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광풍폭우(狂風暴雨) - 3부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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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장 볼륨을 높여라




- 3 -




후는 순정의 옷을 벗겨주었다. 수동적인 순정은 그가 옷을 벗겨주는 것을 좋아했다. 그녀는 모든 선택권과 제안권이 그에게 있기를 바랬다. 관계를 나눌 때도 그가 하라는 행위나 자세를 거역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펠라치오를 시켰을 때에도 방법을 물었지, 대꾸 같은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후가 온갖 치욕적인 자세를 취하게 해도 그녀만이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 여기고 달게 받아들였다. 아직 제대로 된 오르가즘을 느껴본 적은 없지만, 그가 옷을 하나씩 벗기며 자신을 칭찬할 적에는 행복함에 정신마저 아득해졌다.


후가 그녀를 알몸으로 만들었지만 그녀는 몸을 가리지 않았다. 그가 감상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침대에 걸터앉은 그가 주문을 했다.




“천천히 한바퀴 돌아봐.”




이미 여러 번 경험한 몸이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는 애써 흥분을 감추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앞에 서게 했다. 순정은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벌려 앉은 그의 다리 사이로 무릎을 꿇었다. 한 손은 그의 허벅지에 걸쳐 그의 옆구리를 잡아 몸을 지탱하고, 다른 한 손으론 그의 기둥을 잡았다. 그녀는 입술을 축인 후 그를 받아들였다. 혀끝에서 약간 지릿한 냄새가 났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눈을 감은 그녀의 귀에는 그가 담뱃불 붙이는 소리가 들렸다. 후는 그녀가 움직이기 좋게 한 손을 뒤로 받치고 몸을 재꼈다. 그것을 신호로 그녀의 움직임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순정은 목이 얼얼할 때까지 그를 삼켰다. 욕지기가 올라왔지만, 처음보다는 쉬웠다. 입에서 그를 끄집어내고 기둥아래와 딸랑이들을 깨끗하게 해준 그녀는 다시 입안으로 그를 삼켰다.


보통 여기까지 오면, 후가 담배를 끌 시점이다. 그녀는 감은 눈을 뜨고 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왕복운동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였다. 순정은 그의 허리를 잡았던 손을 가져와 고환을 감싸 쥐고 만지작거렸다. 작은 입안에선 혀가 요동을 쳤다. 후가 리모콘을 조작해 TV를 틀었다. 소리를 듣지 않아도 그가 무엇을 보는 지는 안다. 그가 가끔 TV에서 나오는 모습대로 따라하던 적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새로운 자세를 취해야했던 기억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후가 일부러 TV를 켜는 것을 알 리가 없는 그녀였다. 그는 인희에게서 배운 것을 순정에게 들키지 않고 써먹기 위해 이 방법을 애용했다. 그녀를 속이는 것이 죄스러웠으나, 돌이키기엔 너무 늦은 것이었다. 그는 어떡해서건 그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여기며 자기 위안을 삼았다.


그날 후가 본 것은 인희에게도 배우지 않은 것이었다. 후는 순정의 팔을 잡았다. 그것은 그만하고 올라오라는 신호였다. 순정은 그가 이끄는 대로 무릎을 꿇고 침대에 엎드렸다. 다행이 저번에 여러 번 해본 자세였다. 그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가 탐스러운 가슴을 주무르며, 손가락으로 균열사이를 헤집었다. 그녀도 처음보다는 반응이 빨랐다. 그녀는 이내 축축하게 물기를 내뿜었다. 그의 검지와 무명지는 균열 사이로 사라졌고, 중지는 그녀의 보석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의 입에선 신음소리가 새어나왔고, 그의 손가락은 더욱 젖어들었다. 잠시 후, 그의 손가락이 여느 때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그녀는 당황했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그를 저지할 명분이 없었다. 그녀가 색다른 느낌에 몸부림치자 그가 손을 떼고, 그녀의 뒤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순정은 엉덩이를 뒤로 내밀고 그의 침범을 기다렸지만, 그의 중심이 닿은 곳은 평소 그가 다니던 길이 아니었다. 그곳은 자신의 몸에서 더러운 것이 빠져나가는 출구였다. 순정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거기가 아니라는 뜻을 전했다. 후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웃음을 지었다. 후가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세차게 힘을 주자 이미 애액으로 범벅이 된 곳으로 그가 밀려들어갔다. 그녀는 충격으로 정신을 잃을 뻔했다. 꼬챙이로 그곳에서 입까지 관통을 당한 듯 그녀의 허리는 일직선으로 펴지고 입이 벌어지며 침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눈물이 나왔다. 그녀는 자신이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하는 가를 생각하려했지만, 정작 창자 속을 휘젓는 불방망이는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후는 후대로 쾌락에 빠져있었다. 순진의 그곳보다 더욱 옥죄어 오는 순정의 또 다른 구멍은 그로서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는 몇 번 왕복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절정이 찾아옴을 느끼고 더욱 빠르게 춤을 췄다. 그런 그의 횡포에 순정은 울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꺼억 꺼억’ 괴성을 지를 뿐이었다. 그가 창자 안에 성은(聖恩)을 내릴 때에는 숨조차 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가 몸을 빼내자 곧바로 그의 유전자를 가진 액체가 흘러나왔다. 이물질이 흘러나오는 것조차도 그녀에게는 고문이었다. 순정은 두저미고(頭低尾高)의 부끄러운 자세로 침대에 쳐 박혀있었다. 그녀는 후가 쾌락을 추스를 때까지도 그 자세 그대로였다.


후가 그녀를 닦아주려고 휴지를 뽑아 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균열의 시작에서부터 부드럽게 닦아 올렸다. 움찔거려야 할 순정이 너무 조용했다. 그가 닦아낸 휴지엔 정액과 함께 간간이 피가 보였다. 그는 순정을 바르게 눕혔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게다가 침과 땀, 눈물, 콧물이 범벅이었고, 화장도 반 이상 지워져 처참한 몰골이었다.




“아~~!! 씨~~ 발~~!! 이기 아인데…….”




그의 입에서는 사투리 섞인 쌍욕이 튀어나왔다. 그만큼 그가 당황했다는 증거였다. 그는 순정의 가슴에 귀를 갖다대었다. 심장은 뛰고 있었다. 다시 손가락에 침을 발라 그녀의 코끝에 갖다대어 숨을 쉬는 것을 확인한 그는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도 오래 가진 않았다. 욕실로 달려간 그는 수건에 뜨거운 물을 적셔와 그녀를 옆으로 눕히고 다리사이에 끼워 그녀의 하복부에 닿게 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식을까봐 이불을 덮어주고 자신의 품에 안았다. 한 번씩 손을 집어넣어 수건이 식은 것이 확인되면 다시 빼내와 갈아주었다. 그러는 도중에도 그는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당시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여자의 몸이 차가워지면 안 된다는 것이었고, 그는 자신이 하는 방식이 맞는지 틀린지는 모르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기에 계속 같은 짓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나중에 그가 인희에게 들어서 안 것이지만, 그의 대응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어쨌건, 정성이 통한 것인지 후가 순정의 얼굴에서 화장과 분비물들을 다 걷어낼 무렵, 그녀가 깨어났다. 어른거리는 그녀의 눈에 처음 비친 것은 후의 눈물이었다. 그는 그녀가 깨어나자 꼬옥 끌어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눈물이 그의 얼굴을 타고 내려와 그녀의 뺨에 떨어졌다.




“미안, 많이 아팠지? 나도 니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정말 미안해!”




그녀는 잠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뺨에 떨어진 눈물이 자신의 입술에 젖어들자 짭짤한 그 맛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흑흑…, 후, 후 , 후야……. 엉엉…….”




후는 그런 순정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그녀의 흐느낌이 잦아들자 그는 그녀의 얼굴을 떼어냈다. 그는 따스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또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그것은 후를 더욱 미안하게 만들었다.




“에이, 겨우 다 지워놨더니……. 예쁜 얼굴 다 얼룩졌잖아?”




그는 그녀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가 그녀의 눈물을 다 핥아먹었다. 그는 그도 모자라 그녀의 눈까지 세심하게 빨았다. 그녀의 끝자락은 아직도 아픔을 호소했지만, 그녀는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방금 전의 모습에 그가 자신을 싫어할까봐 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후의 다정한 모습은 그녀를 안심시켜주었다. 그의 정을 느낄 수만 있다면 다시 능욕을 당한다 해도 참아 내리라 다짐을 했다. 그녀의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그녀는 다시 왈칵 눈물이 솟았다.




“그만 울라니까 그러네…….”




그가 다시 눈물을 먹으려고 할 때였다.




“아, 아냐, 나 하나도 안 아파.”




“미안해. 담부턴 안 그럴게. 내 호기심이 널 그렇게까지 힘들게 할 줄은 정말 몰랐…, 읍읍…….”




그녀가 그의 입술을 덮쳤다. 순정은 그가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고, 그것만으로도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사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그녀는 자신으로 인해 그가 약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입술로 그의 얼굴을 애무하며 손을 뻗어 그의 중심을 잡았다. 그가 그런 그녀를 만류했다.




“순정아, 오늘은 그만해. 니가 걱정돼서 그래.”




순정은 그의 가슴을 빨다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이 촉촉이 젖어있었다. 그것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그녀의 말과 함께 더 이상 그가 그녀를 제지할 수 없음을 깨닫게 했다.




“난 괜찮아.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아 줘. 그리구 난…, 후가 나 때문에 하고 싶은 거 못하고, 약해지고 그런 게 더 싫어!!”




후는 그에게 올라탄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그녀에게 최고의 절정을 선사하고 싶었다. 그는 인희의 말을 떠올렸다.




“여자는 삽입하는 시간과는 관계가 없어요. 얼마나 흥분하는 가가 포인트에요. 제일 중요한건 감정이죠. 여자가 감정의 동물이란 거, 전에 이야기했죠? 그런 면에서는 후씨는 연습이 필요 없을 거예요. 내가 아는 후씨는 여인을 따뜻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거든요. 그 다음이 정성이에요. 감정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아니 감정이 없는 상태라도 정성을 쏟으면 여자는 반응을 하게 돼있어요. 그치만, 몸이 제대로 반응하려면 한 시간정도는 공(功)을 들여야 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전신을 빼지 않고 애무해줘야 한다는 것과 전신을 무기로 여자를 공략해야한다는 거예요. 아무리 목석(木石)같은 여자라도 성감대는 전신에 퍼져있거든요. 그리고 마지막까지 냉정함을 잃지 말아요. 자칫 흥분해서 바로 들어가게 되면 그만큼 느낌이 줄어드니까요. 혹, 여자가 애무를 거절하는 부위가 있을 땐, 따뜻한 말 한마디와 반강제가 약이란 거 잊지 마세요.


자, 우선 키스를 하면서, 두피(肚皮)를 손가락으로 자극해 봐요. 남은 손으론 가슴이나 다른 곳을 쓰다듬으세요. 시작부터 너무 설치게 되면, 나중에 힘들게 되니깐,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네…, 그렇게요……”




후의 입술이 순정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녀의 입술, 볼, 귀, 머릿결, 목, 어깨, 등, 가슴 등 그의 혀가 지나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러나 후는 그것도 부족해 그녀의 발가락까지 핥았다. 순정은 후문(後門)의 아픔이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그의 정성에 점차 그것을 잊어갔다. 그가 그녀의 어깻죽지를 깨물었을 때에 이미 숨이 목에 차기 시작했고, 그의 숨결이 옆구리에 닿을 무렵에는 겨우 정신의 끄트머리를 잡을 정도였다. 그의 입이 발가락을 물고 있을 때에는 막고 싶어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양팔로 허공을 휘저으며 그를 찾았지만, 그는 아직 멀었다는 듯 그녀에게 쉽사리 잡혀주지 않았다. 그의 숨결이 무릎을 타고 올라와 그녀의 옥문(玉門)에 다다랐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자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집요했다. 그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던 그녀는 애타게 후를 갈망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 번이나 몸을 떨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의 혀와 손가락을 조이던 괄약근이 느슨해지자 통증이 옅어졌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허리를 돌렸다.


다시 한 번 그녀가 허리를 꺾고 나자 그제 서야 그가 위로 올라왔다. 순정은 애타게 후의 입술을 찾았다. 그녀의 손은 이미 딱딱해진 그의 성기를 휘어잡고 힘차게 용두질을 했고, 다리로 그의 허리를 휘어감아 자신에게 당기고 있었다. 그녀는 부끄럽고 자시고 할 형편이 아니었다. 그녀는 빨리 그가 자신을 사랑해주기만을 바랬다. 후도 이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는 몰랐기에 잠시 멍한 표정이었으나, 다시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는 날짜를 계산해보았다. 위험일은 다음주부터였다. 그는 적이 안심하며 허리를 내렸다. 그의 침과 애액이 넘치는 그곳은 그의 진입을 방해하지 않았다. 후는 뜨거움을 느끼며 피스톤운동을 시작했다.




“아하학~~!! 후야…….”




그녀의 반응은 대단했다. 순진보다 낮은 톤의 목소리를 가진 그녀가 악을 써대니 순진과 별반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열 번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녀가 미친 듯이 그를 감아왔다. 그러나 그는 잠시 그녀를 내려다볼 뿐 멈추지 않았다. 그의 물건이 들락거릴 동안 그의 양손과 입술은 쉼 없이 그녀를 나락(奈落)으로 떨어뜨리고 있었다. 후는 그녀가 힘이 들까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허리에 힘이 빠지더니 급기야 통증을 수반했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아무 말 없이 그를 행위를 감내해낸 그녀에 비하면 자신의 고통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순정은 벌써 몇 차례나 절정을 맞이했는지 모른다. 아직까지 애액을 토해내는 자신의 질이 신기할 정도였다. 어느 순간 후가 미친 바람이 되어 순정에게 거센 비를 내렸다. 그녀의 몸속에 내린 비는 이제껏 그녀가 느낀 모든 절정을 합한 것보다 더 큰 감각의 파도가 되어 그녀를 덮쳤다. 찬물과 뜨거운 물을 번갈아 몸에 뿌리는 것 같기도 하였고, 바닥에 튕기는 공에 올라탄 것처럼 울렁거리기도 했다. 그녀의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은 좀 전의 통증을 삼키고, 그녀를 열락으로 이끌었다. 있는 대로 비를 뿌린 그도 그녀의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버렸다. 폭우(暴雨)가 지나간 방안에는 두 연인의 고른 숨소리만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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