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혼성기숙사 - 1부 1장

본문

씨발 어떤 새낀가 좆나게 늦네. 멋땜시 늦는지는 모르것지만 올라믄 싸게싸게 오든가 아니믄 기냥 오지 말아부러라.”




아침부터 불어온 황사 때문에 옷이고 몸이고 먼지가 가득했다. 샤워로 머릿속까지 내려앉은 먼지를 씻으면서 아직도 방에 들어오지 않는 룸메이트를 생각했다. 내일까지 들어오지 않으면 기숙사 사무실에 가서 확인해 보고 종길이와 같이 쓸 수 있을지 알아볼 생각이다.




“오메 좋은그. 확실히 따땃한 물로 씻은께 좋네. 찌부둥한 것이 확 가시고 온 몸이 개안허네. 기냥 십년묵은 때까정 다 시쳐븐거 같네. 아따 좋다.”


“꺄- 아- ㄱ.”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여 피로가 풀린 몸으로 삼각팬티만 입고 욕실을 나서다가 갑작스런 비명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기숙사 방 안에 한 사람이 서있는데 옷차림으론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어깨 아래로 내려온 머리로 미루어 여자인 듯 했다.




‘씨벌. 먼놈의 가시나가 기숙사 남자방에 노크도 없이 들어왔다냐?’




이상한 여자라는 생각도 잠시 재빨리 욕실 앞에 걸어두었던 겉옷을 걸쳐 입었다.




“야. 너 누구야?”




여자목소리 치고는 꽤 굵은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렸다. 180센티미터의 키를 자랑하는 나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우람한 덩치에 걸 맞는 목소리란 생각이 들었다. 덩치만큼이나 큰 얼굴과 커다란 몸매 때문인지 처음 본 여학생에 대한 두근거림과 설렘 같은 것은 없었다. 




“나? 남문.”


“남문? 남문이든 북문이든 그게 중요한 것 아니고 네가 왜 여기 들어왔어?”


“시방 먼소리 하는지 모르겄네. 나는 동동대학에 입학하고 기숙사 신청하랑께 신청했고, 이 방으로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왔는디.... 왜? 머가 잘못됀겨?”


“야. 여기는 여학생 기숙사란 말야. 여학생 기숙사에 남자인 네가 들어와 있는 것이 큰 잘못이지. 빨리 나가!”




마치 못 들어올 곳에 들어온 사람을 쫒아내듯 밀어내려고 한다. 잠시 당황스러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었지만 영문도 모르고 쫓겨날 수는 없었다.




“염병하네. 멋땀시 여학생 기숙사라고 우긴가 모르겄지만 난 분명히 기숙사 사무실에서 확인받고 들어온 방잉께 못 나가겄네. 내가 역부로 여학생 기숙사에 들어온 놈도 아니고, 나가고 자프믄 니가 나가드라고.”


“뭐? 뭐 이따위가 다 있어?”


“이따구고 저따구고 내가 알바 아니고.... 좀 치나봐. 나 옷 조까 갈아입게.”


“뭐?”


“아따 우리말 못 알아들어? 옷 조까 갈아 입을랑께 좀 비켜주란 말이시.”




난 여학생이 사투리를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면서도 손으로 비켜달라는 동작을 같이했다. 




“야. 너 당장 나 따라와. 기숙사 사무실에 가서 배정표 보고 다시 확인시켜 줄테니 빨리 따라나와.”


“알았응께 쪼까만 비켜주란 말이시. 나는 목간을 하고 나믄 빤쓰를 꼭 새걸로 갈아입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라....”


“.......”


“아 씨발 가시나가 말귀를 못 알아먹네. 내가 빤쓰 갈아입은단디 멋한다고 그라고 뻣뻣이 서있냐?”


“뭐? 씨발 가시나?”




여학생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면서 점점 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었다. 난 빨리 옷을 갈아입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았다. 평소 집에서 하던 것처럼 샤워를 하고 나와 새 옷을 찾아 입으려 했던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 몸도 마음도 찝찝했다. 




“아따. 자껏 징하네. 쪼까 나갔다가 옷 갈아입고 나서 들어오믄 얼마나 좋냐? 좌우당간에 나는 옷을 갈아입어 블랑께 역서 옷 갈아입는거 보든 말든 니 알아서 해부러라.”




처음 본 여학생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이 조금은 창피한 마음도 있었지만 옷을 갈아입는다면 비켜줄 것 같았다. 티셔츠를 벗고 상체를 들어내도 여학생은 움직일 줄 몰랐다.




‘어? 머 이런 가시나가 다 있냐? 설마 바지를 벗어도 지가 안나가고 베길라고?’




허리띠를 풀고 바지 지퍼를 내릴 때까지 여학생은 나갈 생각이 없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나는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바지를 내려 까만 털이 덮힌 다리를 여학생 앞에 훤히 드러냈다. 달랑 남은 삼각팬티 앞섶이 불룩하니 튀어나온 것이 느껴졌다. 고등학교에서 어느 누구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좆이 팬티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너 빨리 나와!”




순간적으로 뚫어지게 내 팬티를 쳐다본 여학생은 얼굴을 붉히며 빨리나오란 말을 남기고 재빨리 방을 나섰다.




“가자.”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서니 여학생은 복도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잠시 동안에 마음을 가라앉힌 듯 붉혔던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너 처음 본 얼굴인데 무슨 과 몇 학년이니?”


“나? 과는 사회정의과고 인자 들어온지 얼마 안됀 1학년 신입생이야. 넌?”


“역시... 신입생이라 얼굴을 몰랐군. 난 보건지도과 2학년 강은호야.”




2학년이란 말이 살짝 놀랐다. 기숙사에서 보통 같은 방에 같은 학년을 배정할거란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동급생으로 생각하고 반말을 했던 것인데....




“아. 선배님이네요. 몰랐어라-. 나는 남문이라 하요.”




강은호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학생 선배와 같이 기숙사 사무실로 가면서 뒷모습을 몰래 훔쳐보았다. 남자 가운데서도 쳐지지 않는 내 덩치와 비슷한 덩치에 전체적으로 풍부한 살집을 보면서 눈살이 찌푸려졌다.




‘보건지도과믄 보지과고, 나는 사회정의과인 사정관께로... 니 보지에다 내가 사정을 하믄 딱 맞아 떨어지겄는디... 니 몸매는 영 글러부렀다.’




기숙사 205호에서 1층에 있는 사무실 까지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보건지도과 2학년 강은호 학생하고 사회정의과 1학년 남문 학생이 배정표에 한 방으로 배정 받았다는 말이지요?”




사무실 직원은 사무적인 말투로 일관하면서 우리 두 사람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남녀 한사람씩 두 사람이 와서 기숙사 한 방을 배정받았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어?”




컴퓨터로 배정표를 확인하던 사무실 직원이 갑자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 학생증 좀 내봐요.”




은호 선배가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안에서 학생증을 빼내었다. 직원이 받아서 확인을 하고는 나를 바라본다.




“전 인자 들어온 신입생이라 아직 학생증을 안 맹글었는디요.”


“그럼 주민등록증이라도 줘봐요.”


“에씨요.”




주머니에서 지갑을 주민등록증을 주는데 옆에 있던 여직원이 ‘킥킥’거리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아마도 내 사투리가 심해서 웃음이 나오는 것을 애써 참는 모양이다.




“아 이런.... 205호면 남학생을 배정하는 방인데.... 어쩌다가 이런 일이 생겼는지....”




사무실 직원은 혼잣말로 뭐라고 중얼거리다 우리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미안합니다. 기숙사 방 배정을 컴퓨터로 하다 보니 뭔가 착오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미 배정.....”




사무실 직원이 갑자기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하는데 은호 선배가 말을 잘랐다.




“착오요? 무슨 착오가 있었다는 거죠? 컴퓨터가 배정하지 않았나요?”


“아 예. 그게.... 강은호 학생 이름이 남자 이름인줄 알고 남자로 입력되어서....”


“작년에는 여학생 기숙사에 배정 받아서 생활했는데요.”


“그러니까.... 올해 컴퓨터를 새 것으로 교체하면서 일부 자료를 다시 입력했는데.... 그때 입력이 잘못 되어서 착오가 발생한 것 아닌가.....”


“어찌됐든 실수는 학교 쪽에서 하신 거니까 당장 방을 바꿔주세요.”




강은호의 단호한 말에 사무실 직원이 어쩔 줄 모르며 쩔쩔매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쩔쩔매는 직원보다 나이가 조금 더 들어보이는 남자가 들어오면서 사무실 직원에게 물었다. 자초지종을 설명 받은 그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아 나 기숙사 사감인데.........”




사감이라는 남자가 통화를 마칠 때까지 우리는 꽤 오랜 시간을 기숙사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떡하나요? 이미 배정된 방을 바꿀 수는 없겠고.... 205호면 남학생 배정 방에 속하니까 우리 여학생이 다른 남학생에게 양보하는 수밖에 없겠는데요.”


“저보고 기숙사에서 나가라는 말씀이신가요?”


“이미 기숙사 다른 방들은 다 채워져서요. 남학생 방뿐만 아니라 여학생 방도 모두 차가지고 방을 이동할 수가 없어요. 방법은 누군가 결원이 생겨서 두 사람 가운데 한사람이 방을 옮기는 방법밖에 없는데, 205호는 남학생 방으로 지정되어 있어요.”




사감의 말에 은호 선배는 조금도 밀리는 기색이 없이 대답했다.




“전 그럴 수 없습니다. 작년에도 기숙사 생활을 했었고, 올해도 이미 기숙사 생활에 대비해서 하숙방이나 자취방을 구하지도 않았어요. 갑자기 방을 구하기 위해서 학기 초를 허비할 수는 없어요. 애초에 잘못은 학교 쪽에 있으니까 학교 측에서 책임지고 이 일을 해결해 주세요.”




은호 선배의 강경한 태도에 사감의 얼굴은 난감한 표정이 되었고 사무실 직원은 거의 사색이 다 되었다. 한 동안 골똘히 생각하던 사감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고. 학생들도 알다시피 지금 당장 방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당분간은 그대로 생활하고....”


“사감님!”


“아! 알았으니까 일단은 내 얘기를 들어보고 의견을 말하도록.”




은호 선배가 사감의 말을 끊으려 했지만 사감은 자신의 의견을 계속해서 말했다. 30분 넘게 사감과 은호 선배가 실랑이를 벌였지만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결국 다음달에 재배정을 통해서 해결해 주기로 결론을 내렸다. 물론 그 안에라도 기숙사를 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배정하겠다는 다짐을 받고서야 은호 선배는 사무실을 나섰다.




‘아따- 씨발 가시나가 솔찬히 대차네. 당분간 같은 방을 쓰게 생겠는디 겁나게 조심해야것네. 오메. 아까침에 사감한테 대들 때 본께 씨발년이 한방 날릴거 같드랑께. 성질머리 허벌나게 좆같은 가시나 만나가꼬 고생 디지게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것네.’




방으로 돌아오는 그 짧은 시간에 난 앞으로 기숙사 생활이 캄캄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은호 선배의 당찬 성격에 적잖이 겁을 먹었기에 어떻게든 조심해서 은호 선배와 부딪치지 않으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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