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슬프도록 아름다운 retake - 3부

본문

어두운 방안에는 한 여인이 홀로 있었다.


방 주변에는 쓰레기가 널려있었고, 여인은 마치 폐인처럼 쾡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여인의 시선이 한 곳으로 옮겨졌다. 벽에 걸려져 있는 사진으로 말이다.


사진은 여인이 결혼할 때 찍은 것이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정말 행복하단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신랑도 함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 사람이 내가 맞는 걸까. 여인은 그 신부에게서 심한 괴리감을 느꼈다.


지금 난 이렇게 힘든데, 사진의 자신은 평생 행복하리라는 믿음을 가지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아니, 행복해야만 했다. 그래서 사귀던 남자친구를 배신하고 그에게 간 것이다.




하지만 그 믿음은 깨지고 말았다.




연락을 받지 않고 외박을 하는 남편.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그 횟수가 점점 증가하면서, 그 기간도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인은 의심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걸까? 남편에게 호색 기질이 있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그게 도를 넘어서는 게 아닐까 하며 불안해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여인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부부의 침대 위에서,


남편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와 뒹굴고 있었다.




그 여파는 결국 부부싸움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남편의 말에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도 찬승이랑 사귀고 있을 때 나랑 씹질했잖아. 멋지게 배신했지? 그런 네가 나에게 더럽다고 지껄여? 개소리하네, 이년아 네가 이제와서 깨끗한척, 고고한척 한다고 누가 믿어줄까? 결국 너나 나나 똑같이 더러운 것들이야."




여인의 시선이 사진에 한구석에 위치한 남자에게로 향했다. 고개를 숙이며 마치 이 사진에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길 거부하는 것 같았지만, 여인은 그 심정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찬승……."




여인은 중얼거리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버림 받는 게 싫다. 혼자 있는 게 싫다. 나만을,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봐줄 존재가 필요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그런 염치가 있을까?




여인, 민조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턱끝에서 방울지며 떨어졌다.


그라면, 찬승이라면, 아직도 자신을 그리워하고 있을 거란 이기적인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보고싶다. 그가…….






*****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찬승은 문뜩 무언가가 떠오른듯 자신의 핸드폰을 열었다.


핸드폰의 전화번호부에는 새로운 사람의 이름이 추가되어 있었다.




"장재윤."




그 이름을 보며 찬승은 멋쩍은듯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오늘 아침 약수터에서 재윤과 만난 찬승은 서로 번호를 교환하고 왔다. 먼저 번호를 요구한 건 찬승이었다. 지금 생각해서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나 떠올려 보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재윤의 아름다운 미소에 취해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어? 문자가……."




그때 핸드폰이 부르릉 울리며 진동이 왔다. 확인해 보니 문자였다. 그리고 발신인을 확인한 찬승은, 눈을 크게 떴다.




-찬승씨 지금 뭐해요? ^^




발신인은 바로 재윤이었다. 마침 재윤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자가 오다니, 그녀도 자신을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문자는 문자다. 답장을 하기 위해 찬승은 침을 꿀꺽 삼키며 손가락을 놀렸다.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ㅋㅋ 재윤씨는 뭐하세요?


-저도 카페에서 일하고 있죠 뭐 ^^; 그래도 지금은 손님이 뜸한데 찬승씨 생각이 나서 문자했어요.




나를 생각해……?? 묘한 문장에 찬승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 생각이요?"라고 답장할 용기가 나진 않았다. 그랬다간 괜히 분위기만 어색해 질 거 같기 때문이다.


대신 찬승은 다른 쪽으로 대담한 답장을 보냈다.




-오늘 밤에 시간 있으세요?


-시간이요?


-네. 시간 있으시면 오늘 만나지 않을래요?




문자를 보내면 바로 오던 답장이 이번엔 조금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괜한 문자를 보낸 걸까, 그런 조바심이 드는 가운데 드디어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




-좋아요..




그 문자를 본 찬승은 주먹을 꽉 쥐며 쾌재를 불렀다.




-예. 그럼 제가 저녁에 카페 앞에 가겠습니다.




그걸로 문자는 끝이었다. 찬승은 흥얼흥얼 거리며 핸드폰의 폴더를 닫았다. 아아, 무언가를 해도 잘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밖은 쌀쌀한 겨울이었지만 지금 찬승에겐 따뜻한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뭘 그렇게 좋아해요?"


"흐엑?!"




갑자기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찬승은 기겁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뒤에는, 언제 왔는지 혜린이 있었던 것이다.




"뭘 그렇게 놀래요? 귀신 본 사람처럼."




혜린은 자신의 매혹적인 붉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아, 이쁘다. 찬승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면 누가나 놀라죠. 후우."


"흐음 노크까지 했는데…… 너무나 행복하게 핸드폰을 만지고 계시더라구요."


"아, 하하? 별 것 아닙니다. 흠흠."




찬승은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헛기침을 하며 무안함을 달랬다. 티를 내지 않으려 해도 어느새 찬승의 볼은 붉어져 있었다. 그런 찬승을 보며 혜린은 눈빛을 반짝였다.




"그런데 재윤씨가 누구에요?"


"예?"


"아이 참, 방금까지 문자하고 있었던 분이 누구냐구요. 여자친구?"


"에, 에엑?! 여자친구라뇨, 그런 거 절대 아닙니다! 그것보다 남의 문자를 훔쳐보다니 실례 아닙니까!"




부끄러운 나머지 찬승이 빽 소리를 질렀지만 혜린은 "흐음……" 거리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살짝 찔러본 것 뿐인데 이렇게 크게 반응해주다니, 뭔가 수상하다. 여자의 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여기서 더 파고들어선 안되겠지.


이제 그런건 됐다는 듯 혜린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오늘 시간 있어요?"


"예? 그게 무슨……."


"정말, 순진한척 하는 건지 둔한 건지 모르겠네요. 지금 데이트 신청하고 있잖아요."


"에엑?!"




이건 또 무슨 말이냐는듯 찬승이 기겁했다. 그런 찬승의 반응에 혜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게 싫어요, 저와 데이트 하는 게?"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왜 저랑 데이트를 하는데요?"


"그거야…… 제가 당신에게 관심이 있으니까?"


"……."




이걸 믿어야 할까. 찬승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혜린을 바라봤다.


아름답다. 숨이 막히도록, 그녀는 찬란한 미를 품고 있었다. 눈이 부셔서 바라보지도 못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죄송해요,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안되겠네요."


"엑?"




찬상의 거절에 혜린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찬승을 보았다. 설마 거절할 줄이야. 꽤나 쇼크인 모양이다. 하지만 뭐라 하기에도 그런 것이, 찬승이 너무나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에이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나중에 만나면 되죠. 그럼 전 이만."




혜린은 아무렇지 않은듯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홀깃 찬승을 훔쳐보았다. 전에는 안경을 쓰지 않았는데, 작업을 하느라 그런지 지금 찬승은 뽈테안경을 쓰고 있었다. 물론 이상하진 않았다. 오히려 어울릴 정도였다. 게다가 가볍게 정리한 머리 센스도 나쁘지 않았다. 얼굴도 미남의 조건을 충족했다.


게다가 그 환상적인 피아노 선율…….




좋아, 마음에 들었다.




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문자에서 슬쩍 봤던 재윤이란 상대가 묘하게 신경 쓰였지만, 이제 자신이 마음 먹은 순간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여자친구가 있으면 뺏어오면 그만이니까.




그런 자신감이 혜린에겐 넘쳤다. 당연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섹시 스타, 이런 칭호가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어떤 남자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 확신이 혜린에겐 있었다. 찬승이 얼마나 높은 산인지는 기대해 보겠다.


높은 산일수록, 정복하는 순간의 쾌감은 크니까 말이다.




뒤에 있는 찬승은 그런 혜린의 탐욕적인 눈을 미처 알지 못했다.




"후훗, 찬승씨 우린 앞으로 자주 볼 거 같네요."




묘한 여운이 남는 말을 끝으로, 혜린은 작업실에서 사라졌다.


찬승은 그런 혜린을 멍하니 보다 한숨을 쉬었다.




"뭐가 뭔지 대체……."




인연의 끈은 아직도 꼬이고 있었다.




****






끄적님에게서 쪽지를 받았습니다.


제가 이 글을 써도 좋다는, 그런 내용의 쪽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제 제대로 시작합니다.




retake.




ps. 끄적님 **활동 중이신데 왜 글은 안올라올까요..




ps2. 글이 짧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짧은것, 아니면 길지만 연재가 오래되는 것. 이 두개 중에 선택을 하자면 짧은 것을 선택하고 싶네요. 후자는 제가 쓰다 질릴 거 같아서……




ps3. 주먹쥐어님의 먼저 선을 넘은 것은 누나였어를 추천합니다. 요즘 연재 뜸한데.. 음.




ps4(추가). 성행위 묘사는 제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서로 모를 때니 주인공 찬승의 성행위는 한두화는 더 가야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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