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14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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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144(반근착절(盤根錯節))-20




밤이 깊은 시간 홍인이 지휘하는 무림군이 악양에 도착했다. 그들은 일단 악양에서 객점을 잡고 개방의 연락을 기다리기로 했다. 아직 개방에서 풍운일행에 대한 보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란은 무경을 안고 방으로 올라가려는데 홍인이 란을 부른다. 무경을 방에 데려다주고 자신의 방으로 오라는 것이다. 란은 일단 무경을 방에 눕히기로 했다. 무림맹에서 이곳 악양까지 마차에서만 생활했기 때문에 몸이 약한 무경이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이다. 란이 무경을 침상에 눕히자 무경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가씨 왜 다시 일어나세요. 어디 불편하세요.” 


“란.......나를 창가로 데려다 주겠니. 밖의 풍경을 보고 싶어.” 




란은 몸약한 아가씨에게 차가운 밤공기가 안 좋다는 것을 알지만 무경이 원하니 그녀를 창가에 있는 의자에 앉혀주었다. 무경은 창문을 열고 불빛이 반짝이는 악양의 풍경을 바라본다. 아미 이곳 어딘가에 풍운이 있을 것이다. 그와 같은 곳의 공기를 숨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무경은 왜 풍운을 사랑하는 것일까? 풍운의 외모를 보고 반한 것일까? 그건 아니다. 남자의 외모 따위에 끌릴 무경이 아니다. 그럼 왜 풍운을 사랑하는 것일까? 처음 시작은 풍운이 란의 운명적인 남자이며 그의 사주에 많은 여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경은 언젠가부터 란을 자신의 분신(分身)으로 생각했고 풍운이 란의 운명적인 남자라면 자신 또한 풍운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풍운의 사주에 많은 여인이 있으므로 자신하나 죽는다하여 그가 방황하거나 슬퍼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 그를 사랑하기로 했다. 그런데 풍운을 한번보고, 두 번보고 만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풍운의 모습이 마음속 깊이 각인되기 시작했다. 풍운이 완벽한 남자였다면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천강성의 운명을 타고난 풍운은 결코 강한 남자도 아니었고, 영웅도 아니었다. 그도 평범한 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무경은 풍운의 아픔을 감싸주고 싶었다. 그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자신이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그의 부족한 부분을 자신이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풍운을 사랑하게 된 이유다..........보고 싶다...........그가 보고 싶다.




“란........풍운님이 이곳에 있다고 했지. 혹시 지금 어디계신지 아니.” 


“개방의 형제들이 알아보고 있으니 내일쯤에는 소식이 올 겁니다. 그런데 아직도 이해가 안돼요. 아가씨는 왜 군사자리를 거절하신 거죠.” 




무경은 일단 면사를 벗었다. 방에 들어왔으니 볼 사람도 없고 답답했기 때문이다. 




“란.......앞으로 제갈세가을 이끌어 갈 사람은 내가 아니라 란이야. 그리고 나는 풍운님을 사랑하고 있어. 적(敵)의 수장을 사랑하는 내가 무림군의 군사가 된다는 것은 말이 돼. 그래서 거절했어.” 


“아가씨는 정말 그놈을 사랑하세요.” 


“응~ 사랑해.” 


“휴~ 제가 그놈을 죽이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란의 물음에 무경은 빙긋이 웃기만 한다. 란은 무림군의 군사이기 때문에 그녀의 한 마디로 무림군 전체를 움직일 수 있다. 이번에 모인 무림군은 숫자는 적지만 각대문파의 정예무사들로 구성되었기 40년 전 정사대전 이후 최강의 무림군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지금의 무림군 전력으로 사호팔랑을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는 다는 말이다. 또한 란은 풍운일행을 생포하라는 무림맹의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그들을 생포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란의 말대로........란이 풍운을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건 두 사람의 운명이겠지. 하지만 난 천기를 믿어........그리고 풍운님을 믿어.” 


“제가 그놈을 잡을 수 없다는 말씀인가요?” 


“글쎄........그건 나도 몰라.”


“아가씨는 누구편이죠. 제 편인가요? 그놈 편인가요?” 


“글쎄........난 이번 일에 있어서만큼은 누구의 편도 아니야. 란의 편도 아니고........풍운님의 편도 아니야.” 


“휴~ 알았어요. 저는 지금 홍인스님을 만나려 가야해요. 홍인스님이 저를 찾았거든요.” 


“다녀와~” 


“늦을지도 몰라요. 일찍 주무세요.”




란은 무경을 두고 홍인의 방으로 가보니 홍인이 몇 명의 남자들과 함께 있었다. 




“어서오세요. 방금 전에 개방님 신풍개님이 오셨어요. 신풍개님 군사님이 오셨으니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 주세요.” 




란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탁자로 가다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장내에 지독한 악취가 풍기가 때문이다. 신풍개.........개방방주의 직전제자로 이번에 무림군에 개방대표로 참석한 사내다. 그는 20대 후반으로 마치 걸레처럼 너덜너덜한 옷을 걸치고 머리는 산발을 하고 있었다. 또한 한 일년은 목욕을 안 한 것처럼 몸에서 지독한 악취를 풍기고 있으니 그가 실내에 가득한 악취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이런 숙녀분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물이라도 뿌리고 오는 건데........하하하~ 죄송합니다. 제가 창가로 가죠.” 




신풍개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창가로 자리를 옮겨 창문을 여니 방안에 진동하던 악취가 어느 정도 가시는 것 같다. 란은 말없이 홍인의 겉에 앉았다. 




“신풍개님 처음부터 다시 말씀해 주세요.” 




홍인의 말에 신풍개는 한번 헛기침을 하더니 장내를 돌아본다. 장내에는 이번 무림군의 수장인 홍인과 좌우대장인 현원자와 화원명 그리고 군사인 란이가 있었다. 바로 무림군의 지휘부가 모두 모인 것이다.




“사호팔랑에 최근 동향에 대해 짤막하게 보고하겠습니다. 일단 삼사 마검요호와 칠사 혈지화호 그리고 팔사 한혈빙랑은 실종되었습니다. 우리 개방의 판단으로 그들은 저번 영창평원의 전투에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음으로 귀산선랑, 화무폭랑, 혈수독호는 림상으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검옥랑과 혈인편호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저희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말한 놈들을 제외한 나머지 놈들은 풍랑채에 있습니다.” 


“그럼 마수마랑과 나머지 놈들이 장강수로십팔채의 하나인 풍랑채에 있다는 말씀이세요.” 


“예~ 오늘 아침에 본방의 형제들이 풍랑채에 있는 그놈들이 확인했다고 합니다.” 


“쩝~ 그놈들이 무슨 이유로 풍랑채에 있는 거지. 그리고 장강수로십팔채 놈들도 미쳤군. 그놈들도 귀가 있으니 사호팔랑이 무림공적이라는 걸 알고 있을 거 아닙니까? 또한 그놈들을 보호하면 자신들도 무림공적으로 몰린다는 것을 알진데.........그걸 알면서도 그놈들을 보호하고 있단 말입니까?” 




현원자의 불만이 가득한 음성이다. 당장이라도 풍운일행뿐만 아니라 장강수로십팔채도 박살내자는 분위기다. 현원자는 다른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고 오직 풍운에게만 관심이 있다. 풍운에게 당한 패배가 뼈에 사무쳐서 당장이라도 복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러분.......사호팔랑 중 5명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그들의 행방을 찾는 것이 급해요.” 




란의 말에 신풍개가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개방을 어떻게 보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개방은 천하제일의 정보망을 가지고 있다. 개방의 말을 못 믿으면 누굴 믿겠다는 말인가? 신풍개는 속에서 욱하고 올라오는 감정이 있었지만 자리가 자리이니 일단은 참기로 했다.




“5명이 아니고 2명입니다. 3명은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영창평원의 전투에서 죽은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영창평원의 전투 이후 심한 부상을 입었다는 것을 우리 개방이 확인했고.......그 이후 그들의 모습을 본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그것으로 그들이 죽었다고 판단하긴 어렵지 않나요. 혹시 숨어서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 개방을 무시하는 겁니까?”


“그건 아니고..........저는 다만 확인하고 넘어가자는 의미입니다.”




란은 자신의 말에 신풍개가 화를 내자 바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흥분했군요...........제 눈으로 그들이 죽은 것을 확인하지 못했으니 자신 있게 죽었다는 말은 못하겠군요.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현재 그들이 중원에 없다는 겁니다. 이건 개방의 명예를 걸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좋아요. 신풍개님의 말씀을 믿겠습니다. 세 명은 중원에 없다고 하죠. 그럼 나머지 두 명은 어떻게 된 겁니까?” 


“우리 개방이 분석하기로 비검옥랑과 혈인편호는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사호팔랑도 머리가 있는 놈이니 당연히 우리들의 동향에 대해 감시하고 있겠죠?” 


“그럼 2명은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말이군요. 신풍개님........그들을 잡아들일 방법이 없을까요?” 




란의 말에 신풍개는 희미하게 웃는다. 




“란님........비검옥랑이 누군지 아세요. 그놈은 이가살수문의 마지막 생존자로 이가살수문의 모든 것을 이어받은 놈입니다. 순순히 우리 손에 잡힌 놈이 아니라는 말이죠.” 




란도 이가살수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고 있다. 이가살수문은 전설의 살수가문으로 그들이 한참 활동할 때는 그들의 이름이 저승사자의 이름과 동일하게 취급되었다. 즉 이가살수문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은 지옥의 명부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가살수문의 무공 중에서 비검술도 유명했지만 특히 은신술은.........왜나라 인자문의 은신술과 쌍벽을 이루는 무림일절이었습니다. 쉽게 말해.......그놈이 몸을 숨기고 있는 이상 그놈을 잡는 것은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신풍개님 말씀을 비약하면 어쩌면 지금도 그놈이 우리 몰래 우릴 감시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말씀이군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의 감시를 피할 방법은 없나요.” 




란이 걱정스럽게 물어보자 현원자나 홍인이 피식 웃었다.




“하하하~ 란님은 너무 신경이 예민하시군요. 그놈이 아무리 신출귀몰(神出鬼沒)한 은신술을 익힌 놈이라도 우릴 옆볼 수는 없습니다. 홍인스님이나 여기 있는 우리가 있는데 감히 어딜 옆 본다는 말입니까?” 




현원자가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하자 란도 더 이상 비검옥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자~ 이제 놈들을 상대할 계책을 세워봅시다. 놈들이 둘로 나누어졌으니 우리도 좌우군으로 나누어 놈들을 상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신풍개의 보고가 끝나자 조용히 듣고만 있던 홍인의 말에 란은 잠시 고민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사호팔랑은 군산을 공격한 배화교 무리를 상대하기 위해 풍랑채를 찾아갔을 겁니다. 신풍개님........저 말이 틀렸나요?”




란이 신풍개에게 묻자 신풍개는 머리를 긁적거린다.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현재 풍랑채에 장강수로십팔채의 총채주와 13개채의 병력이 운집해 있다는 사실과 그들이 군산을 공격한 놈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모였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럼! 다른 식으로 물어보죠. 군산을 공격한 놈들이 누구죠.” 




란의 질문에 신풍개가 한숨을 쉬었다. 알고는 있지만 대답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신풍개님........대답해 주세요. 배화교도들이 확실하지 않나요.” 


“휴~ 군사님이 이미 알고 계시니 숨기지 않겠습니다. 맞습니다. 배화교입니다.” 




신풍개의 말에 장내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특히 현원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신풍개의 말이 의미하는 것은 크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풍운의 주장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풍운은 홍인이나 화원명 그리고 현원자에게 자신들은 흑도와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배화교의 의해 키워진 살인병기들이었지만 배화교가 자신들을 토사구팽(兎死狗烹)을 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복수를 하려했다고 했으며 자신들이 무림맹을 공격한 것도 무림맹이 배화교가 심어놓은 간세들에 의해 장악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앞으로도 자신들은 배화교의 음모를 밝히고 그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말도 안돼.........신풍개님.........정말 군산를 공격한 놈들이 배화교 놈들이 확실한 겁니까?” 




현원자가 다그치자 신풍개는 입을 다물어버린다. 




“왜 말씀이 없는 겁니까? 그놈들이 배화교가 확실해요.” 




현원자가 계속해서 묻자 신풍개는 입술을 깨물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백도 무림 입장에서 믿고 싶지 않지만.........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호팔랑이 풍랑채를 찾아간 장강수로십팔채의 적인 배화교를 상대하기 위함이며..........장강수로십팔채가 무림공적인 사호팔랑과 함께 있는 것도 공동의 적인 배화교를 상대하는데 그들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말도 안돼........사호팔랑놈들이 장강수로십팔채를 도와 배화교를 상대하려 한다는 것이 사실이란 말입니까?” 




현원자는 얼마 전에 란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난 모양이다. 




“현원자님.........흥분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받은 명령은 사호팔랑을 생포하라는 명령입니다. 우린 명령에 충실하면 됩니다. 그리고 모든 진실은 그놈들을 생포해서 알아보아도 늦지 않습니다.” 


“그래요........현명한 판단입니다. 지금 그놈들이 배화교를 상대하거나 말거나 상관없죠. 우린 그놈들을 잡아오라는 명령에 충실하면 되는 거죠.”




홍인의 말에 현원자가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홍인은 답답할 정도로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사내다. 그는 요령이라는 것을 모른다. 무림맹으로부터 사호팔랑을 생포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니 그들을 생포하는데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 평소답지 않게 화원명은 말이 없다. 장내의 분위기 자체가 자신이 끼어들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도 홍인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놈들이 배화교를 상대하든 말든 우리하고는 상관없습니다. 굳이 제가 신풍개님에게 배화교의 존재를 확인한 것은 놈들이 무엇 때문에 풍랑채를 찾아갔고, 무엇 때문에 장강수로십팔채가 그놈들을 보호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여러분도 알고 있어야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임무는..........그놈들을 생포하는 겁니다.”




란에게 풍운이란 사내는 어떤 사내일까? 란은 풍운이 싫다. 그의 바람둥이 기질이 싫고........자신이 사랑하는 아가씨가 그런 놈을 사랑하다는 것이 싫다. 놈의 말이 진실이든 아니든 관심 없다. 자신은 그놈을 포함한 사호팔랑을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것으로 끝이다. 진실을 밝혀내는 것은 자신의 몫이 아니다. 다른 것은 생각하기 싫다. 홍인도 마찬가지다. 풍운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은 알고 있고, 사호팔랑이 배화교의 상대하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무림맹의 명령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호팔랑의 진실은 차후 문제로 자신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무림맹을 구성하는 문주들이 판단할 몫이다. 




화원명은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 무림군을 지휘하는 홍인과 현원자 그리고 군사인 란까지 진실을 외면하고 무림맹의 명령을 따르면 그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마음도 없고, 그럴 의지도 없다. 한심한 놈들이다. 이런 놈들에게 무슨 말을 한다는 말인가? 화원명은 한숨을 쉬었다. 인간이란 동물이 참 간사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 흑백을 따지고.......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외면한다. 차후에 진실을 외면한 대가가 얼마나 클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홍인스님.......일단은 오늘회의는 이것으로 끝내죠. 오늘 밤 안으로 그들을 상대할 계책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들 여기까지 오느라 피곤하니 오늘은 이만 쉬고 내일 다신 논의하기로 하죠.” 




란의 말에 홍인이 회의를 끝내자 란과 신풍개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화원명님도 그만 가서 쉬세요.” 




화원명은 힐긋 현원자를 쳐다보고는 홍인에게 인사를 했다. 현원자가 미적거리는 것으로 보아 홍인에게 할말이 있는 모양이다. 화원명이 자신의 방을 들어가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칠대세가의 대표들이다.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까?” 


“예~ 회의 결과가 궁금해서 왔습니다. 우선 자리에 앉으시죠.” 




준수하게 생긴 청년이 화원명을 의자로 안내했다. 화원명은 장내를 살펴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번에 칠대세가에서는 자신들이 파견한 무사들의 대표로 소가주들을 보냈다. 견문도 넓히고 많은 경험을 쌓으라는 배려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구파일방이나 다른 가문에서 장문인이나 가주들이 나서질 않으니 체면을 중시하는 놈들의 특성상 자신들이 나서지 못하고 소가주들을 보낸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 화원명의 방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칠대세가의 소가주들과 가주의 자식들이라는 말이다.




황보세가의 황보혜경과 황보명


남궁세가의 남궁벽과 남궁자영


하북팽가의 팽소봉과 팽비


사천당가의 당가위


모용세가의 모용보경과 모용천악


벽력세가의 악무석와 악소소




제갈세가의 무경을 제외하면 칠대세가의 자제들이 모두 모인 것이다. 




“궁금한 것이 뭐죠?”


“저기........대장님.......사호팔랑의 우두머리가 마수마랑 풍운이라고 하던데........정말입니까?”




모용보경이 질문에 화원명이 보경을 쳐다보니 보경은 긴장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보경은 풍운이라는 이름을 가진 놈을 빛이 있다. 그녀는 오빠인 모용천악에게 마수마랑이 풍운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곳까지 쫒아왔다.




“마수마랑은 제가 처음 만났을 때 아군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개방의 말을 들어보니.......아군에서 풍운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하더군요.”


“말씀을 힘들게 하시네요. 마수마랑이 풍운이라는 말씀이죠.”


“예~ 맞습니다.”




화원명은 쓰게 웃었다. 자신이 만난 아군.........그리고 풍운.........그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한명은 적으로.........한명은 친구로 만났는데.........두 사람이 동일이라는 것이 화원명이 씁쓸한 것이다. 보경은 풍운이라는 말에 이를 갈았다. 풍운이라는 놈은 자신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치욕을 남긴 놈이다. 그런데..........보경과 반대쪽에 앉은 황보혜경은 아군과 풍운이 동일인아라는 말에 한숨을 쉬었다. 그녀도 풍운에게 빛이 있기 때문이다.




“빠드득~ 개자식...........대장은 언제 놈들을 잡으려 가는 겁니까?”


“놈이 어디 있죠. 내일 출발하는 겁니까?”




낭궁벽과 황보명이 이를 갈며 화원명에게 물어본다. 그들도 풍운에게 빛이 있다. 




“악무룡은 어디 있다고 합니까?”




이번에는 악무석이 물어본다. 그는 배다른 동생인 악무룡을 찾아야 한다. 화원명은 골치가 아프다. 평**면 무림사미 중 3명이 모였으니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들어야 할 화원명이지만 지금은 미인들을 보아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기분이 나쁘기 때문이다.




“내일 군사님이 말씀하다고 했어. 늦었다. 모두 물려가.”




화원명이 짜증스럽게 말하자 사람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원명은 나이로 치면 별로 차이가 나지 않지만 배분으로 따지면 자신들의 사숙조가 되는 사람이다. 또한 그는 자신들의 대장이 아닌가?




“알겠습니다.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사람들이 물러가자 화원명은 침상에 누워 참을 청한다. 일이 더럽게 되었다. 생각하기도 싫다.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이런 경우 잠이나 자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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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루의 7층에 다정화가 창밖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풍운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무심한 풍운은 자신 따위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악양루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다정화는 한숨을 쉬고 탁자에 쌓인 서찰들을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서찰에는 십이사들의 최근 동향과 장강수로십팔채의 움직임, 그리고 배화교에 대한 정보들이 요약되어 있었다. 군산을 점령하고 흑룡방은 접수한 배화교는 이제 사해방까지 자신들 편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만일 배화교의 뜻대로 사해방이 배화교와 손을 잡는다면 대륙의 강과 수로는 배화교의 수중에 떨어지는 것과 진배없다. 북해빙궁 입장에서 보면 배화교의 뜻대로 대륙의 강과 수로를 장악한 그들이 중원 무림을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북해빙궁의 목표도 중원 무림 정복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연합군의 하나인 배화교가 너무 독주하게 되는 경우 자신들은 들러리로 전략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다정화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사랑은 사랑이고 일은 일이다. 자신은 배화교 사군자의 한 사람으로 배화교에 충성을 맹세한 사람이다. 다정화는 바로 해어화를 불렸다.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잠시 후에 해어화가 들어왔다.




“날 보자고 했니?”


“배화교에 대해서 논의할 일이 있어서.”


“나도 배화교에 대한 보고서를 읽었다. 그래서 본궁에 연락했어.”


“뭐~ 본궁에 배화교의 동향에 대해서 보고했단 말이야.”


“놀라긴........보름에 한번씩 보고하잖아. 단지 이번에는 좀 자세히 보고했어. 배화교의 동향, 장강수로십팔채의 동향, 십이사들의 동향, 무림맹의 동향 그리고 사안의 움직임들에 대해서 보고했고, 오늘 아침에 본궁으로부터 연락이 왔어.”


“뭐~ 나하고 한마디 상의도 없이 너 멋대로 했단 말이야.”


“너........요즘에 고민이 많잖아.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고, 의욕도 없고.......모든 일에 관심이 없잖아.........그래서 혼자서 처리했어. 기분 나쁘다면 미안해.”


“휴~ 아니다. 모두 내 잘못이지. 그래........본궁에서 뭐라고 해.”


“장강수로십팔채와 배화교에 일에 끼어들지 말고 감시만 하고 있으래. 다만 사안이 추진하고 있는 사해방에 관한 사항은 면밀히 검토해서 다시 보고하라고 했어. 본궁에서도 사해방까지 배화교의 수중에 넘어가는 것은 바라지 않은 눈치야.”


“면밀히 검토해서 다시 보고하라...........이게 무슨 뜻일까?”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어야 할 것 같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도 같은 생각이야. 사해방까지 넘어가면 문제가 심각해. 잘못하면 대륙상회까지 배화교의 수중에 넘어간단 말이야.”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내 생각에 우리가 직접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어. 현재 사해방과 접촉하고 있는 놈들은 배화교 정보조직인 사안이야. 우리가 나서면 바로 놈들에게 탈로날 거야.”


“현재 사호팔랑 중에 귀산선랑, 혈수독호, 화무폭랑이 사해방을 감시하고 있어. 우리가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어때.”


“음~ 우리는 뒤에 숨어서 십이사들을 이용한다.........나쁜 생각은 아니다. 그런데 십이사들이 우리 도움을 받으려고 할까?”


“그건 나에게 맡겨.” 


“네가 직접 그들을 만나겠다는 말이야.”


“응~ 그게 확실해..........해어화.........나 말이야. 풍운님 잊고 싶어. 그런데 잘 안돼. 그래서 다른 일에 미치고 싶어. 아예 풍운님을 생각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고 싶어.”


“휴~ 알았다. 귀선선랑이라면.........통할 거야.”


“고마워~”




천상루에서 화려한 마차를 선두로 일단의 무사들이 림상으로 출발했다. 다정화가 마수일행을 만나기 위해 림상으로 출발한 것이다.




<< 계 속 >>




ps : 반근착절이라는 부제의 의미가 바로 이번 144부에 나타나는군요. 장강수로십팔채, 배화교, 천상루, 십이사, 무림군..........또 어떤 세력이 이번 일이 개입할까요? 흑도 무림........사사천교, 천마마련, 배교가 보고만 있지는 않겠죠? 또한 강남에 위치한 중소방파들도 이번 일에 개입하지 않을까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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