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16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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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162(광풍폭우(狂風暴雨))-13




대륙상회가 있는 림산으로 들어오는 관도에 폭이 넓은 죽립을 쓴 무림인들이 나타났다. 차가운 살기(殺氣)를 뿌리는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날렵한 동작으로 림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대륙상회의 육상운송로를 책임자이자 회장의 오른팔인 강용식은 최근 들어 사해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해방주인 육철량이 배화교와 손잡고 대륙상회을 장악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강용식은 부하들에게 사해방도들이 모여살고 있는 마을을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사해방은 전투선단(戰鬪船團)을 군산으로 보낸 것 외에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 그가 배화교와 손잡았다면 배화교나 사해방에 특별한 움직임이 있어야하는데 아무런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는 것이다. 강용식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림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수들이 들어왔다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림산은 중원각지에서 몰려온 상인들의 출입이 많은 곳이라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지는 않았다. 상인들은 본인과 상단(商團)을 보호하기 위해 무림고수들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도 상인들과 함께 들어온 경호무사쯤으로 생각한 것이다. 강용식은 밤이 늦어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그가 자고 있는 방의 천장에 있는 작은 틈에서 눈에 잘 보이지 않은 얇은 실이 내려왔다. 실은 마치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편안하게 잠든 강용식의 입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코를 골며 잠든 강용식의 입으로 실을 타고 내려온 액체가 들어갔다. 




“컥~ 윽~” 




강용식이 가슴을 잡고 몸을 비틀었다. 갑자기 숨이 막히며 온몸이 뒤틀어지는 고통이 전해왔기 때문이다. 




“피우~” 




천장의 작은 틈에서 얇은 침이 날아와 가슴을 잡고 신음하는 강용식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크윽~” 




강용식은 침상을 잡고 신음하다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그의 시체 옆에 검은 장미가 떨어졌다. 강용식의 오른팔인 노삼팔은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림산은 도시전체가 대륙상회가 관할하는 곳이라 노삼팔은 호위무사도 대동하지 않았다. 




“음~ 취한다. 내가 너무 많이 마셨나.” 




노삼팔은 회의가 끝나고 가볍게 한잔 한다는 것이 너무 많이 마신 모양이다. 그는 주위를 둘려보다가 음침한 곳으로 들어가 바지를 내렸다. 소변이 급했기 때문이다. 그때 노삼팔의 머리위로 거대한 도(刀)가 떨어졌다. 노삼팔은 살기(殺氣)를 감지하고 도(刀)를 피하려 했지만 반쯤 내려가 바지 때문에 다리에 엉켜버렸고 도(刀)는 비틀거리는 노삼팔의 어깨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노삼팔의 어개를 베어버린 도(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어깨를 잡고 쓰려진 노삼팔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크윽~” 




노삼팔의 입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고, 죽어가는 노삼팔의 눈에 넓은 죽립을 쓴 무사가 검은 장미를 던지는 모습이 들어왔다. 강용식이 암살당한 그날 밤 림산 일대에서는 10여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시체 옆에는 모두 검은 장미가 놓여 있었다. 




풍운의 명령으로 림산에 도착한 이막수와 유미림은 림산에 있는 객점을 수소문했다. 저번에 마수를 만났을 때 객점에 머물며 사해방을 감시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림산일대의 객점을 수소문한 것이다. 이막수와 유미림이 마수가 머물고 있는 객점으로 들어왔다. 마수와 악무룡 등은 객점에 머물며 사해방과 대륙상회를 감시 있었다. 사해방이나 대륙상회를 감시하는 일 외에는 특별히 할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막수가 객점을 살펴보니 창가에 앉은 마수일행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막수는 반가운 마음에 마수를 향해 달려갔다.




“마수야.” 


“아니 이사님 아닙니까? 이사님이 이곳에 무슨 일입니까?” 




마수도 이막수와 유미림을 알아보았다. 




“휴~ 이제야 찾았네. 배고프다. 일단 우리도 밥부터 먹자.” 


“안녕하세요.” 




마수의 겉에 앉아있던 다정화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막수에게 인사를 한다. 




“혹시 다정화님 아닙니까?” 




이막수도 다정화를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다. 다정화는 유미림에게도 인사를 하더니 점소이를 불려 탁자를 붙여 달라고 부탁했고 점소이가 옆에 있던 탁자를 붙여주자 이막수와 유미림도 자리에 앉았다. 




“다정화님도 이곳에 계실 줄은 몰랐군요.” 


“저희 천상루도 대륙상회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요.” 


“막수님과 미림님은 이곳에 웬일입니까? 두 분은 무림군을 감시하고 있었잖아요.” 


“야야~ 밥부터 먹자니까? 배고파 죽겠다.”




마수는 점소이에게 음식을 주문했고 이막수와 유미림은 식사가 끝나자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무림군들이 일사님을 공격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이막수가 풍랑채에서 있었던 이야기하자 다정화가 다급하게 물어본다. 이막수는 의아한 눈으로 다정화를 쳐다보니 다정화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빨리 다음이야기를 해 달라는 표정이다.




“일사님은 무사하세요. 다행이 제갈무경님이 우릴 구해주셨죠. 아마 제갈무경님이 아니었으면 위험했을 겁니다.” 


“제갈무경?.........제갈세가의 제갈무경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그분이 우릴 구해주셨어요.” 


“그녀가 왜 일사님을 돕죠? 그녀는 무림군 아닌가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갈무경님은 일사님을 흠모하고 계셨기 때문에 무림군에 들어가지 않으셨다고 하더군요. 하여튼 일사님은 제갈무경님의 도움으로 위험한 고비를 넘기셨어요.” 


“일사님은 지금 어디계신 거죠?” 


“무경님과 함께 군산으로 돌아가셨어요.” 


“제갈무경과 함께 가셨던 말씀이세요. 왜요?” 


“제갈무경님은 칠음절맥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어떻게 될 일이지 모르겠지만 일사님 제갈무경님의 병을 치료하고 부부의 연을 맺으셨다고 하더군요.” 


“예? 부........부부의 연? 서.........설마?” 


“제가 왜 거짓말을 합니까?”




이막수와 대정화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악무룡는 킥킥대며 웃고 있었다. 곽지향은 악무룡이 실없이 웃고 있자 그의 옆구리를 찌른다. 




“왜 웃어요.” 


“황당해서 웃어요. 저번에 만났을 때는 조옥선소저가 일사님의 부인이 되었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제갈무경소저가 부인이 되었다고 하잖아요. 일사님을 재주도 좋아. 어떻게 만나는 여자마다 죄다 부인으로 만들어 버리지. 이렇게 가다가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인들이 일사님의 부인이 될지 모르겠군요.”


“왜요. 부러워요.”


“말이 그렇다는 거죠. 저야 지향소저밖에 모르는 남자랍니다.”


“흥~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인데요. 하여튼 한눈만 팔아요? 그년이나 당신이 먹는 음식에 죄다 독(毒)을 풀어버릴 줄 아세요.”




악무룡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곽지향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여자다. 독살(毒殺)을 당하거나 굶어죽기 싫으면 다른 여자에게 눈도 돌리지 말아야 한다. 어릴 적부터 풍류(風流)공자를 꿈꾸던 자신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한편 다정화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 조옥선이라면 장강수로십팔채주의 딸이자 무림사미의 한명이다. 그녀도 풍운의 부인이 되었다는 말인가? 다정화는 허탈하게 웃어버리고 만다. 아무래도 풍운이라는 남자와 자신은 어울리지 않은 모양이다. 사사천교주인 사봉 하후소하, 천마마련주의 손녀인 취봉 초벽하, 장강수로십팔채주의 딸인 아봉 조옥선 그리고 제갈세가주의 딸인 제갈무경........어느 한명도 자신보다 떨어지는 여인이 없다. 모두가 명문가의 자제들이며 절세미인들이다. 자신 같은 기녀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어찌되었던 일사님이 무사하시다니 다행입니다. 두 분은 이곳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오신 겁니까?” 


“응~ 일사님이 알아보고 오라고 했어.”




마수는 씁쓸하게 웃으며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대륙상회나 악양왕부가 사해방과 배화교가 손을 잡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야.” 


“그럼 셈이죠. 자신들 내부의 일이니 너희들은 끼어들지 마라는 식입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사해방주를 견제하는 것도 아닙니다. 도대체 대륙상회나 악양왕부의 속셈을 모르겠습니다.”


“쩝~ 골치 아프군. 한마디로 사해방과 대륙상회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일이 없다는 말이군.” 


“그런 셈이죠.” 


“저기........죄송한데 먼저 일어날게요.” 




멍하니 앉아있던 다정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올라간다. 마수는 방으로 올라가는 다정화를 힐긋 쳐다보다가 일행과의 대화를 계속했고 밤이 깊어지자 마수일행은 잠자리에 들었었다. 이막수와 유미림이 림산에 도착한 다음날 림산 일대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대륙상회의 육상운송로를 책임지고 있던 강용식과 그의 수하들이 하루 밤 사이에 암살을 당한 것이다. 마수와 이막수가 사건현장으로 달려가 보니 현장에는 대륙상회의 무사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이막수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사건현장으로 접근해 보았다. 이막수가 본 것은 어깨가 베어지고 심장에 구멍이 뚫린 시체와 시체 옆에 떨어진 검은 장미였다. 마수와 이막수는 그길로 다른 사건현장들도 달려가 보았지만 대륙상회무사들이 현장을 원천봉쇄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곳은 돌아보지도 못하고 객점으로 돌아왔다. 객점으로 돌아온 마수와 이막수는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전무살수의 손씨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깨끗하게 숨통만 끊었어.”


“이사님........시체 옆에 검은 장비가 떨어져 있었다고 하셨죠.”


“맞아. 어울리지 않게 시체 옆에 검은 장미 한 송이가 떨어져 있더군.”


“검은 장미라?.........천인살막의 소행인가?” 


“천인살막.......그게 뭐냐?” 




이막수는 최근에 무림군의 꽁무니만 따라다녀 천일살막에 대한 소문을 못 들은 모양이다. 마수는 무림에 떠돌고 있는 천인살막에 대한 소문을 들려주었다. 




“우리 이가살수문이 없으니 별 잡것들이 설치고 다니는군.” 




이막수는 천일살막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쓰게 웃고 말았다. 이가살수문이 멸문당하기 전까지 중원최고의 살수들은 모두 이가살수문의 문도들이었다. 이막수는 이가살수문의 마지막 생존자로 천인살막에 대한 소문을 들으니 피가 끌어 오르는 모양이다. 자신은 멸문한 이가살수문을 재건(再建)해야 할 책임을 짚어지고 있는 사람이다. 




“누군가 천인살막에 청부를 한 모양입니다.” 


“뻔하지 사해방이나 배화교밖에 그런 짓을 할 놈들이 없잖아.”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심증만 있지 물증이 없어요. 저희들도 계속 사해방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거든요. 과연 대륙상회가 나올지 궁금하군요.” 


“휴~ 난 모르겠어. 마수야. 우리는 그만 가봐야겠다.” 


“예~ 어디로 가신다는 말씀입니까?” 


“여기 있어야 할일도 없잖아. 나는 미림과 함께 군산으로 갈게.” 




이막수는 아침식사가 끝나자 유미림과 함께 악양으로 향했다. 악양에서 배를 구해서 군산으로 가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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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은 흔들리는 배의 갑판에서 군산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한 시진(2시간) 정도만 지나면 배화교의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매체 무슨 생각해.” 




풍운이 돌아보니 초벽하가 자신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석양을 보고 있었어.” 


“매제도 긴장되는 모양이지.” 


“해전(海戰)이 처음도 아니기 때문에 긴장은 안 해. 단지 걱정이 될 뿐이야.” 


“뭐가 걱정된다는 거야.” 


“장강수로십팔채의 피해가 적어야 되는데 걱정이야. 또 우리 작전대로라면 배화교 놈들이 육지로 도망칠 수 있을 거야. 그렇다고 놈들을 전멸(全滅)시키자니 장강수로십팔체의 희생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전면전을 벌일 수도 없잖아.” 


“걱정할 것도 많다. 근접전을 피하고 화포와 화살로만 공격한다면 아군(我軍)의 피해는 크지 않을 거야.” 


“문제는 그게 아니야. 배화교 놈들이 육지에 상륙하면 우리는 놈들을 추적할 수 없어. 장강수로십팔채 무사들은 육지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잖아. 그렇다고 우리일행만으로 놈들의 뒤를 추적하는 것도 힘들어. 내가 걱정하는 것은 육지로 올라간 배화교 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거야.” 


“무경님 말씀대로라면 백도 놈들이 처리해 줄 건데 무슨 걱정이야.” 


“쩝~ 그래. 우리가 백도까지 걱정할 때가 아니다. 참~ 어언상소저와는 잘 돼가?” 


“하하하~ 우리 바람둥이 처남 덕분에 일이 순조롭게 풀렸지. 부모님도 언상소저를 인정하는 분위기거든.” 


“어찌 말이 이상하게 들린다.” 


“사실이잖아. 옥선소저에 무경소저에.......아마 벽하가 알면 거품 물고 달려올걸.” 


“쩝~ 부인들 이야기만 나오면 나도 골치 아프다. 어떻게 만나는 여자마다 꼬이니 원~” 


“속으로는 좋으면서.......내가 매제라면 춤이라도 추겠다.” 


“허 참~ 할말이 없네. 내가 부럽단 말이지. 난 처남이 더 부럽다.” 


“왜 내가 부럽다는 거야.” 


“한 여자만을 사랑할 수 있으니까?” 


“하하하~ 행복한 비명이로군.”




풍운과 초하벽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운상각이 다가왔다. 




“일사님.......군산 쪽에서 움직임이 감지됐습니다. 아무래도 예상보다 빨리 쳐들어올 모양입니다.” 


“그래요. 그럼 우리도 준비해야죠. 처남도 준비해.” 




운상각의 보고에 풍운은 지휘부로 올라갔고, 초하벽은 자신이 지휘하는 흑도연합군의 배로 돌아갔다. 흑도연합군도 풍운과 함께 전면을 수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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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린무는 모든 준비가 끝나자 사해맹룡에게 전서구를 날렸다. 계획보다 반 시진(1시간)정도 앞당겨 공격을 시작하자는 말이다. 혁린무는 일단 10척의 배에 흑풍대와 혈영대를 승선(乘船)시켰다. 혈영대나 흑풍대의 인원은 4척이면 충분한지만 배가 남아돌고 있고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혈영대와 흑풍대를 분산시킨 것이다. 다음으로 화포를 장착한 5척의 배를 선두에 세우고 그 뒤로 흑룡방 배들을 배치했다. 흑룡방을 선두에 세우고 흑풍대와 혈영대가 타고 있는 배를 후방에 배치한 것이다. 음소빈의 말대로 흑룡방을 방패삼아 장강수로십팔채의 포위망을 뚫을 계획이다. 혁린무가 배가 올라 출발신호를 보내자 5척의 배를 선두로 30여 척의 배들이 일제히 나루터에서 출발했다. 음동기는 좌우호법이 지휘하는 배들과 가장 선두에 있었다. 음동기와 좌우호법은 장강수로십팔채에서 빼앗을 배들을 지휘하고 있는데 장강수로십팔채의 배에 화포가 있기 때문이다. 음동기는 양쪽에 있는 좌우호법과 시선을 교환했다. 어제 밤 음동기는 좌우호법과 삼대사령을 불려 모았다. 본래는 사대사령이지만 한명은 이미 죽고 삼대사령만 남았기 때문이다. 음동기는 그들에게 음소빈의 말을 전했고, 그들은 음소빈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자신들의 생각도 음소빈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제 전투가 시작되었으니 장강수로십팔채의 배들이 나타나면 싸우는 시늉만하다가 포양호 쪽으로 도망치면 된다. 문제는 음소빈이다. 음소빈은 혁린무와 한배를 타고 있다. 자신들이 도망친다면 혁린무는 음소빈을 죽이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음소빈은 자신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혁린무에게 도망칠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사해맹룡에게 혁린무의 전서구가 도착했다. 그는 서찰을 읽어보더니 전군(全軍)에 진격명령을 내렸다. 위에서 명령이 떨어진 이상 최소한 싸우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해방의 배들이 장강수로십팔채 배들을 향해 진격한다.




상관담은 적선(敵線)들이 나타나자 화포가 있는 풍랑채 배들 중 2척을 일렬배치하고 나머지 3척은 이열에 비치했다. 그리고 나머지 배들은 풍랑채 배들을 중심으로 이중 방어선을 구축했다. 배화교연합군과 사해방이 앞뒤에서 공격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배들을 2열로 세워서 앞뒤를 수비한 것이다. 




“이제 시작이군요. 흑룡방 놈들이 과연 약속을 지킬까요.” 


“음소빈의 말을 믿어야죠. 말인 그녀의 말이 거짓이라면 오늘 흑룡방은 이곳에서 뼈를 묻어야 할 겁니다.” 




풍운의 말에 상관담은 등골이 서늘할 정도였다. 풍운의 말이 그만큼 차갑게 들렸기 때문이다. 상관담은 시선을 돌려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화포에 화탄을 밀어 넣어라. 궁수들........전열을 정비하라.” 




상관담의 명령에 무사들이 화포에 화탄을 밀어 넣고, 궁수들이 3열로 정렬했다. 




음동기는 2열로 정렬한 장강수로십팔채 배들이 나타나자 화포와 궁사들을 준비시켰다. 




“흑룡방 배들은 선두로 나서라.” 




음동기의 명령을 받은 부하가 돛대에 녹색깃발을 올리자 후방에 처져있던 나머지 흑룡방의 배들이 속도를 높여 음동기와 좌우호법의 배로 접근했다. 혁린무는 후방에서 전면을 주시하고 있으니 갑자기 흑룡방의 배들이 속도를 높여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저놈들이 왜 멋대로 치고 나가.” 


“장강수로시팔채가 넓게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으니 이쪽에서도 진을 넓게 펼친 겁니다.” 




혁린무가 이상한 듯이 말하자 음소빈이 대답했다. 음소빈은 혁린무와 함께 지휘부에 같이 있었다. 




“포위망을 돌파(突破)를 하려면 한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야지. 우린 전면전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야.” 


“그건 육전(陸戰)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죠. 한곳에 뭉쳐 있다가 화포와 화살의 집중포화(集中砲火)를 당하면 변변하게 반격도 못하고 전멸(全滅)당할 수 있습니다. 배가 사람이나 말처럼 행동이 민첩하지 아세요?” 




음소빈의 말에 혁린무는 쓰게 웃고 말았다. 해전(海戰)에 대한 잘 모르니 음소빈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럼 우리도 속도를 높여서 흩어져야 하나?” 


“그럴 필요는 없어요. 이곳까지 화포나 화살이 날아오진 않습니다. 우리 흑룡방이 길을 열면 그때 진격하시면 됩니다.”




혁린무는 음소빈의 말을 믿고 혈영대와 흑풍대 배들에게 속도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음동기는 흑룡방의 배들이 일렬로 정렬하자 장강수로십팔채의 배들이 사정거리에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발포(發砲)명령을 내렸다. 




“발사...........화포를 쏘아라.”


“콰아아앙~ 쾅~ 쾅~ 쾅~” 




십여 척의 배에서 매캐한 화약 냄새와 함께 폭탄들이 날아간다. 




“당황하지 마라. 기다려.” 




상관담은 날아오는 화탄들을 보고도 대형을 유지하라고 명령했다. 




“콰아아아~ 푸우우~” 


“쾅아앙~ 푸우우~” 




화탄들이 장강수로십팔채 배들 앞에 떨어지며 물기둥이 솟구친다. 음동기의 예상대로 화탄들은 장강수로십팔채 배들에 미치지 못하고 물속에 떨어진 것이다. 장강수로십팔채 무사들은 고막이 찢어지는 폭음과 솟구치는 물기둥을 보고 긴장하는 빛이 역역하다. 




사해맹룡은 멀리서 흑룡방의 배들이 불을 토하고 화탄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마른침을 삼킨다. 화포는 나라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는 무기로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없는 무기다. 그런데 흑룡방은 화포를 가지고 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흑룡방이 어디서 화포를 구했단 말인가? 혹시 흑룡방이 화포를 가지고 있다면 장강수로십팔채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아직까지 장강수로십팔채 쪽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부당주.......배들을 산계(散階)해서 넓게 포진(布陣)해서 돌격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사행맹룡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한대 뭉쳐있는 선단(船團)을 넓게 포진시킨다. 




음소빈은 흑룡방이 공격을 시작하자 혁린무의 눈치를 보았다. 혁린무는 차가운 눈으로 전면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다. 




“저기........소변이 급해서 잠시만 다녀오겠습니다.” 




음소빈의 말에도 혁린무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음소빈은 혁린무의 눈치를 보며 지휘부를 빠져나간다. 혁린무는 힐긋 음소빈을 쳐다보더니 다시 눈을 돌려 전면을 응시한다. 동정호 한 가운데서 도망갈 곳도 없지 않는가? 음소빈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선실로 들어온 다음 옷을 벗었다. 그리고 수어군들이 입은 물에 달라붙은 물옷을 입고 무기를 챙겼다. 그 다음에 헐렁한 궁장을 다시 걸치고 갑판으로 나와 보니 대부분의 무사들은 전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戰鬪)상황을 지켜보느라 정신이 없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배의 후미로 가더니 그대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어릴 적부터 흑룡방 무사들과 똑같은 훈련을 받고 자란 음소빈은 수공에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음동기는 화포를 발사한 이후 궁수들에게도 발사 명령을 내렸다. 




“슝~ 슝~ 슝~” 




붉은 석양에 물든 하늘에 엄청난 수의 불화살들이 날아올라 장강수로십팔채의 배들을 향해 날아간다. 상관담은 불화살들이 날아와도 공격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불화살들 대부분이 아군의 배에 미치지 못하고 물속에 빠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정도 거리라면 화포로 공격이 가능한 거리다. 




“풍운님.......적선(敵線)이 화포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상관담이 풍운을 바라보며 질문한다. 흑룡방 배들은 아직까지 도망갈 기미가 없다. 음소빈이 거짓말을 했다면 어떻게 되는가? 여기서 조금만 더 시간을 지체하다가 흑룡방이 다시 화포로 공격해 온다면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다. 




“화포로 흑룡방 배들의 측면을 공격하세요.” 


“알겠습니다. 화포의 적선(敵線)의 좌우측면을 조준하라..........발사.” 


“쾅~ 콰아아앙~” 




풍랑채의 배에서 화포들이 불을 뿜으며 화탄들이 날아간다. 음동기는 화탄들이 날아오자 바짝 긴장했다. 화탄들이 자신들의 배를 향하고 있다면 음소빈의 뜻이 받아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럼 자신들도 장강수로십팔채와 사생결단을 내야한다.




“펑엉~ 펑엉~” 




흑룡방 배들의 좌우측면에 물기둥이 솟구친다. 음동기는 화탄들이 배들의 좌우에만 떨어지자 장강수로십팔채가 자신들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장강수로십팔채 무사들이 실력이 없어서 맞추지 못한 것이 아닐 것이다. 음동기는 좌우쪽 배에 타고 있는 좌우호법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이제 때가 되었다. 




사해방의 배들도 화포의 사정거리로 들어왔다. 




“풍운님 사해방 놈들도 사정거리로 들어왔습니다.” 


“화포를 발사하세요. 사해방 놈들을 따끔한 맛을 보아야 합니다.” 




상관담은 피식 웃더니 뒤쪽에 포진한 배들에게 발포명령을 내렸다. 




“꽝~ 쾅~콰콰콰아아앙” 




이열에 포진한 배들에서 화포가 발사되며 화탄들이 사해방의 배들을 향해 날아간다. 




“빌어먹을........혹시나 했더니 역시 화포를 가지고 있군. 산계(散階), 쾌속전진(快速前進)” 




사해맹룡의 짤막한 명령에 사해방의 배들이 날아오는 화탄들을 피해 장강수로십팔채의 배들을 향해 돌격(突擊)하기 시작했다. 사해방의 배에는 화포가 없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속도로 접근하여 화살의 사정거리까지 좁혀야 한다. 일정한 거리에서 화포만 쏘아대는 상대를 상대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음동기가 부하에게 후퇴명령을 내리니 돛대에 후퇴를 알리는 깃발을 올라갔다. 




“최대 속도로 배를 돌려라. 후퇴하라.........후퇴.........화포를 뒤로 돌려라.” 




음동기가 지휘하는 지휘선을 필두로 흑룡방의 배들이 일제히 방향을 돌려 포양호가 있는 북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흑룡방 무사들은 갑자기 후퇴명령이 떨어지자 당황하는 표정이다. 음동기와 좌우호법들은 기밀유지를 위해 부하들에게 음소빈의 작전을 알려주지 않았다. 




“후퇴~ 후퇴하라...........화포를 배화교의 배로 돌려라.” 


“아니 사령님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치는 겁니까?” 


“그래.......우리는 이번 전투에서 빠진다. 더 이상 배화교의 개 노릇이나 할 수는 없다.”


“배화교 놈들에게 잡혀 있는 방도들도 많은데.........그들을 버리시는 겁니까?” 




무사의 말대로 혈영대와 흑풍대가 타고 있는 배에는 흑룡방 무사들이 다수 타고 있었다. 혈영대나 흑풍대가 많은 배들을 이용하는 바람에 흑룡방 무사들이 그들의 배에 타고 있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후퇴해야 돼.” 




사령의 말에 무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령의 말은 ‘대를 위해서 소’의 희생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흑룡방의 배들이 후퇴하는군요. 그녀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풍운은 북쪽으로 후퇴하는 흑룡방을 배들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닙니다. 저들이 또 다시 공격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휴~ 그래도 일단은 안심입니다. 흑룡방은 이제 북쪽에 배치한 쾌인체와 신동채에게 맞기고..........이제 사해방에게 길을 열어주라고 하세요.” 




풍운의 말에 상관담은 배들에 신호를 보내 이열로 포진하고 있던 배를 일렬로 정렬하고 사해방의 배들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모두 화살을 쏘라...........화포 발사........사해방을 포위하라.” 




장강수로십팔채 배들이 돌격하는 사해방 배들에게 화포와 화살을 쏘며 포위하기 시작했다. 사해맹룡은 이열로 포진했던 장강수로십팔채의 배들이 자신들의 측면을 돌아 후방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았다. 




“펑~”


“꽝아아아~” 


“끄악~” 




여기저기에서 화탄이 타지고 화살들이 비 오듯 솟아진다. 장강수로십팔채의 배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화포와 화살만으로 공격하고 있다. 




“전면이 비었다. 돌격하라. 포위망을 뚫고 배화교의 배와 함유한다.” 


“쏘라.......계속해서 쏘라.” 




사해맹룡은 전면의 포위망이 느슨하게 변하자 배화교 배들을 향해 돌격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후퇴하고 싶지만 퇴로가 막혔기 때문에 전진하는 방법밖에 없다.




혁린무는 갑자기 흑룡방 배들이 방향을 틀어 북쪽으로 향하자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흑룡방이 무슨 생각으로 북쪽으로 향한단 말인가? 그것도 전속력으로 북쪽을 향하고 있지 않는가? 




“설마 저놈들이 배신을...........음소빈.........음소빈.”




혁린무는 급하게 음소빈을 찾았다. 하지만 음소빈은 이미 도망치고 없었다. 혁린무는 흑룡방이 자신들을 배신했다는 것을 알았다.




“빠드득~ 이놈들이 감히 배신을 해.........형오삼살........흑룡방을 추격한다. 놈들을 쫒아.”




혁린무의 명령에 혈영대와 흑풍대가 타고 있는 10척의 배들이 흑룡방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흥분한 혁린무는 배신한 흑룡방 놈들을 용서할 수 없다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혈영대나 흑풍대가 흑룡방을 추적하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이곳은 육지가 아니고 물위였기 때문이다. 




<<계속>>




ps : 전투가 종결되면 올리려고 했는데.........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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