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모로스 - 1부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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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6장 - 필로테스(우정) 




양수 팀과 지민 팀이 수영장 입구에서 기다린 지 10여 분 만에 응수와 소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응수의 모습을 보고 여자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지만 외면하고 지나치는 응수의 모습에 다들 당황했다. 응수의 뒤를 안절부절 못하는 소희가 종종걸음으로 뒤따랐다. 투명인간이라도 된 듯 여자들을 무시하고 응수가 양수에게 사과를 건넸다. 




“제가 제일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기다리시게 해서.” 




“아뇨 저희도 지금 막 나왔습니다.”




응수의 뒤에서는 영문을 모르는 여자들의 작은 웅성거림이 있었다. 지민이 눈짓으로 소희에게 영문을 묻자 소희가 지민에게 귓속말을 건넸고 지민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응수에게 다가갔다. 




“내려갈까 오빠?” 응수가 짜증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래, 또. 지금 기분 안 좋아?” 




“응.” 




“어떤데?” 




“우울해, 미칠 정도로” 응수가 어두운 얼굴로 내 뱉었다.




“어떻게 해 줄까?”




“떠들썩하게 해 줘. 내 주변이 시끄러울 정도로 웃고 떠들게. 모두가 환호성을 지를 수 있도록.”




지민이 잠시 생각하다 민아를 불러 무언가를 말했고 민아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수와 지민, 그리고 응수 일행은 엠퍼러 호텔 지하의 Club 9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국내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이 곳은 명성에 걸맞게 아무나 출입시키지 않는 걸로 유명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럽 입구는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늘 붐볐다. 




젊은 남녀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입구에서 지민이 입구의 경비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눴고, 응수와 나머지 여자들은 줄을 설 생각도 없이 멀찌감치 물러나 있었다. 채영과 민아는 입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들고 있었고 응수는 여전히 얼음 같은 표정이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겠는데요. 저희도 가서 줄 서죠.” 기다리다 못해 양수가 채근했지만 여자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잠시 후 정장차림의 중년 사내 한 명이 헐레벌떡 클럽 입구로 나왔다. 지민이 손을 들어 보이자 사내는 응수 일행에게 다가와 정중히 몸을 숙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가씨. 전화를 주셨으면 바로 내려왔을 텐데요.”




지민이 혀를 내밀어 보였다. “깜박하고 전화를 안 가져 왔어. 그리고 늘 지금쯤 오니까 아저씨가 알 고 있을 줄 알았죠.”




채영과 여자들이 남자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고 남자는 깍듯이 인사를 건넸다. 




“준비 되어 있습니다. 올라가시죠.”




“늘 신세만 지네요.” “별말씀을요 자주 뵈니 제가 더 반가운데요.” 


응수의 감사 표시에 남자가 정중하게 답했다. 




일행은 남자의 안내를 받아 클럽 2층의 룸으로 향했다. 전면이 1층을 볼 수 있도록 통유리로 된 룸 안은 2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넓은 크기로, 중앙의 커다란 테이블 주변을 푹신한 소파가 둘러싸고 있었고 되어 있었다. 이곳을 여러 번 다닌 양수도 이런 시설이 있는지는 금시초문이었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웨이터에게 남자가 무언가 귓속말을 건네자 웨이터가 깜짝 놀라 지민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테이블 위는 온갖 술과 안주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온갖 종류의 병맥주와 캔맥주 사이로 와일드 터키, 글렌피딕 같은 브랜디와 와인까지 놓여 있었고 그 옆으로는 과일과 각종 치즈를 얹은 카나페, 생햄 등 진귀한 안주가 놓여져 있었다. 특이한 것은 수십 만 원짜리 와인 옆으로 소주가, 그리고 진귀한 안주 들 사이로 구운 오징어와 땅콩, 그리고 라면이 놓여져 있다는 점이었다. 




잠시 밖에 나갔던 남자가 쇼핑백을 하나 들고 들어와 소희에게 건넸다. 




“아가씨 물건이라고 하는 군요. 보시면 아실 거라고.” 


“아, 감사해요 사장님.”


“별말씀을요.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웨이터를 가리키며) 언제든지 이 친구를 시키시면 됩니다.”


남자와 웨이터가 룸을 나가자 양수 일행과 여자들, 그리고 응수가 편안하게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들 여기 자주 오시나 봐요?” 제민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네 뭐 술은 거의 여기서 마시는 편이니까요.” 채영이 별 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밤 문화에 익숙하신가 보네요. 사장님까지 아실 정도면 시쳇말로 거의 죽돌이 수준인데요.” 제민의 말에 채영이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뭐 더 필요한 건 없어요 주인님?” 지민이 응수의 눈치를 살폈고 응수는 짜증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그 때 소희가 응수에게 뭔가를 건넸고 여자들의 시선이 소희의 손 끝으로 향했다. 




소희가 건넨 것은 검은 색의 고급스러운 남성용 지갑이었다. 




“뭐야, 소희야?” 지민이 의아한 표정이었다. “아 오빠가 준비하라고 하셔서.”






“왜 오빠? 지갑 잃어버렸어요?” 지민의 말에 채영이 순간 흠칫했다. 




“아니, 버렸어.” 




“버려?”




“마음에 안 들어서.” 응수의 답에 지민이 순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 보테가 베네토 아니었어?” 민아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오빠 다운데, 최소 70은 넘을 텐데 그 지갑.” 


“그래서?” 응수가 싸늘하게 물었고 민아가 얼른 자기 입을 막았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거 구하기 힘든 거였는데. 국내에 없는 컬렉션이란 말이야.” 지민이 투정부리듯 말하다 못 당하겠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언니, 사실 그거.” 채영이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곧 응수의 짜증 섞인 말에 덮였다.


“시끄러워. 언제부터 내 결정에 토 달기 시작한 거야?” 지민이 움찔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손에 접시를 든 웨이터가 들어왔다. 지민이 살았다는 듯 얼른 화제를 바꿨다. 




“자 다들 저녁 먹자 저녁. 일단 먹어야 술도 마시고 춤도 추고 하지.”




몇 명의 웨이터가 부지런히 들락거리자 테이블 위는 음식이 그득히 차려졌다. 




“(손으로 꼽으며) 초밥에 스테이크에 육회에……이건 무슨 잔칫상도 아니고.” 


제민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나 여자들은 익숙한 듯 이것저것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 지민의 권유에 양수와 제민도 젓가락을 바쁘게 놀렸다. 지민이 맛있어 보이는 것으로만 골라서 응수의 앞에 놓아 주자 응수도 식사를 시작했다. 




음식이 순식간에 동이 나자 여자들은 다시 음악을 따라 몸을 조금씩 까닥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허락을 구하는 듯한 표정으로 응수를 바라보았고 응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환호성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오빠 옆에는 내가 있을게, 지민언니.” 




“네가?” 




“응 오빠 선물도 기다려야 되니까.”




민아의 말에 지민이 다른 여자들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제민이 신나 같이 일어섰지만 양수는 자기 자리를 지켰다.




“양수씨는 같이 안 나가요?” 




“아, 저는 술 생각이 나서 우선 한 잔 하려 구요.”




사람들이 나가고 룸 안에 셋만 남자 양수가 맥주 한 병을 집어 들었다. 민아도 하이네켄 한 병을 응수에게 들어 보였지만 응수가 싫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버번콕” 응수의 말에 민아가 와일드 터키를 열고 글라스에 삼분지 일 정도를 부은 후 콜라를 채우고 얼음을 탔다. 




“그런데 양수씨는 무슨 일 하세요?” 응수의 질문에 양수가 얼른 답했다.




“아 저는 증권사에서 근무합니다.” 




“그럼 증권 딜러 뭐 그런 건가요?”




“정확히 말하면 펀드매니저죠. 크진 않지만 제가 직접 운영을 하니까요.” 




자신의 말에 관심을 보이는 민아를 보고 양수는 다시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여자들이 반하는 남자들의 조건 중 하나는 남자의 능력이고 그런 면에서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은 여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럼 어느 증권사에서 근무하세요?” 응수의 질문에 양수가 자신 있게 말했다.




“신한증권 여의도 본사에서 근무합니다.” 양수의 말에 민아와 응수의 얼굴이 반짝였다.




“양수씨 직업 알면 소희가 관심 가질 것 같은데요.” 




“아 그래요? 이 쪽 일이 소희씨 이상형인가요?”




“그게 아니라, 소희가 양수씨랑 같은 직장에 근무하거든요.”




“아 그래요? 소희씨는 어느 지점에 근무하죠?” 양수의 질문에 응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소희 본사에 근무해요. 직책이 뭐였지 민아야?”




민아가 웃으며 응수를 구박했다.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해 오빠.”




“너도 몰라?” 




“몰라요. 나랑은 전혀 다른 분야라서 들어도 머리에 안 남아.”




“하긴 뭔 얘긴지 나도 모르니.” 




“오빠가 모르면 어떡해요, 직속 상관인데!”




응수와 민아가 토닥거리던 중 민아의 핸드폰이 울렸다. 왼 손을 잡힌 채로 민아가 핸드폰을 받았다. 




“응, 응 그래? 알았어. 대기시켜 바로 시작할 테니까.” 보고를 받은 민아가 음흉한 표정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지민언니, 아까 말한 거 준비 다 됐어요. 언니 쪽 셋팅 해 주세요”




전화를 끊은 민아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응수에게 다가왔다. 




“이쪽으로(창가로 의자를 당기며) 앉아요 오빠?” 




“뭐 하는 거야?”




민아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제 선물이에요. 오빠가 아까 지민언니한테 부탁한 거 제가 대신 배달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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