 언친 모양이다. 




“내가 살다보니 별소릴 다 듣는군. 토끼........왜 직접 확인해 볼래!” 


“아니면 됐다. 괜히 혼자 흥분하네.” 


“우씨~ 무슨 여자가 못하는 말이 없냐.” 


“참~ 얼굴.........어제 얼굴 보여준다고 했잖아.” 




풍운은 손을 이마에 대고 고개를 흔들었다. 차라리 말을 못할 때가 상대하기 편했다.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천유의 언변은 청상유수(靑山流水)가 되어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풍운은 잠깐 사이에 역용을 풀고 손을 내렸다. 




“자~ 이게 됐냐.” 




천유는 차를 마시다말고 풍운의 얼굴을 보더니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트린다. 




“뭐하는 거야.” 


“아..........아니다.” 




천유는 얼른 찻잔을 들고 탁자에 있는 물을 치웠다. 




“왜~ 내 얼굴이 이상해.” 


“다시 역용해라.” 


“뭐라고.” 


“다시 역용하라고 했어.” 




풍운은 쓰게 웃더니 다시 본래의 얼굴로 역용을 했다. 




“이제 됐어.” 


“너~ 방금 그 얼굴.........진짜 얼굴이냐.” 


“그래. 왜 아닌 것 같아.” 


“진짜 얼굴이라........너 말이야. 꼬~오옥~ 역용하고 다녀라. 절대 본 얼굴로 다니지 마라.” 


“왜~” 


“그게 사람 얼굴이야. 잠깐만.......너 혹시 말이야.........무슨 색공(色功)을 익힌 것 아니지.”


“색공이라니?” 


“거 있잖아. 소녀미혼마공이라든지 마안공 같은 상대를 현혹시키는 무공 말이야.” 


“알고는 있지만 익히지는 알았다. 근데 왜 그걸 물어봐~” 




사사천교의 무공이나 천마마련의 무공 중에 남자들이 익힐 수 있는 색공(色功)이 있지만 풍운이 익히지는 않았다.




“너 얼굴을 본 순간 기분이 멍해지면서 내 자신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유혹을 느꼈어. 쉽게 말해서 모든 걸 집어 던지고 너에게 안기고 싶었어. 그 만큼 내 얼굴은 남을 끌어당기는 마력(魔力)이 있어. 그러니까 세상여자들을 위해서 계속 역용하고 다녀. 잘못하면 세상 여자들 남아나지 않겠다.”




천유는 자신의 느낌을 하나도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말해주었다. 풍운은 천유의 말을 듣고 쓰게 웃고 말았다. 자기 스스로도 자신의 얼굴이 거북한 정도로 잘 생긴 얼굴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마력(魔力)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알았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 이제 차도 마셨으니 밥이나 먹자.” 


“기다려. 손님이 오기로 했어.” 


“누구.” 


“마침 저기 오는 군.” 




천유가 손을 들어 사람을 부른다. 풍운은 누군지 궁금해서 뒤를 돌아보니 면사를 두른 란과 무경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풍운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천유을 쳐다보니 천유는 풍운보고 자신의 옆자리로 오라고 눈짓한다. 풍운은 쓰게 웃더니 천유의 겉으로 갔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저희들이 늦었군요.” 


“아닙니다. 우리도 조금 전에 왔어요.” 


“처음에는 천유님을 못 알아봤어요. 정말 샘날 정도로 아름다우시네요.”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시고........자~ 자리에 앉으세요.” 


“풍운도 두 여인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풍운........내가 초대했어. 어제 우리가 얻어먹었으니 오늘은 우리가 대접해야지.” 


“천유가 사는 거냐?” 




풍운의 말에 천유가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풍운을 흘겨본다. 




‘죽고 싶어.’




천유의 전음에 풍운은 쓰게 웃고 말았다.




“알았다. 내가 산다. 내가 사면되잖아.” 




풍운의 말에 천유가 밝게 웃으며 점소이를 불려 음식을 주문했다. 




“언제 오셨어요.” 


“어제 밤에 돌아왔습니다.” 




무경의 물음에 풍운이 대답했다. 무경은 더 이상 묻지 않았고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잠시간 침묵이 흐르자 천유가 입을 열었다. 




“어제 천상루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다 온 거야.”


“배화교에 대해서 듣고 왔어. 배화교가 군산을 점령했다고 하더군.” 


“정말이야. 자세히 말해봐~” 




풍운은 다정화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배화교와 장강수로십팔채에 대한 이야기니 무경에게도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군산이 배화교의 수중에 넘어갔다면 문제가 심각하군요. 군산은 대륙의 강과 수로의 중심입니다. 거기다가 장강수로십팔채가 가지고 있던 함선 50척이 넘어갔다면 장강수로십팔채의 전력의 3분의 2가 배화교의 수중에 넘어갔다는 결론입니다.” 


“3분의 2요? 설마요? 아직 십팔개 채주가 견제하고 총채도 견제하지 않습니까?” 


“풍운님은 장강수로십팔채가 가지고 있는 함선이 몇 척이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채주에 있는 것까지 합쳐서 많아야 백척미만 입니다. 거기에 군산에 있던 배들은 최근에 건조된 최신에 함선들 입니다. 각 채주가 가지고 있던 배들하고는 본질적으로 틀려요. 또한 군산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죽거나 포로가 되었다고 했죠. 군산에는 장강수로십팔채 무사들의 가족들이 있었어요. 만일 배화교가 그들을 볼모로(인질) 잡고 협박한다면..........장강수로십팔채는 어쩔 수 없이 배화교에 항복할지도 모릅니다.” 


“저도 그건 생각했어요.”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아요. 조금 전에 배화교가 흑룡방과 사행방을 노리고 있다고 하셨죠? 흑룡방은 장강수로십팔채와 달리 악질적인 해적(海賊)집단 입니다. 지금까지는 장강수로십팔채의 위세에 눌려 숨죽이고 있었지만 군산이 무너진 이상 본격적으로 해적질을 자행할 겁니다. 또한 사해방까지 넘어가면 문제는 더 심각해요. 사행방은 대륙상권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대륙상회와 깊은 연관이 있는 방파에요. 그들이 만일 배화교에 넘어간다면 대륙상회의 해상 운송로가 마비됩니다. 이건 곧 대륙상회에 위기가 될 수 있으며 잘못하면 대륙상회까지 배화교와 손을 잡을 잡는 최악의 경우로까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알았어요. 식사부터 하시죠?” 


“예?” 


“점소이가 음식을 가져오고 있어요. 이야기는 식사가 끝난 후에 다시 해요.” 




풍운의 말대로 점소이가 주문한 음식들을 가져왔다. 식사가 나오자 풍운과 천유는 말없이 식사에 열중했다. 하지만 무경과 란은 식사에 손을 대지 않는다. 




“왜 안 드세요.” 


“먼저 드세요. 우린 천천히 먹을 게요.” 




천유의 말에 란이 대답했다. 란과 무경은 면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식사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왜요.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럼 다른 음식을 주문하세요.” 




천유는 점소이를 다시 부른다. 란은 한번 사양하다가 천유가 계속 권하자 죽을 주문했다. 몸이 약한 무경을 위해 주문한 것이다. 잠시 후에 죽이 나오자 무경과 란이 젓가락을 들었다. 풍운이 힐긋 란과 무경을 쳐다보니 란과 무경은 면사를 반쯤 올리고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끝까지 면사를 벗지 않을 모양이다. 풍운은 쓰게 웃더니 식사를 마치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잘 먹었다.” 




풍운이 식사를 끝내자 무경과 란도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벌써 다 드셨어요.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더 드세요.” 




풍운은 말에 란이나 무경은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천유는 끝까지 식사를 끝내고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식사가 끝났으니 좀 전에 했던 말을 계속하죠. 배화교의 진정한 목적이 중원 무림의 정복이라면 군산을 점령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무경님........혹시 소식 들었어요. 무당과 칠대세가가 저와 십이사들을 죽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갈세가도 칠대세가의 하나 아닌가요?” 




풍운의 말에 무경이 부르르 떨었다. 풍운의 말대로 제갈세가는 칠대세가의 하나다. 이게 무슨 말인가? 무경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누가 그래요?” 


“천상루에서 하는 말이니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닐 겁니다.” 


“아닐 겁니다. 제가 다시 알아볼게요. 아버님이나 할아버지가 그릴 분이 아닙니다.” 


“잠깐만.......풍운님은 왜 갑자기 그 말씀을 하시는 거죠. 아가씨는 배화교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잖아요. 그리고 우리말보다 천상루의 말을 더 믿으신다는 말씀인가요?”




란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하자 풍운은 쓰게 웃는다. 




“저는 천상루를 믿습니다. 막말로 나를 죽이려하는 사람들하고 한자리에 앉아서 웃고 떠드는 것도 웃기는 짓이죠?”


“밴댕이 속알딱지 같군요.” 


“뭐요?.......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풍운이 성질을 내며 일어나려하자 천유가 풍운을 팔을 잡고 다시 앉힌다. 




“둘 다 진정해요. 어떻게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싸워요?” 


“천유도 들었지. 나보고 밴댕이 속알딱지 같다고 하잖아. 그런 말을 듣고도 참으란 말이야.” 


“참아. 여자하고 싸우면 너만 속해야.” 


“어휴~ 미친다. 어휴~.” 


“풍운도 좀 의젓하게 행동해. 어떻게 란님만 만나면 그렇게 감정을 조절을 못해.” 


“저 여자가 먼저 시비를 걸잖아.” 


“흥~ 곧 죽어도 자기만 났다고 하죠.” 




란이 한마디 톡 던지자 풍운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유 짐 챙겨. 그만 가자.” 


“풍운님 앉으세요.” 




무경의 목소리다. 풍운은 무경의 말에도 자리에 앉지 않고 계속 서 있다. 




“란.......천유님 잠시만 자리를 피해주시겠어요.” 


“아가씨!” 


“란은 먼저 방에 올라가 있어.” 


“하지만........” 


“올라가 있어” 




무경이 큰소리로 말하자 란은 부르르 떨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이층으로 올라가 버린다. 천유도 풍운과 무경의 눈치를 보다가 방으로 올라간다. 




“앉으세요. 부탁입니다.” 




무경의 간절한 말에 풍운이 자리에 앉았다. 




“저에게 할 말이라도 있나요.” 


“풍운님.................저는 앞으로 길어야 1년 밖에 살지 못해요.” 


“.............” 


“하늘이 저에게 허락한 시간이 일년 정도죠. 그래서 저는 고민하고 망설일 시간이 없어요.”


“지금 무슨 말씀이죠.” 


“계속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 




풍운이 말이 없자 무경의 말이 이어졌다. 




“저는 태어나서 한번도 제갈세가를 떠나본 적이 없어요. 이번에 처음이자 마지막 외출이 될 겁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서 향상 약을 달고 살았어요. 문밖에 나가는 것조차 힘들었죠. 방에만 있는 제가 무엇 할 수 있었을까요? 남들처럼 놀지도 못하고 친구도 없었어요. 그나마 세가에 있는 수많은 책들이 있어서 그걸 벗 삼아 무료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죠. 남들은 저보고 천재니 하늘이 내린 재녀니 하는데.........저에게 그런 말들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해요. 만일 지금이라도 저의 재능과 건강한 삶을 바꿀 수도 있다면.............아니 단 몇 년의 삶과 바꿀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바꾸고 싶어요. 무서워요. 하루하루가 너무나 무서워요. 밤에 잠자리에 들 때면 내일 다시 깨어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해요. 미안해요. 이런 말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데.........제 신세한탄만 하고 있네요.”


“계속하세요. 제가 들어드릴게요.” 


“란은 어릴 적부터 유일한 친구였어요. 저는 란에게 제가 가진 모든 걸 전해주었죠. 란이를 미워하시면 안돼요. 란은 풍운님의 운명적인 여인입니다.” 


“그 말씀을 하시고 싶었던 겁니까?” 


“아니요. 지금부터 하는 말이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말씀하세요.” 


“처음에도 말했지만 제 삶은 앞으로 길어야 1년 입니다. 고민하고 망설인 시간이 없죠 .............저..........풍운님 사랑해요. 풍운님의 여자가 되고 싶어요.” 




풍운은 무경의 말에 얼굴이 탁탁하게 굳어졌다. 무경 같은 여자가 실없는 농담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을 죽이려하는 제갈세가의 제갈무경이 자신을 사랑한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혼란스럽다. 믿어지지 않는다. 




‘내 얼굴은 남을 끌어당기는 마력(魔力)이 있어’ 




아침에 말했던 천유의 말이야. 




“무경님........저는 이미 부인이 있어요. 그것도 한명이 아니라 4명이나 있어요. 다른 남자를 찾으세요.” 


“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풍운님 입니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저에게 고민하거나 망설일 시간이 없어요.” 


“무경님만을 사랑해 줄 남자를 찾으세요. 저는 무경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놈입니다.” 


“왜요. 부인들이 있어서요.” 


“..........................” 


“저요. 풍운님께 다른 부인들이 없었다면 절대 풍운님을 사랑하지 않았을 겁니다. 풍운님은...........풍운님은 제가 죽어도........다른 부인들이 있으니까? 금방 절 잊을 수 있잖아요. 무경은 그냥 스쳐간 여자로 생각하시면 되잖아요.” 




무경의 어깨가 가늘게 떨린다. 풍운은 입술을 깨물고 무경의 바라보고 있었다. 무경의 면사 사이로 맑은 물이 떨어진다. 울고 있는 모양이다. 답답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냉정하게 거절해야 한다. 무경은 칠대세가 사람이다. 또한 순결한 영혼을 지닌 여인이다. 




“휴~ 무경님..........지금까지 우리 세 번 만났어요. 그런데 갑자기 사랑하다고 하시니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전 아직 무경님의 얼굴도 모르잖아요.” 


“만남의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풍운님은 예전부터 제 마음속에 있었던 분입니다. 천강성의 운명을 타고난 분.........저는 예전부터 천강성의 운명을 타고난 분을 흠모하고 있었습니다.” 


“휴~” 




풍운이 길게 한숨을 쉰다. 무경이 쉽게 물려날 것 같지 않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어떻게 답해야 무경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이 자리를 모면할 수 있을까? 풍운은 답을 찾지 못하고 무경만 바라보고 있었다. 




“점소이.........여기 술하고 안주 좀 가져와” 




갑자기 객점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소리를 지르며 객점으로 들어오는 사내들이 있었다.




“어서 오세요. 우선 자리에 앉으세요.” 


“술부터 내와~” 




사내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술을 달라고 성화다. 점소이는 바로 달려가서 안주도 없이 먼저 술부터 가져온다. 




“빌어먹을.........군산이 그렇게 허무하게 당할 줄이야.” 


“순찰님........고정하세요.” 


“내가 고정하게 생겼어. 어떤 잡놈들인지 다 죽어버릴 거야.” 




사내는 술을 병째 마시며 울분을 토해낸다. 




창가에 앉은 풍운과 무경사이에 침묵이 흐르고 있다. 풍운은 아직 대답하지 않았고 무경은 떨리는 마음으로 풍운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경님........” 




“꽝아아앙~”


“점소이 여기 술.........술이 떨어졌잖아.” 




풍운이 말을 하려는데 주위가 너무 소란스럽다. 풍운은 짜증이 밀려왔다. 도대체 어떤 개자식이 아침부터 객점에 와서 행패란 말인가? 




“예~ 예~ 여기 있습니다.” 




풍운이 돌아보니 점소이가 급하게 달려와 술을 사내들에게 가져다주고 있었다. 사내들은 40대의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내들이다. 풍운은 다시 무경을 보고 힘들게 입을 열었다. 




“무경님.........저도 무경님이 착하고 좋은 여자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더욱 무경님의 사랑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요.” 


“풍운님........가련한 여인의 소원.........” 




“꽈~앙~ 대체 소식을 알아보러 간 놈들은 왜 이렇게 늦는 거야.” 




사내가 주먹으로 탁자가 부셔지라 내리치며 큰소리를 떠든다. 풍운은 쓰게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아무래도 자리를 옮겨야겠군요.” 


“예?..........아예” 




그때 이층에서 일단의 무사들이 밑으로 내려왔다. 제갈무경을 보호하는 제갈세가의 무사들이 객점이 소란해지자 밑으로 내려온 것이다. 그들은 무경과 풍운을 발견하고 무경의 겉으로 모여들었다. 




“아가씨가 이곳에........저희들이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물려가세요. 지금 손님과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럼 저희들이 지켜드리겠습니다.” 




무사들은 풍운과 무경이 앉은 탁자 주위에 포진했다. 풍운은 상황이 무경과 대화가 분위기가 아니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경은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죠. 무경님의 뜻은 잘 알았습니다. 저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습니다.” 


“저기...............올라가실 겁니까?” 


“예~ 올라가야죠.” 


“풍운님.......너무 기다리게 하지마세요. 저는.......시간이 없어요.” 


“알겠습니다. 그런 이만........” 




풍운은 무경에게 인사를 하고 이층으로 올라간다. 무경은 풍운의 뒷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숙인다. 




<<계속>>




ps : 이번 편으로 애증의 그림자를 종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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