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7년간의 사랑 - 13부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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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부 2장




아기가 정리되자 우리 부모님과 가족들은 본격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더욱이 란이 집안에서도 반대하니 나도 란이도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내가 지처 포기할 때 까지 멈추려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둘은 너무 답답한 마음에 술집에서 많은 량의 술을 먹고 말았다. 


란은 괴로운 심경 때문에 다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먹기 시작했고, 그날 우리 둘은 둘 다 심하게 취했다. 나도 취하고 그녀도 취했다. 


둘 다 격해진 감정에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란은 부모님을 설득하지 못하고 부모님께 끌려 다니는 날 욕했고, 나 또한 제발 너만이라도 날 편하게 해주라고 싸웠다. 




한번 격해진 감정은 쉽게 수습되지 못하고 우리 싸움은 호프집을 나와서 까지 계속되었다. 


“야. 그렇게 하려면 차라리 헤어져.”


너무 격해진 나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그녀에게 하고 말았다. 


“뭐라고. 아기까지 죽이고 이제 나까지 버리려고”


“짝”


아기 이야기가 나오자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 그녀의 뺨을 때리고 말았다. 그녀는 멍하니 날 보더니 표정이 험악해 지기 시작했다. 


“짝”


얼굴이 돌아갔다. 그녀의 작은 몸에서 무슨 힘이 있었는지 뺨이 얼얼하다. 


“왜 때려. 뭐 잘했다고 날 때려.”


“그래. 미안하다. 우린 진정하자.”


“진정하자고. 때리고 나서 보니까 미안하니”


여자를 때리는 놈은 천하의 못난 놈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못났으면 자기 여자를 때린단 말인가. 그런 내가 그녀를 때린 것이다. 순간적으로 울분을 참지 못하고 날아간 손이지만 속으로 한없이 부끄러워 졌다. 또한 그녀에게 맞은 뺨이 아프기 보다는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 보이고 그녀를 볼 면목이 없었다. 




“미안해. 우리 좀 진정하고 집에 들어가서 생각 좀 하자.”


“또 도망치려고. 자기는 복잡해지면 도망가지 오늘도 도망가는 거야.”


“좀 침착해 지자고. 술도 많이 먹어 취했고, 감정도 격해져서 지금 이야기 해 봐야. 서로 상처만 줘.”


“흥. 핑계 대지마. 오늘도 자기는 도망만 치려고 하고 있는 거야.”


“그만하자. 집에 간다. 너 마음대로 해.”


“애기 하다말고 어디가. 끝내고 가”


난 란이를 버려두고 집으로 걸었다. 집에 가는 길은 란이 집을 거쳐야 한다. 란도 내가 걸어가자 뒤따라오며 계속 종알댄다. 도저히 입을 가만히 두려하지 않는다. 


자기 집을 지나도 란이는 계속 따라왔다.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집에 가라고 해도 쫒아오며 종알댄다. 화가 나서 뒤로 확 돌아섰다. 


갑자기 내가 돌아서자 그녀의 몸이 뻣뻣하게 뒤로 넘어갔다. 사람의 신체구조상 뒤로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옆으로 쓰려지기 마련인데 관절이 없는 사람마냥 그냥 뻣뻣하게 뒤로 넘어갔다. 순간적으로 나도 당황하여 그녀의 몸을 잡았지만 술 취한 몸에 힘이 없어 나까지 뒤로 넘어갔다. 


“빡”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입안이 허전하다. 나는 그녀를 잡고 넘어지는 바람에 얼굴이 바로 시멘트 바닥과 충돌한 것이다. 일어나 그녀를 살펴보니 그녀는 이상이 없었다. 


뒤통수만 약간 충격을 받고 나머지는 멀쩡했다. 다만 내가 좀 이상해서 보니 이빨이 부려져 버린 것이다. 




일단은 그녀를 집에 돌려보내고 나도 집에 들어와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거울을 보니 이빨이 부러져 나갔다. 신기하게도 다른 상처는 없는데 이빨만 똑 하고 부러진 것이다. 그 황당함이란...................




이 사건을 부모님께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워낙 티가 나는 상처라 금방 발견되고 말았고, 꼬치꼬치 물어오는 식구들의 취조에 난 그날 일을 말하고 말았다. 덕분에 어머니는 분노하시고 가족들도 이젠 그녀와 영영 결별하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릴수록 날 편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 그녀 때문에 드디어 나도 지쳐버렸다. 


양쪽 집안의 반대와 그녀의 의부증 증상 때문에 견디다 못해 지쳐버린 것이다.




12월 마지막 겨울방학을 맞으며 나는 어머니께 항복하고 말았다.


“엄마. 내가 포기한다. 대신 엄마도 알아두어야 할 게 있어. 이제 결혼 안 해. 평생 혼자 총각으로 늦어 죽을 거야. 엄마도 아들이 결혼하지 못하고 늦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괴로운 날을 보내게 될 꺼야.”


“흥! 네가 과연 그럴지 몰라. 일단은 란이하고 헤어진다니 반가운 소리군.”


“후후후. 두고 봐. 망가지는 아들의 모습을 보게 될 거니 말이야.”


“그건 나중 일이고 일단 헤어져.”


“좋아. 헤어져 주지.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도 엄마는 결혼식장에 들어가서야 그 여자를 보게 될 거야. 그전에 망가져가는 날 보게 되겠지만 말이야.”


“란이란 아이 정말 못된 아이구나. 착하기만 하던 내 아들이 왜 이렇게 변한거니. 그리고 이 몰골 좀 봐! 네가 무슨 말을 해도 이 결혼은 승낙할 수 없어.”


“좋아. 헤어져 주지. 헤어진다고.”




우리가 만난지 만6년이 되는 겨울 그녀와 처음 만났던 “바보”에서 그녀를 만났다. 6년 전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고 밝은 그녀의 모습은 이제 없었다. 시련과 고통에 어두운 그림자만이 가득한 그녀만 있을 뿐이다. 그녀는 6년이란 시간동안 세상에서 태어난 격어야 할 수 많은 고통을 한번에 겪은 것처럼 힘들어 보였다. 


그런 그녀에게 헤어지자는 말이 심장에 비수를 꽂는 짓일 줄 알면서도 그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내 심약함에 가슴이 찢어 졌다. 내가 강한 인내력과 의지가 있어 양 부모님을 설득하고 그녀를 포근히 감싸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내 인내력도 의지도 바닥났고 그녀를 향하는 사랑도 퇴색해 버렸다. 




“양 란. 우리 그만 헤어지자.”


지치고 어두운 그림자가 가득한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날 보았다. 밝고 초롱초롱 빛나던 눈동자는 늙은 노인의 눈동자 마냥 밝은 빛을 잃어버리고 힘없이 날 바라보았다. 그녀는 내 말에 미동도 하지 않고 바라보았다.




“어제 꿈을 꾸었어. 아이들이 하늘나라에서 정답게 놀고 있더라. 내가 다가가니 정답게 맞아 주며 내 품에 안거 오는 거야. 세상의 빛도 보여주지 못한 못난 엄마인데도 그런 엄마를 밝게 웃으며 맞아주는 거야.”


“란..........그만”


“더 들어. 한참 정답게 놀고 있는데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하늘에서 거대한 가위가 떨어져 내리는 거야. 가위는 무자비하게 아기들의 손과 발을 자르고 내 품에 안거 있는 아기의 머리까지 자라버리는 거야.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무자비한 가위는 멈추지 않았어. 그런데........그런데.........아기들은 그러면서도 밝게 웃고 있었어. 팔다리가 잘려 나가도 엄마를 위로하듯이 밝게 웃고 있는 거야.”


“란이야.”


힘없이 부르는 내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었다.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슬픔에 젖어 있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한동안 숨죽어 울더니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내가 급하게 뒤따라가도 그녀는 앞만 보고 걸어가더니 그녀는 자기 집 앞에서 멈추고 날 보았다. 




“시간이 필요해.”


“란이야.”


“지금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들어간다.”


그녀가 살아지고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려 내렸다. 




그녀는 한동안 열락이 없었다. 하루 종일 울려대던 삐삐도 이젠 조용해 졌다. 가끔 삐삐가 울려 확인해 보면 어머니의 호출이나 친구들의 호출만이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우리들의 결별 소식이 알려져 날 위로하겠다고 친구 놈들이 가끔 열락이 왔다. 


그녀에게 소식이 끊어진지 3일째 되던 날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우린 조용한 카페에서 만났다. 얼마 전 보았던 그녀의 모습과 변한 것이 없었다.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얼굴, 그리고 힘없이 흐느적거리는 모습 그대로이다. 




“그동안 아기들이 자꾸만 꿈속에 보여 힘들었어. 헤어지자는 말 듣고 다음날 답답해서 시내가 갔다가 누군가 날 보더니 도장에 가자고 했어. 내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고 기가 약하니 상담을 해 주겠다고 했어. 그곳에서 도사라는 분이 날 보더니 천도제를 지내라는 거야. 아이들의 영원이 천국으로 편히 갈수 있도록 말이야.”


“천도제. 그래서”


“가진 돈을 몽땅 주었지. 정성을 다해 해 달라고 말이야.”


“............”


“꿈을 꾸었어. 아이들은 역시 하늘나라에서 놀고 있었지. 내가 가자 정답게 맞아주었지. 한참을 놀고 있는데 품속에 안거 있는 아기가 말을 하는 거야. 그동안 여러 번 꿈을 꾸어도 아이들은 웃기만 했는데 말이야.”


“.............”


“아이가 그러더군. ‘엄마 그만 슬퍼하세요. 그리고 이제 그만 아빠를 놓아주세요. 우리들은 이제 하늘나라로 편히 올라가요.’ 아이들은 그 말을 끝으로 하늘로 올라가는 거야. 밝게 웃으며 밝은 빛을 따라 내가 손을 흔들어주며 올라갔어.”


“란이야.”


“놓아줄 께. 수혼씨를 자유롭게 풀어 줄께.”


“.............”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해. 수혼씨를 잊기 위한 시간이 말이야. 들어줄 수 있지.”


“조건이 뭐데.”


“첫째 100일 동안 내가 열락하면 만나죠. 시간에 관계없이 장소에 관계없이 무조건 만나야 돼”


“100일. 너무 길지 않을 까?”


“우리가 만난기간이 몇 천일인데, 100일이 길다고...........좋아. 60일로 하자. 그럼 되겠지.”


“좋아.”


“두 번째, 만나는 기간동안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죠. 그렇다고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을 께.”


“좋아. 또 있니.”


“한 가지 더 있는데 그건 나중에 말할 께.”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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